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4대 난괘중의 하나인 수산건(水山蹇)괘와 그 어려운 상황이 풀려나는 뇌수해(雷水解)괘를 읽는 날이었습니다. 추석연휴로부터 시작된 감기몸살이 여전히 잘 낫지 않고 있는데다, 사다리 일도 마치 절름발이처럼 역부족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산건괘 발제가 생각보다 지치게 하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수산건괘의 건(蹇)이라는 글자는 이 괘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절름발이'라는 상황으로 말해줍니다. 상황 자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때,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멈추는 것입니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말처럼 당연하게 들리는 이 이야기를 주역이 왜 하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을 사람들은 종종 망각하고 무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멈춤의 지혜'는 생각보다 쉽게 발휘되기 힘듭니다. 왜냐 하면 다리를 저는데도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자신이 다리를 저는 것을 모르기 쉽죠.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멈춰야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면 '아, 이 시점에서 멈춰야겠구나' 하는 판단이 쉽게 서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시각을 가진, 일의 추이를 잘 판단하는 군자가 아니라서 동티가 나곤 합니다. 

蹇 利西南 不利東北 利見大人 貞吉

건은 서남은 이롭고 동북은 불리하며 대인을 만나면 이로우니, 곧으면 길할 것이다.

괘사에서 서남은 음의 방향이고 음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음의 운동에너지를 써라, 즉 가는 것의 반대로 힘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괘사의 대인은 구오일텐데, 수산건괘의 상황은 제 아무리 양강중정의 구오라 해도 버텨낼 수 없는 고난의 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구오를 따르는 집단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九五 大蹇 朋來(구오는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올 것이다)에서 말하는 벗이 바로 그런 조력집단일 것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주면의 도움이 필요하다....

갑자기 지금의 제 상황이 절뚝거리는 상황인데, 무리해도 이것저것 결정하고 일을 해나가는 것이 혹 수산건괘의 군자와는 반대인, 소인의 작태를 답습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사무실 이전과 같은 방식이 무리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이 상황이 바로 수산건괘라면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몇 년동안 꾸역꾸역 공부한 주역이 뭔가 해법을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수산건괘의 상황설정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이도저도 안되면 그냥 눌러앉으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멈춘다'는 것은, 그리고 그 멈춤이 '지혜'가 된다는 것은 '좌절'의 상태가 아니라, 어떤 '가능성'을 짚어가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끊임없이 변화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우주소년이 저에게는 대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제가 우주소년에게 대인이 될지도 모르구요.(새로운 공간에 사다리와 우주소년이 함께 들어가게 되거든요)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합을 맞추어 일을 도모하는 것. 당장의 매출을 늘리는 것에 안달하지 않고, 함께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들에 주목하고 면밀하게 살피는 것. 퍼뜩 수산건괘가 요구하는 지혜로움은 요원한 곳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왔습니다......세미나 친구들의 응원을 기대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