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4회차 후기: 향원에 대하여

바람~
2021-08-12 22:19
263

공자님은 향원(鄕原)이 싫다고 하셨어!

 

공자님은 詩를 무척 중요하다 생각하신 것 같다. 앞서 陳亢이 공자님의 아들 伯魚에게 선생님이 특별히 가르쳐 준 것이 있느냐 물었을 때, 백어의 대답에 시를 배워야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셔서 시를 공부했다고 했다(季氏편 13장). 오늘 비슷한 문장이 나왔다. 詩經의 國風 周南과 召南을 읽지 않으면 꽉 막힌 담장과 마주한 것과 같다(陽貨편 10장)고 하셨다. 아울러 詩는 興, 觀, 羣, 怨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도 하셨다(陽貨편 9장). 즉, 시는 마음의 방향을 감발시키고, 득실을 볼 수 있게 해주고, 무리와 化하면서 휩쓸리지 않게 해주고, 원망의 마음을 조절하여 분노하지 않게 해준다. 가까이는 부모를 섬기고 멀리로는 군주를 섬기며, 조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 수 있게 된다. 동양 시학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溫柔敦厚라고 선생님은 말씀해 주셨다.

 

시경을 4분기에 잠깐 맛본 나로써는...같이 얘기할 상대도 안 되고, 주남과 소남을 못 읽었으니 공자님은 못 뵐 것 같다. 그래도 興, 觀, 羣, 怨의 의미를 갖고 있고, 溫柔敦厚를 배울 수 있다니 언젠가는 詩를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특히 원망을 조절하여 분노하지 않게 해준다는 대목이 끌린다. 마음을 조절하고 싶어질때 '1일 1시 읽기'에 한번 도전해볼까...

 

공자님의 오늘 말씀에는 경계하고 미워하는 것들이 많이 등장했다. 鄕原(陽貨편 13장), 道聽而塗說(陽貨편 14장), 鄙夫(陽貨편 15장), 民有三疾(陽貨편 16장), 巧言令色(陽貨편 17장), 紫, 鄭聲, 利口(陽貨편 18장) 등. 그 중에 향원은 덕을 해치는 것이라 하셨다. 아주 상종하기 싫은 사람의 유형으로 나온다. 주자의 해석을 보면, 향자는 수준이 낮은 뜻이 있다고 했다. 향원은 마을에서 성실한(原, 愿) 사람인데, 대개 유속에 쉽게 동화되고 더러움에 영합하여 세상에 아첨한다. 그래서, 그 마을에서만 유독 성실하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꼭 읽어보라 하신 맹자 진심 하, 37吾黨之士狂簡章을 보자.

 

만장이 묻는다.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왜 돌아기지 않으랴? 내 고장 선비들은 과격하고 단순하여 진취적이고 초지를 잃지 않는데’하셨는데, 무엇 때문에 노나라의 과격한 선비들을 생각하셨을까요?” 맹자가 답한다. “공자님이 中道之士를 얻어 가르치고 싶으나 얻지 못할 때, 그 다음으로 狂者와 狷者를 택하고자 하셨다.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하지 않는 일이 있으니까.” 만장이 과격한 사람을 묻자, 맹자 왈, “금장, 증석, 목피 같은 사람들이 공자께서 말씀하신 과격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뜻은 몹시 커서 ‘옛날 사람은, 옛날 사람은,’하고 말하지만, 그들이 행한 것을 살펴보면 그들의 말을 그대로 다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격한 사람도 얻지 못하면, 더러운 것을 접근시키려 하지 않는 선비를 얻어서 가르치기를 원하는 것인데, 그것이 고집센 사람(견자)이다.”

 

만장이 다시 묻는다. “공자께서 ‘내 문을 지나가면서 내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내가 유감스럽게 생각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향원(鄕原) 뿐일 것이다. 향원은 덕을 해치는 것이다.’하고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향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에 맹자의 답. “그렇게 뜻이 큰 것으로 어쩌자는 건가? 말은 자기 행동을 돌보지 않고, 행동은 말을 돌보지 않으면서 <옛날 사람은, 옛날 사람은> 하고 말한다. 하는 짓은 왜 그리 외롭고 차가운가? 이 세상에 났으면 이 세상에 맞게 살 것이다. 선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에 아부하는 자는 향원이다.”

 

만장이 묻는다. “한 고을에서 다 原人이라 부르면 어디 간들 원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자께서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신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맹자 왈, “그를 비난하려 하면 이것이라 들게 없고, 그를 풍자하려 하면 풍자할 거리가 없다. 流俗과 동조하고 더러운 세상과 합류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충직하고 신용 있는 것 같고, 행동하는 것은 청렴결백한 것 같아서 여러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자기도 그것이 옳다 여기는데, 그런 사람과는 요·순의 도에 함께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덕을 해치는 것이라 하신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似而非(사이비) 한 것을 미워한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다. 말을 잘 둘러대는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서다. 날카로운 구변(利口)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신용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다. 자주색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주홍색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다. 향원을 미워하는 것은 그가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다’ 라고 하셨다. 군자는 常道로 돌아갈 따름이다. 상도가 바로잡히면 평민들에게서도 역시 선한 기풍이 일어나게 되고, 평민들에게서 선한 기풍이 일어나면 그때 사특한 것이 없어진다.”(명문당 『맹자』하편 892~893쪽 해석 참고)

 

 

주자의 해석과 양화편 18장에서 공자가 싫어하는 내용이 맹자의 대답에 잘 표현돼 있다. 향원은 사이비라 마치 중도지사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 사실은 자기만족형 인간이라고 선생님은 풀이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떤 사람이 향원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생님은 덕을 확립하고자 하면 더 빨리 구별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향원이나 비부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내 주변에서 그들을 구별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별력을 가지려면...공부를 계속해야겠지...! 

댓글 3
  • 2021-08-13 11:03

    바람~샘의 충실한 후기 덕분에 복습도 하고 맹자까지 확인할 수 있네요

    모두가 칭찬하는 사람이 향원아닐까 싶어요

    선한 사람이 좋아하고 불선한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 이 되라고 했던가요? 

  • 2021-08-14 20:12

    다행이 저는 고등학교 단툑방에 매일 시를 올려주는 친구가 있어서 1日1詩 합니다.^^

  • 2021-08-17 09:17

    봉옥샘 멋진 친구분들을 두셨네요^^

     

    향원! 저도 이번 시간에 많이 생각하게 한 사람유형이예요. 샘이 잠깐 언급하신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과의 연결도 흥미로웠고요 한번 글쓰기 주제로 삼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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