111108 악어떼 사진 프로젝트 08
청량리
2011-11-14 11:12
1219
111108
오늘은 <완득이>를 봤습니다.
아이들을 핑계로 오랜만에 극장엘 왔습니다.
재민이도 오늘 핸드폰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악어떼 아이들 중 우석이만 유일하게 핸드폰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 녀석도 곧 생길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재민이와 광호의 번호를 서로 교환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극장 앞 따신 팝콘은 절대 양보 못 한다는 아이들.
아이들 덕분에 한 번도 사 먹은 적이 없는 극장표 팝콘을 먹었습니다. 달콤합니다.
영화는 재밌었습니다.
중간중간 재밌는 요소들도 많고,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끝나고 아이들과 극장 앞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상깊은 장면들을 돌아가면 이야기 해 보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별 말이 없습니다.
뭐, 이런 저런 말들을 주고 받았지만
피상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들뿐.
중간에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혹시나 아이들이 신경을 쓰는 지 궁금했습니다.
성심원에서는 그런 내용의 영화를 더 많이 본다고 별 반응이 없습니다.
그냥 갈까 하다가 아이들과 통닭을 같이 먹었습니다.
두 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슬며시 아이들에게 완득이처럼 자신이 할 무언가를 찾으면 어떻겠냐, 니들은 꿈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옆에 있던 명기가 문탁에서 꿈 이야기를 벌써 6번이나 한다면서 부담이다고 합니다.
우석 - 체육선생님
재민 - 드러머
광호 - 사육사
원영 - 치기공사
명기 - 정비사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꿈이 왜 직업이 되어야 하냐고.
아이들에게 저는 직업으로 뭘 택할 거냐고 계속 묻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제 꿈이 건축사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우울하겠죠.
언제부턴가 꿈이 직업을 이르는 말이 되었을까요?
완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된 것도
많은 분들이 악어떼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좋은 내용이다라는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고
저 역시 원작을 읽을 터라 나름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영화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영화는 굉장히 수동적인 매체구나. 암막이 걷히면 다시 머리가 하얘지면서 '여기는 여전히 야탑역 앞이구나'라는 생각.
영화는 아이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임에는 틀림없으나 쉽게 잊혀지는 도구라는 생각.
다른 하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도나 기대를 심어주는 건 별로 효과가 없구나라는 생각.
어떤 행동을 할 때 아이들이 이랬으면 하는 기대심은 물론 생길 수 있으나 그대로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잘못이 아니구나라는 생각.
후기에서 다 풀어내지는 못 하지만
완득이를 통해서 영화가 아닌 악어떼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다음 주 부터는 또 사진으로 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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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악어떼에게 뭘 해주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늘 우리가 악어떼를 통해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변경된 악어떼 사진 일정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