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철할 시즌 2-<국가> 후기-불의의 극치

느티나무
2022-06-21 08:31
237

1권에서 소크라테스는

트라쉬마코스와의 긴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불의가 정의보다 더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겨우 인정하게 만든다. 정군님은 트라쉬마코스의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왠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꿈치로 버티고 있는 것처럼 그래도 정의가 우리를 이롭게한다는 믿음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2권을 읽으면서 불의가 정의가 되어가는 현실을 인정하게 될까 불안하다. 

팽팽한 긴장 속에 트라쉬마코스와의 논쟁이 마무리되고

2권으로 들어가며 마음을 조금 놓으려는 순간 글라우콘과 그의 형 아데이만토스가 상기시킨다,

소크라테스는 아직 정의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도발하듯 묻는다.

“선생님께서는 올바른 것이 불의한 것보다 모든 점에서 더 낫다고 정말로 우리를 설득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단지 설득한 것처럼 보이고 싶으세요?”

2권에서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정말로 그러한 것’과 ‘그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르다. 불의의 극치 즉 완벽하게 불의한 것은 불의를 행하고도 들키지 않는 것, 올바르지 않으면서 올바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불의한 자들은 정의가 가져다주는 평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렇다.(그렇다면 그들도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정의가 좋은 것이라는 점에, 정의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말인데...)

왠지 뜨끔하다.-완벽한 자기기만인가? 

그들은 신들조차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불의와 정의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글라우콘 형제는 그래도 정의, 그 자체로서 좋은 것인 정의를 찾고 싶다. 

그 자체 때문에 즐겨 갖고 싶어하는, 그 자체 말고는 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해한 즐거움도 아니요,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서 생기는 유익함(혜택) 때문에 좋은 것도 아닌,

그 자체 때문에도 그 결과 때문에도 우리가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좋은 것을 말이다. 

 

그들은 아직 정의가 불의보다 더 나은 것이라는 정의를 위한 변론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자신들은 정의가 그 자체 때문에 칭찬받는 것을,

그것도 소크라테스에게서 듣기를 바란다.

트라쉬마코스와 달리 소크라테스에게 덜 공격적이지만 더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그 답을 얼릉 듣고 싶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고구마다.

언제 시원하게 답을 말해 줄까?

그 답이 있긴 한 것일까?

 

‘불의를 당하는 쪽의 불이익이 불의를 행하는 쪽의 이익을 능가하며, 불이익은 피할 수 없고 이익은 취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경험하고 있는 사회 역시 그러하기에 감히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트라쉬마코스에게 무릎을 꿇게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진짜 그러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불의가 더 유익하다고 말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신념들이 모두 무너져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악덕은 행하기 쉽다.

나쁜 것은 힘들이지 않고 무더기로 얻을 수 있소.

길은 평탄하고, 그것은 아주 가까이 살기 때문이오.

그러나 미덕 앞에는 신들께서 땀을 가져다 놓으셨소.

댓글 3
  • 2022-06-21 11:55

    와아, 느티나무샘이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일단 따라가느라 바쁘지만 저도 정의와 불의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려 해요. 겸목샘의 <영혼과 정치와 윤리와 좋은 삶> 읽고 있으니 플라톤의 <국가>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네요~^^

     

  • 2022-06-21 22:54

    저는 오늘까지 읽고나서, 지금 텍스트에서 플라톤이 '정의 그 자체'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여전히 '정의 그 자체'가 어떤 것인지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 '불의'를 논파하면서 중요한 지렛대로 사용한 '수단으로 삼은 정의는 정의일 수 없다'는 말이 플라톤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있는 것'(신화의 의롭지 못한 이야기)들에 커튼을 치는 일의 '정당성'은 '국가의 수호'라는 목적에 따르는 '수단'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놓고 보면 2권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잘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걸 납득 가능하게 해석할 수 있느냐 하는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ㅎㅎㅎ 쓰다보니 '오늘'의 후기가 되고 말았네요. 

  • 2022-06-26 13:13

    역시~ 느티샘의 후기는 깊이가 다르네요.
    수업시간엔 따라 가기 바쁜 데, 느티샘의 후기로 한 번 더 정리가 됩니다.
    함께 낭독해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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