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인문학2일차] 구미현 3대 수난과 현대사

청량리
2018-08-14 12:03
472



밀양인문학 2일차 후기 - 구미현 3대의 수난과 현대사

 

   밀양인문학 캠프 둘째 날은 장금이샘의 사주명리학 심화과정으로 시작됐다. 서로의 일간을 확인하고 자신의 꼬라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강의를 듣는 중간중간, 톤 때문인지 억양 때문인지 짧은 머리 때문인지, 장금이샘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고미숙샘을 보는 듯 했다. (내가 맡은 부분은 아니지만, 이건 꼭 밝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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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샘과 구미현선생님, 그 옆에 문탁 유일한 인문학 학사 차명식 선생>



   같은 공간에서 강의 듣고 밥 먹고 수다 떨다가 다시 밥 먹고 강의 듣다 보니, 카레밥과 묵밥, 김밥 중 어느 것이 아침인지 점심인지 헷갈렸다. 아무튼 맛난 점심을 먹고, 포럼의 자리배치를 하고 보니 어느새 앞자리에 구미현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언니분도 같이 오셨다고 하는데 어디 계시지? 두리번거렸지만 난 얼굴을 모르니 참 쓸데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보니 바로 내 뒤에 앉아 계셨다.

   과도한 애니메이션이 돋보였던 게으르니샘의 독립운동의 역사에 대한 짧고 명쾌한 설명으로 둘째 날 <역사와 기억> 포럼은 시작했다. 최근 자신의 학력이 공개적으로 밝혀진 명식군의 이어지는 발제도 참 좋았다. ‘침묵의 목소리를 다른 누구의 힘이 아닌 우리 자신의 힘으로써 수면 위로 끌어내기 위해 우리는 구미혜, 구미현 선생님 두 분을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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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전 말썽을 일으켰던 빔프로젝터와 그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빛나샘>

   이웃과 친구를 팔아넘기고 자신의 뱃속 채우기에 급급했던 친일세력이 오히려 독립운동가로, 국가유공자로 잘못 평가되는 경우도 많다. 이건 대놓고 사기 치는 거다. 그러나 구영필 선생님의 비극적인 죽음과 누명, 그리고 여러 차례의 서훈신청 거부 등은 서로 알면서 사기가 아닌 척 하는 거다. 같은 식구에게 뺨 맞는, 그래서 더 억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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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위기가 이렇게 계속 무겁지는 않았는데, 마이크가 무거워서 그런가>



   캠프에 못 가신 분들, 포럼 와중에 깜빡 졸았던 분들을 위해 아주 간략히 내용을 전한다. 밀양의 구영필은 독립운동을 위해 식솔들을 모두 데리고 만주로 이주한다. 그때 구미현의 아버지 구수만은 겨우 10살이었다. 구영필은 중국 길림성 영고탑에서 한인사회 건설에 전 재산을 쏟았고, 의열단 창설에도 주춧돌 역할을 했다. 그러나 김좌진쪽의 신민부가 영고탑으로 들어오면서 세력싸움이 일어난다. 신민부의 무장독립투쟁과 구영필의 문화자치적 독립항쟁 간의 입장 차이는 점차 커져갔다. 결국 구영필은 신민부원에게 피살된다. 그러나 해방 이후 신민부 출신들이 광복회장이나 보훈처 인사로 자리 잡으면서 구영필은 일제의 밀정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김좌진이 이끄는 신민부의 오점을 드러내는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구영필의 아들 구수만 역시 항일운동 중 고문의 후유증으로 병석에 눕게 되고 시력까지 잃게 된다. 평생 가난과 불행 속에서 살다가 결국 아버지의 독립운동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구수만의 딸들 들려주었다. 구미혜 선생님은 부산에서 주거지를 파괴하는 고속도로 개설에 반대했으며, 구미현 선생님은 밀양에서 공동체를 파괴하는 송전탑건설에 반대했다.


   구미현 선생님은 인문학캠프를 준비하면서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다시 한 번 만주로 떠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구미혜 선생님은 병환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 말을 애써 줄이셨다. 친일 행적자들의 보훈처 심사위원과 공무원들 때문인지 구영필 선생님은 거의 영구적으로 국가유공자 서훈에서 배제된 상태이다.

   보통 이런 싸움은 짧게 끝나질 않는다. 송전탑이 세워졌다고 국가폭력에 대한 우리의 싸움이 끝난 게 아니 듯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싸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곡된 역사와 편파적인 현실은 구영필 선생님만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 듯 말이다. 그래서 구미혜, 구미현 선생님도 국가보다는 우리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원조 골든벨의 여왕 노라샘도 이 포럼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준비했던 퀴즈를 접었다. 내심 아쉬웠으리라. 하지만 노라여행사에서는 이번 기회에 구미현 선생님과 중국 영고탑 답사일정을 잡아 우리에게 선보일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인문학캠프 이후 만들어질 기획세미나가 혹시 (이주노동자) 난민문제 계열과 (근현대사) 독립운동 계열로 나뉘어져 논쟁하게 될까 걱정이다. 끝~

댓글 2
  • 2018-08-14 14:10

    구미현샘 시간을 마치고 영남루로 산책나간 팀에서는 내년 3월이냐, 내후년이냐, 두 개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저는 내년 3월 간도파인데.. 거기에 자유시까지 얹어서 여행 일정을 짜면 좋겠다 싶네요.

    만일 자유시를 얹게되면 한가위샘에게 지원요청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희망사항ㅋㅋ)

    밀양의 빛나샘도 우리가 여행단을 띄우면 함께 하겠다며 격한 공감을 표하였다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 2018-08-14 19:17

      말이 씨가 된다고 그리 조심했건만

      말을 해버렸네

      영고탑에 가자고

      자유시까지

      내년 3월 가려면

      올 겨울 민족해방사를 몇번이나 읽어야 하나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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