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인문학1일차]운문사답사
요요
2018-08-12 21:31
551
아침8시에 출발한 버스는 1시경 조금 못되어 밀양에 도착합니다.
2시 사주명리학 수업에 들어갈 열댓 사람을 너른마당 앞에 떨어뜨린 후
나머지 18명은 청도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운문사는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사찰입니다.
운문이라는 절이름은 고려태조가 하사하였다는데,
운문선사는 당시 중국에서 이름을 떨치던 살아있는 선사였습니다.
운문선사에게 제자가 '부처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마른 똥막대기'라고 대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 강단있는 선사였지요.
운문사는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비구니사찰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밤새 버스를 타고 새벽에 운문사에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 기억이 우리를 운문사로 이끌었는지도 모릅니다.
4시가 되자 비구니스님들이 범종각에 올라 범종, 운판, 목어, 법고의 장엄한 소리로 새벽을 열었던 기억말입니다.
제게 운문사는 그렇게 소리와 새벽공기로 기억되는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낮인지라 사물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만세루에서 치는 법고 소리를 듣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만세루를 지나, 운문사 곳곳을 살폈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있게 본 곳은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신 비로전입니다.
비로전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건물이고, 부처님을 모신 좌대에는 목공예조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모신 벽의 뒷쪽에는 달마대사와 관음보살을 그린 거대한 벽화(후불탱화)가 있습니다.
이 역시 조선말의 그림인데 그 구도가 사뭇 대담하다고 느꼈습니다.
음.. 뭔가 학구적으로 연구하는 자세로 보이시겠지만
조각된 꽃이 연꽃이다, 국화꽃이다 검토하고 있는 일군의 아마추어 조사자들일 뿐입니다.^^
후불탱화는 사실 아무 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닙니다.
왼쪽이 달마대사, 오른 쪽이 관음보살입니다.
법을 구하고 있는 선재동자가 보이시나요? 바로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입니다.
선지식을 찾아 나선 선재동자의 간절함이야말로.. 제가 늘 갖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구름이 낮게 깔리더니 비가 우르르 떨어져서
저는 친구 몇명과 함께 비로전에 방석을 깔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구니 스님들의 낭랑한 독경소리가 마치 합창소리처럼 들려오더군요.
다음에도 제게 운문사는 다시 '소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유홍준선생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운문사의 아침예불을 극찬한데는
아마 이런 비구니 스님들의 떼창에 대한 감동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으르니는 그 때 그리스 여행의 어느 성당에서 들은 성가소리를 떠올리기도 했고
담쟁이는 독경소리 속에서 난생 처음으로 고요한 삼매에 드는 귀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모씨는 꾸벅꾸벅 잘 졸았다고 합니다.^^
1500년 된 절 운문사에는 500년 된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처진 소나무입니다.
이 소나무는 운문사의 또 다른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구는 절을 산책하고,
누구는 만세루에 걸터앉아, 누구는 사진을 찍으며, 누구는 절마당을 뛰어다니며
여유롭게 각자 운문사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누린 뒤
운문사를 나오기 전에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답사간 18명 중에서 초록 딸래미 지원이가 빠졌습니다.
지원이는 한 발 앞서 절문을 나서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후문이..ㅠㅠ
지원아, 미안해~~
앞의 사진은 모두 봄날이 찍은 것입니다
보너스로 히말라야가 찍은 '여인들' 연작 시리즈를 보여 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길을 걸어 운문사를 떠나왔습니다.
너른 마당에서는 인디언샘의 사주명리학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일군의 무리들은 청도 운문사에서 밀양 인문학캠프의 첫날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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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의 시원한 바람과 은은한 독경소리와 빗방울 떨어지는 푸른 소나무가 참 좋았어요.
시우가 꽂아준 이어폰에서 흐르던 올드팝송도 ㅋㅋ
아... 아쉽네요...
나도 꼭 가보고 싶어요, 새벽에...
더운 날씨에 딱 맞추어 내린 소나기가 참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