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주역] 손익괘 후기- 부의 흐름에 대하여

관리쟈
2023-10-23 12:16
202

41번째 괘는 산택손, 42번째는 풍뢰익괘이다. 두 효는 위와 아래를 양말 뒤집듯 뒤집은 괘이다.

손괘의 損은 손해보다 할 때의 손이고, 익괘의 益은 이익이 되다 할 때의 익이다.

실제 이 두 괘는 부의 두 가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손괘는 아래에서 덜어 위를 주는 것이고, 익괘는 위에서 덜어 아래로 주는 것으로, 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누군가 손해이면, 그 상대인 다른 누군가는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손익의 초점을 보면 그 텍스트, 또는 해석자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정이천 등 유학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위를 물질적 부를 거두기 쉬운 지배층으로 보고 아래를 서민으로 본다.

그러므로 손괘는 서민에게서 거두어 들이는 부, 대표적으로 세금으로 볼 수 있고, 익괘는 그것으로 펼치는 복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위로 향한 부를 손해로 본다는 점에 바로 유학자들의 정치철학이 들어있음도 알 수 있다.

서민들이 내는 세금은 서민들이 손해로 보기 쉬운 것이지 지배층의 이익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익괘보다는 손괘에 굉장히 경계하는 말들이 많이 붙어있다.

 

“損 有孚 元吉 无咎 可貞 利有攸往(손 유부 원길 무구 가정 이유유왕) 曷之用 二簋可用享(갈지용 이궤가용향)

손괘는 믿음이 있으면 크게 좋고 길하고 허물이 없고 바르게 할 수 있으니 가는 바를 두는 것이 이롭다. 어디에 쓰겠는가. 제기 두 개만으로도 제사를 받들 수 있다.”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세금을 내도 아깝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가도 묻는다(曷之用). 이궤가용향은 소박하게 제사지낸다는 뜻으로, 거두어들일 때 최소한만 하라는 의미이다.

정이천은 세금을 거두는 용도가 될 수 없는 것도 예로 들어주는데,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화려한 궁궐을 짓는 등 쓸데 없는 건축사업을 위해 세금을 거두면 안된다.

지배층이 맛있는 것 먹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안되고, 죄인을 많이 만드는 법과 형벌을 위해 거두는 것도 안된다.

물론 전쟁을 위한 것도 안된다. 고금을 막론하고 아마도 저 네가지는 세금을 거두거나 쓰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저런 목적의 세금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것은 익괘에서 볼 수 있다.

 

“益 利有攸往 利涉大川 (익 이유유왕 이섭대천)

익괘는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이롭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익괘는 단전에서 웅장하게 풀어준다. 하늘은 베풀고 땅은 낳아서 그 유익함이 끝이 없다고.

공공의 부는 서민들에게 보태어주는게 명분에 맞고, 그 외의 다른 목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다익선인 것이다. 효사에는 많이 베풀면 서민들이 게을러지지 않을까,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나온다.

“혹 보탤 일이 있으면 열 명이 벗이 도와준다. 거북점일지라도 이를 어길 수 없으니..”

공공의 부의 성격이 충분하면 사람들은 알아서 보태는데 그건 점을 쳐서 길흉을 물을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이 두 괘를 함께 보면서 든 생각은 현재 우리는 세금에 대해서 불만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적 차원으로는 세금이라 했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부의 흐름도 다원화되므로 따져볼게 더 많은 것 같다.

이를 테면 전문가들이 부를 거두어들이는 핵심에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그런 부의 이동을 공공의 부 관점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사람들의 신뢰로 부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가보다.

이 두괘는 ‘신뢰’를 굉장히 강조한다. ‘신뢰’로 형성되는 부의 공공적 흐름, 이러면 또 빠질 수 없는게 문탁의 기금이다.

청년들에게 쓰이는 길위기금, 이것은 부의 흐름이 막혀버려 곤란한 처지에 빠져있는 이 시대의 청년세대들을 생각해보면, 공공의 부의 흐름을 창출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대기금, 상호돌봄의 부의 흐름을 틔우는데 미약하지만 큰 뜻을 만들어내는 일인 것같다.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뜻 보태주는 이들이나, 묻지 않아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액수에 상관없이 잘쓰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나, 모두, 정이천 선생님이 보셨으면 매우 좋아하셨을 것 같다. 우리도 기금으로 인해 많이 행복하다.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14
<크리에이티브 주역> 택화혁괘 발제 (1)
동은 | 2023.11.13 | 조회 100
동은 2023.11.13 100
113
<크리에이티브 주역 시즌 2> 택수곤괘/ 수풍정괘 후기 (1)
플로우 | 2023.11.12 | 조회 168
플로우 2023.11.12 168
112
< 크리에이티브 주역 시즌2 > 48. 수풍정괘 발제 (1)
플로우 | 2023.11.05 | 조회 192
플로우 2023.11.05 192
111
크리에이티브 주역 시즌2 46. 지풍승 발제
김지원 | 2023.10.31 | 조회 147
김지원 2023.10.31 147
110
<크리에이티브주역> 43.택천쾌 (1)
인디언 | 2023.10.23 | 조회 147
인디언 2023.10.23 147
109
[크리에이티브 주역] 손익괘 후기- 부의 흐름에 대하여
관리쟈 | 2023.10.23 | 조회 202
관리쟈 2023.10.23 202
108
(세미나 후기)수산건&뇌수해....다리를 절며 무리하게 가지말라 (1)
봄날 | 2023.10.16 | 조회 213
봄날 2023.10.16 213
107
지원이와 만원짜리 한 장 - 風化家人 후기 (4)
누룽지 | 2023.10.10 | 조회 174
누룽지 2023.10.10 174
106
크리에이티브 주역 시즌2 40. 뇌수해괘 발제 (1)
플로우 | 2023.10.09 | 조회 259
플로우 2023.10.09 259
105
크리에이티브주역 4회차 발제입니다. (1)
김지원 | 2023.09.26 | 조회 262
김지원 2023.09.26 262
104
천산둔괘/뇌천대장괘 후기
둥글레 | 2023.09.19 | 조회 166
둥글레 2023.09.19 166
103
크리에이티브주역 시즌2-세번째 시간 발제 (1)
인디언 | 2023.09.18 | 조회 195
인디언 2023.09.18 195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