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샘과의 막간 데이트, 혁명에 대해 알려주마~

오영
2017-11-04 01:07
421

<역사 시리즈> 두 번째 책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가 다음 주에 시작되네요.

토요일 오전, 달콤한 휴식을 뒤로 한 채 서둘러 파지사유로 향할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계신 분들을 위해 요요샘과의

'강의 맛보기용'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거의 9 to 9의 고강도 스케줄을 소화하시는 요요샘과

서둘러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문탁 2층 공부방에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7시에 시작하는 영화상영 준비 때문에 분주한

파지사유를 뒤로 한 채 말입니다.  


  사진-crop.jpg  

    

                                                            ♧   ♧   ♧   ♧   ♧ 

2012년 에릭 홉스봄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한 기사에 따르면 그는  타고난 반골이었으며 반평생 공산당적을 유지한


구좌파 역사학자였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역사라는 구호를 내걸고 노동사와 사회사의 새 시대를 열어젖혔다고 평가받는

에릭 홉스봄, 그리고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의 저작 <혁명의 시대>에 대해 요요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Q. 강좌 소개글에 보니 에릭 홉스봄은 바로 그 역사가(the historian)이라고 불릴 정도로 걸출한 역사가였다고 하더군요.

    그가 쓴 책 <혁명의 시대>는 국내에 첫 번역된 1984이후 마르크스 보이’ ‘혁명사 마니아라면 한번쯤 꼭 들춰보는

    필독서이구요. 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 


홉스봄이 태어난 것이 공교롭게도 러시아 혁명으로 소련이 탄생한 1917년이네요. 그리고 열다섯 살에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열아홉 살에 공산당에 들어가 거의 50년 동안 당적을 유지했지요. 1990년대 동구의 몰락을 지켜봤고 스스로를

실패한 이상에 생애를 바친 사람이라고 평가했지만 평생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했지요.

그런 점에서 반골이었다고 할 만하지요.

 스탈린의 만행이 폭로(1956)된 이후에도, 1980년대에 영국 공산당이 해산한 후로도 평생을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로

 살아갔으니까요.

 2012,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9세기 3부작(<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비롯해 많은 저작들을 남겼어요. 장수한 덕에 1994년에 20세기사를 다룬 <극단의 시대>를 내놓기도 했지요

사학계에는 오래 사는 것도 역사학자의 중요한 재능이다라는 농담이 있다는데 홉스봄은 오래 산 덕에 20세기사를

다룰 기회를 얻은 셈이죠. ^^

 

Q. 홉스봄의 역사에 대해 검색하면, ‘이중혁명’ ‘장기 19세기’ ‘만들어진 전통등이 키워드로 떠오르더군요.

    그가 역사 해석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고도 하구요. 그가 다른 역사가들과 다른 점 그 역사가라고 불리게 된 이유기

    궁금히네요. 

 

그의 역사관은 크게 전체사와 민중사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혁명의 시대>가 출간된 60년대는 아날학파 3세대,

포스트모더니즘, 구조주의가 등장하던 시기였는데 이때 대문자로서의 역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었어요.

세계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역사란 없다는 게 대세였죠. 그렇지만 홉스봄은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도 전체사를


파악하려는 관점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가 말한 전체사는 연대기적 역사관과는 아주 다른 것입니다. 무슨 왕이 몇 년도에 어디를 정복했다는 식의 정치사나

전쟁사 중심의 역사 기술이 아니라 역사 변화의 핵심과 그 효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주목해서 기술해야 한다는 게 전체사

것이죠.

역사가는 단순 역사적 사실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입장에서 과거의 역사를 해석해 냄으로써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지요.

 정치가들은 그런 역사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지요.

 그는 진짜 사람들의 역사를 연구했어요. 이를테면 노동자들이 어떤 옷과 모자를 썼으며 무엇을 먹었고 어떤 놀이를

 즐겼는지와 같은 것들을요. 그리고 산업혁명과 대공장 노동이 어떻게 이름 없는 노동자의 삶을 바꾸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결과 우리가 속한 근대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이른 과정을


 보여줍니다. 

 

Q. 제 기억으로는 홉스봄의 혁명시리즈를 일 년 전 즈음에 <일요인문학> 세미나에서 읽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때 홉스봄의 혁명시리즈를 읽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당시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게 된 것은 평일 세미나에 참석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주로 모였기 때문이었어요.

처음에는 평전을 주로 읽었는데 파농, 간디, 무이카, 도로시 데이 등의 삶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들의 혁명적인 삶 자체가 그들을 낳은 19세기 격변의 시대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도 깨닫게 되면서

역사에 대한 공부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우리 모두 근대적 인간이고 20세기가 주조해낸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 시대를 만들어낸 과거에 대한 이해과 성찰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늘 그렇듯이 하나의 공부가 또 다른 공부를 열게 된 것이죠.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Q. 역사는 흥미로우면서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혁명의 시대>를 읽기에 앞서 당부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시다면 ?

   

 

앞서 말했던 것처럼 홉스봄은 연대기적 기술로 역사를 다루지 않습니다. 따라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역사의 인과 관계를 해석하고 설명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그다지 친절하게(?) 서술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인물, 사건 등은 그때그때 스스로 찾아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요즘은 검색창에 입력만 하면 아주 친절하고도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조금만 부지런하게 책을 읽으라는

 게 조언이라면 조언이겠군요. ㅎㅎ

 

Q.  끝으로 이번 파지사유 인문학의 기획이 역사라는 맥락에서 드리는 질문인데요. 우리가 <혁명의 시대>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결국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역사란 인간의 삶을 다루는 것이죠.

아래로부터의 역사에 대한 홉스의 애정과 헌신은 실은 우리 시대의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묻는 데 있었어요.

그는 말미에서 이전 시대에 비해 숫자로는 <혁명의 시대>가 최상의 시대였음을 증명하지만 실제 인간의 삶은 최악의 시대였다고 말합니다. 그 시기에 이전 시대에는 없었던 ‘사회적 빈곤,  노동 빈민 등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고통을 표현하는’  개념들이 등장했으니까요.

 

이번 인터뷰와는 별도로 일요인문학에서 요요샘과 함께 <혁명의 시대>를 읽었던 히말라야에게도 강좌 추천의 말을 부탁했었답니다.

아무래도 먼저 공부한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그런데 히말라야 역시 요요샘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강좌에 꼭 참석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주었네요.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이중혁명이 일어나던 시대는 홉스봄의 표현대로라면, 모든 계량될 수 있는 것들의

 '최상급'의 시대였습니다. 홉스봄은 과학과 지식이 이때만큼 득의양양한 적도 없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인류의 탄생 이래

가장 추악한 세계를 낳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홉스봄이 '혁명'의 시대라고 말한 것이 단지 지나간 과거의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만을 일컫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네요.  가장 추악한 세계 속에서 태어난 또 다른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마구마구 듭니다. ㅎㅎ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 시대에 <혁명의 시대>를 함께 읽고 토론하며 진짜 혁명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우리 함께 알아 보아요~~ ^^ "


11월의 파지사유 인문학 <혁명의 시대> 다음 주 토요일 11월 11일 10시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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