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고전학교를 해야 하는 이유

자작나무
2024-02-08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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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기가 진짜 어려웠던 분들이 있었어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좋은 경험이 될 게 분명하니까 저희에게 해보라고 무작정 권하거나, 청년들이 오면 좋은 그림이 될 것 같다면서 그 일의 취지와 상관없이 저희를 불렀어요. 처음엔 오라면 다 같죠. 그런데 ... 그런 분들 말은 그냥 다 들어야 하는 거였어요. 부담스러웠죠. 장년과의 관계를 권력적인 관계라고 봤던 것 같아요."

*김고은, <함께 살 수 있을까 ;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 187쪽. '우주소년' 현민이 한 말이지만, 이 안에서 청년과 장년의 관계를 고민하는 고은의 목소리가 오버랩되어 들리는 것은 나만의 환청은 아닐 것이다. 

 

 

청년이 장년과의 관계(다른 관계도 고민이 되겠지만)에 힘들어 하듯, 장년도 청년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한다. 어떻게 말을 붙일까, 이런 건 물어도 될까, 물었는데 댓구도 안 하면 어쩌지....등등. 관계의 고민, 그중에서도 나이에서 오는 차이, 자라온 배경의 차이에서 오는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 등등 청년과 장년은 어쩌면 서로 대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라떼'가 아니라고 항상 생각하지만ㅠ (사실 요즘은 늘상 카페'라떼'만 마신다.)

 

이렇게 서로 데면데면하고 서로의 다름에 서로 눈치만 보는 청년과 장년이 만난다. 그것도 공자왈 맹자왈 하는 중국 고전을 함께 읽으면서 말이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실 나는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조심스럽다. 내가 꼰대짓을 하면 어쩌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듯, 내가 더 오래 읽었다고 으스대면 어쩌지? 하는 조심스러움.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 그녀가 읽어내어 그려낼 새로운 고전에 대한 기대. 마음이 설렌다. 같이 공부했던 왕년의 이문서당 멤버들과는 이게 맞니 저게 맞니, 서로 자기 의견을 밝히느냐 오디오가 쉴 틈이 없었다. 커지는 소리만큼 토론에서 오는 기쁨^^;이 있었다. 물론 귀는 아프고, 다른 문제도 있었지만^^. 쨌든 이문서당의 '고인물'^^들 말고, 작금의 현실에 온몸으로 반응하고 그 힘으로 고전을 접하는 청년이 읽어내는 고전이 너무 궁금하다.

 

*23년 여름, 출판기념회에서의 모습

 

24고전학교, 한 명의 '유교걸'의 등장이다. 그녀의 등장으로 우리의 공부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세대 간의 갈등을 뚫고 서로 화합하거나, 파탄하거나. 뭐 그렇다고 한들 무슨 큰일이 있겠는가. 서로 데면데면하게 멀뚱멀뚱 보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속 시원히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는 어쩌다 유교 아니 중국 고전의 길에 들어 왔던가. 여기에는 어떤 필연은 없지만, 결국 지금 여기까지 고전을 갖고 낑낑댄다는 것은 운명인 게 아닐까.  그러니 고전 앞에 선 청년과 장년, 같은 운명을 진 우리는... 이미 동지다. 동학! 

 

 

댓글 2
  • 2024-02-08 10:32

    2024년 다시 고은과 중국철학사를 공부하게 되었네요.
    고전에 대해 더 단단해 질수 있도록 함께 열심히 해 봐요~

  • 2024-02-08 14:44

    어맛
    저는 얼레벌레 이문서당 <장자> 강의에서 조는 것으로 동양고전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어쩌다 유교걸> 내놓고 기초 공부가 부족해서 많이 찔렸는데요^^...
    드디어 제게도 기초 공부할 기회가 온 걸까요? 어찌나 다행이고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선생님들 덕분에 올해는 동양고전 기본기를 단단히 닦는 한 해로 보내보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 꿀을 찾는 벌의 마음이여요. 선생님들의 지혜와 지식을 열심히 빨아먹어보겠습니다(?)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