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너무너무 행복함미다

정군
2024-02-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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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싫어하는 게 참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바쁜 걸 참 싫어합니다. 반대로 쌓여있는 일을 집중해서 모조리 끝낸 후에 해야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상태를 정말 좋아하고요. 이런 성향 덕분에 일을 미리미리 빨리 끝내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이게 대체로 장점이 더 많은 습관이기는 합니다만... 세상에 좋기만 한 것은 없죠. 그 덕에 어디선지 모르게 계속 일이 생깁니다. 그러다보니 '올 클리어'가 안 되요. 쉼없이 뭘 하는 데, 마치 화수분처럼 계속 '해야할 일' 퐁퐁 솟아난달까요? ㅎㅎㅎ

또 한가지 아이와 관련된 일은 '해치우는' 게 안 되다보니 끊임없이 마음에 갈등 같은 게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육아(育兒)'는 결국 '육아(育我)'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뭐 그렇다고 제가 육아를 막 발벗고 나서서 한다는 그런 건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눈치눈치))

여튼, 그 육아와 관련된 주요 이벤트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네, 저희 딸 수빈이가 졸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이면 좋을텐데... 모든 졸업의 시작에 해당하는 유치원 졸업입니다. ㅎㅎㅎ

 

내심 몸튼튼상을 기대했는데, 약간 의외로 '반짝반짝 창의력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삼촌 이모들이 출동하여 축하해주었습니다(왜?).

아효... 참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으면서도 잠깐이군요. 이제 겨우 여덟살인데...  

 

여기서 끝나면 좋을텐데... 인생경험삼아 한가지 이벤트를 더 했습니다. 

이름하야 '피아노 연주회'라고요. 수빈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기관에서 수익사업 삼아, 이벤트 삼아 수강생들을 모아서 여는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북두령님이나 저나 이런 거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배웠으니 그래도 한번 정도 대놓고 뽐내기를 해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으로 다녀왔습니다.

'연주'라고 부르기도 좀 그럴 정도의 '연주'였지만, 실수도 여러번 했지만 놀랍게도 금방 자기 페이스로 돌아오더라고요.

간장종지 새가슴인 엄마 아빠보다는 멘탈이 좋은 듯 하여 다행입니다.

 

이 낯설고,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 분위기에서 기가 쫙쫙 빨렸던 엄마 아빠와는 다르게 꽤나 신난 눈치였습니다.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이어진 강행군(세-강-세-강)에 지친 아빠는 일요일 오후가 되자 점점 업무용 얼굴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는 왔습니다!!

와, 너무 좋았습니다만....

일이 하나 더 남았죠? ㅎㅎㅎ

1234 피드백 모임이 있네요. 그것까지 간신히 다 마치고 진짜 휴식이다! 하는 순간...

읽어야할 책들이 책상에 쌓여있는 게 눈에 띕니다...

 

아... 또 바쁘겠네요. 그래서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나는 바쁜 걸 그렇게 싫어하는데... 계속 바쁘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쁜 이유는 내가 바쁜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쁘지 않으려면 바쁜 걸 좋아해야 한다. 바쁜 걸 좋아하면 안 바빠질 것이다. 나는 바쁜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이런 게 바로 ‘적합한 인식’?ㅎㅎㅎㅎ ㅜㅜㅜㅜ)

댓글 9
  • 2024-02-27 00:12

    그냥 바쁜걸 받아들이세요. 힘들게 뭘 그렇게 세뇌를 ㅋㅋㅋㅋ
    바빠야 수빈이 고등학교 졸업이 빨리 올걸요?
    수빈이 첫번째 졸업 축하해요^^

  • 2024-02-27 07:58

    "쉼없이 뭘 하는 데, 마치 화수분처럼 계속 '해야할 일' 퐁퐁 솟아난달까요?"...를 수십년 하다보면
    그 운명에 순응하고, 어느 순간 달관하게 됨 (그러려니~~) 그럼 일정 도를 통하게 되는거쥐.

    그리고 저!! 육아, 재롱잔치 박수치는 거.....그것도 곧 끝나. 크하하핫 (일은 안 끝남^^)

  • 2024-02-27 14:51

    정군님이 바쁘다는 건.. 역량을 발휘하여 여기저기에서 공덕을 쌓는 일을 많이 하며 산다는 것!!
    세-세-세 덕분에 정군님을 문탁에서 자주 보니 저는 좋기만 합니다.(공덕 맞군, 공덕 맞아!!^^) ㅎㅎㅎ

  • 2024-02-27 17:08

    하여, '정신은 좀 발견했우?'
    ㅎㅎㅎㅎ

  • 2024-02-27 18:38

    그래도 수빈이는 졸업하네요 ㅎㅎ
    바쁜게 좋은건 맞아요
    근데 그냥 그런가보다~~ 이게 더 맞아요 ^^

  • 2024-02-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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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7 23:07

    정신의 발견... ㅋㅋㅋ 희랍 정신의 힘으로 잘 견뎌주세요

  • 2024-02-28 11:06

    업무용 얼굴을 잃은 그 모습에 빵! 터졌음
    화석(화요일 저녁 같이 먹는 모임)친구 화이팅!!!!
    바빠서 죽지는 않더라구요~ㅋㅋ

  • 2024-02-28 11:13

    수빈아 문탁에 좀 놀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