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6회차 후기 -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애쓰는 자, 공자

바당
2021-06-15 01:33
311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애쓰는 자, 공자

 

공자가 세상을 배우고 뜻을 펼치기 위해 주유할 때 공부 꽤나 했던 은자들에게서 모진 평을 받게 된다. 이때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성문을 열고 닫는 하급관리(吏隱)이거나 망태를 메고 허드레 일을 하는(市隱)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자를 한자리 잡기 위해 제자들을 데리고 떠도는 출세지향자라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세상을 바꾸려고 자기 뜻을 펼칠 맹주를 찾는 자(知其不可而爲之者與)라고 보거나, 구차하고 천박하구나! 자기를 알아주지 못하면 그만둘 따름이지(鄙裁라 莫己知也 斯已而已矣)라며 비웃기까지 한다.

전 시간에도 농가인 듯한 미생무가 어찌 이다지도 출세에 연연해하며 싸돌아다니나? 말재주로 출세하려 하는구나(何謂是栖栖者與 無乃爲佞乎)라고 폄하하는 장면을 보았다. 이런 세간의 시선에 대해 공자는 부러움 반 답답함 반으로 답한다. 너희들은 과감한 사람들이구나, 다 끊고 가다니 사는 게 어려움이 없구나(果裁라 未之難矣)라고. 또 미생무에게는 하나만 알고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병이구나(疾古也) 라고 꾸짖는다.

 

이런 주변의 비아냥을 견뎌냈을 공자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아마도 그건 공자가 뜻을 둔 바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옛 문헌을 통해 군자라면 지켜야 할 도리를 정하고 그 기준을 지켜는 것, 즉 인(仁)과 예(禮)와 덕(德)을 행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나름의 가르침을 얻어냈다. 이를 통해서만이 한 나라의 전통이나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통치철학을 세울 수 있다라고 굳게 믿었다. 곧 유위(有爲)이다

게다가 그 가르침을 믿고 젊은 제자들에게 펼쳐냈으며 그 믿음이 점점 더 공고해져 갔다. 오랫동안 삶을 같이 하는 제자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성과도 냈다. 공자는 이미 혼자가 아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과감하게 세상과 끊고 갈 수가 없었다. 혼자라면 흐름에 맡겨 깊은 강을 건널 땐 옷을 벗어 이고 가고 얕은 내를 만나면 발을 걷어붙이고 건널 수 있지만(深則厲 淺則揭) 그럴 수가 없다. 이미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헌문> 마지막 편에 나오는 궐당동자 얘기도 공자의 교육방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했다. 흔히 선생이 심부름을 시키는 아이는 또래 중에서 좀 뛰어난 아이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혹자가 그렇게 묻는다 명을 받드는 걸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총애하는 아이인가 보죠? 라고. 이에 공자의 대답은 그 애를 가만히 지켜보니 어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선배들과 나란히 가는 것을 보니 학문이 나아지려고 하는 자가 아니라 빨리 성과를 내고자 하는 속성자였다고. 해서 심부름하면서 선배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겸손함을 익혀 그의 오만함과 조급함을 누르려고 심부름을 시킨다 했다.

공자의 교육은 공부를 빨리 익히고 지식을 많이 알아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게 하는 게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은 각자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공동체내에서 질서와 자기역할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 보았다. <헌문>까지 진도를 나가보니 이제야 공자가 설계하는 세상을 조금씩 더 엿보게 되는 것 같아 <<논어>> 읽기의 즐거움이 커가는 듯하다.

 

댓글 1
  • 2021-06-22 09:05

    새로운 길을 내는 사람은 늘 외로운것 같아요

    그래도 공자님은 서로 배우고 아끼는 제자들이 같이 있었으니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후기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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