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2분기 4회차]후기: 관중은 인한가 아니한가

바람~
2021-05-31 23:01
261

공자의 제자 자로와 자공이 공자에게, 관중이 인한지 물었다.

100년 정도 앞선 시대의 유명한 관중을 공자가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자들은 궁금했으리라.

두 사람의 질문이 살짝 다르고, 공자의 대답 또한 다르다.

 

헌문 17장.

자로가 물었다. 환공이 공자규를 죽였을때 소흘은 거기서 죽었는데, 관중은 죽지않았으니 인하지 않지요?

공자가 답하기를, 환공이 제후들을 규합할때 무력을 쓰지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다. 누가 그만큼 인하겠느냐. 

 

헌문 18장.

자공이 물었다. 관중은 인한 자가 아니죠? 환공이 공자규를 죽였을때 죽지도 않았고 그를 도와 재상을 했어요.

공자가 답하기를,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후국의 패자가 되게 하여 천하를 바로잡고 백성들이 지금까지 그 은혜를 받게 하였다.

관중이 없었다면 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좌측 어깨를 드러내는 야만인으로 살았을 것이다. 

어찌 필부의 약속을 지킨다고 봇도랑에 목을 매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과 같이 하겠느냐.

 

자로는, 관중이 따라죽지 않았으니 인하지 않다.

자공은, 관중이 죽지도 못했으면서 환공을 도와 재상까지 했으니 인하지 않다.

두 사람의 성격에 따라 '인하다'고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공자규가 죽었을때, 소흘은 죽었는데 관중은 왜 따라죽지 않았을까.

관중은 정치를 하는데 뜻을 두고 있었고, 그 일이 최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십팔사략>을 보면, 포숙아와 소흘과 함께 약속한다.

서로 다른 공자를 섬기며, 누가 제후가 되든 나라를 다스리는 이를 섬기며 정치를 하는 사람을 서로 돕자고.

공자규가 죽게되자 소흘이 죽으면서 관중에게 말한다.

"나는 대의를 위해 죽어서 이름을 남길테니 당신은 정치를 잘하여 뜻을 이루어 이름을 남기시오"

극적으로 과장되긴 했지만, 관중이 정치에 대해 얼마나 열망했는지, 준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짐작케 한다.

그래서, 의심이 간다.

관중이 환공을 화살로 쏘았을때, 진짜 환공을 죽이고 싶었을까.

혹시 일부러 허리띠를 맞춘것은 아닐까...

죽이려들지 않고 해만 끼치는 척 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한 것일지도...

그리고, 포숙아의 설득을 충분히 짐작하여 알고 기다렸을것 같다.

억측이라해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으니...^^

관중은 '매우 강렬한 정치욕'을 갖고 있었던게 분명하고, 그런 사람이 소위 '실용성 없는 대의'에 죽을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관중이 죽지않을 사람이라는데 한표!

인하든 말든 노관심이었으리라는데 또 한표!

 

그리고, 관중은 환공을 도와 무려 40년간이나 재상을 한다. 

<관자>를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관하여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세하고 엄격하게 고민하고 시행한 것을 알수 있다.

열심히 일하고 준비한대로 잘 한것 같다.

덕분에 환공은 패자의 이름을 날릴 수 있었으니까.

어진 신하를 알아보고 잘 쓰면 본인이 아주 훌륭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정치를 할수 있다.

물론 어진 신하를 알아보고 기용할 줄은 알아야겠지만.

위영공은 무도했으나 훌륭한 신하들이 있어서 망하지 않을수 있었으니 말이다(헌문 20장 소략). 

 

그런데, 관중이 인한가에 대한 공자의 대답은 어떠한가.

앞서 팔일편에서 제자들이 물었을때 공자는,

"관중은 그릇이 작았다, 검소하지도 않았고, 신분에 맞지않는 사치를 하니 예를 알지도 못했다(팔일 22장 소략)"

라고 좋지않은 평가를 했다.

헌문편에서의 자로와 자공의 물음에는 관중의 '치국을 위해 애쓴 공로'에 대해 좋게 평가한다.

자로에게는 관중이 인하다고까지 답한다.

자공에게는 '괜히 필부의 약속을 지킨다고 목매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것과 같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답하고.

여기에서의 인은 공자가 안회에게 언급한 수준의 인과는 좀 다르다고, 우쌤은 말씀하셨다.

그러니 인하다고! 결론짓기엔 무리가 좀 있어보인다.

 

관중이 인한가 인하지않은가는... 그닥 중요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고전을 공부하면서 배운 '인'과는 거리가 좀 있어보인다.

다만, 공부를 하면서 준비해오던 '정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가 '실용적인 선택'을 잘 한것 같다.

정치를 하며 인간적으로 흠이 있지만, 40년이나 하면서 그정도도 쉽지 않은것 같고, 대체로 '잘' 한 것으로 보인다.

공자의 철학적인 이상에는 못 미치지만, 실용적인 면으로는 충분히 공을 쌓은 '괜찮은 정치인' 같다.

 

포숙과의 멋진 우정을 누린 관중으로만 기억했는데,

<논어>와 <관자>를 보니 관중은 어쨋든 '대단한 정치가'였다. 

 

 

 

 

 

댓글 3
  • 2021-05-31 23:11

    질문을 댓글로 남겨보아요^^

    19장에 나오는 공숙문자가 20장에 언급된 중숙어와 같은 인물인가요?

    중숙어는 공야장편 14장에 나오는 공문자와 같은 인물이라고 하신것 같은데... 공숙문자는 놓쳤어요ㅠㅠ

    • 2021-06-04 20:24

      수업시간에 확인해보니..

      공문자와 중숙어는 같은 사람이고,

      공숙문자는 다른 사람이네요!

  • 2021-06-06 13:28

    자문자답하셨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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