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원론>일곱번째 후기-작도는 상상이 아니다

여울아
2023-09-19 18:18
219

갈릴레이의 <두 새로운 과학>을 읽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자신이 본 것(감각한 것)과 다르지만 논리적인 판단으로 수리(비율)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그런데 수학세미나에서 작도를 하게 되면서 이들에게 진리는 추상적이거나 애매모호한 것이 아니라 자명했다는 것. 초반엔 자와 콤파스도 없이 증명을 따라가며 대충 그림을 그리니까 몰랐는데, 증명이 복잡해지면서 정교하게 작도를 하기 시작하니까 비율 관계는 자명하게 보여지는 것이더라구요. 이 당시에도 눈금 없는 자와 콤파스로 작도를 하면서 증명을 했을 테니, 그 증명을 제대로 따라가는 사람에게 비율 관계는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카르트의 좌표와 뉴턴의 방정식이 정립되기 전까지 기하학만으로도 무게 중심을 잡고 건물을 올리고 할 수 있던 것은 기하학이 수식을 대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기하학적 대수학"입니다. 가령 두 수의 곱은 양변의 길이가 두 수와 같은 도형 "직사각형"을 그리면 됩니다. 

 

<원론> 제2권의 평면기하는 2차 방정식과 대수학 공식들을 기하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가령  =x(xy)+xy이라는 방정식은 어떻게 도형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2권 명제2. 직선이 임의로 잘리면, 선분 각각과 전체로 둘러싸인 직각 (평행사변형)들(의 합)은 전체 직선으로부터의 정사각형과 같다. 

 

AB의 길이를 가진 선분을 긋고, 동일한 길이의 정사각형을 만든다.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방법은 콤파스를 이용해서 원의 반지름을 이용해 수직을 작도하고 AB의 길이와 같은 AD를 그어라. 그리고 엇각이 같은 평행선으로 DE를, BE를 그어라. 짜잔.. 정사각형이 만들어졌다. 눈금자만으로는 엄밀한 정사각형을 작도할 수 없다!!! 왜냐 길이(둘레)가 같다고 수직(직각)이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나머지 증명을 따라가 보자. AB 사이에 C라는 아무 점이나 찍어보자. 그리고 콤파스를 이용해서 수직선 CF를 이어보자. 이제 선 분할을 통해서 우리에게는 직사각형이 2개 생겼다. 이때 ADFC는 BA와 AC로 만든 직사각형이다. 왜냐하면 BA=AD이기 때문이다. CFEB는 AB와 BC로 만든 직사각형이다. 왜냐하면 AB=BE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직사각형들은 AB로 만든 정사각형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그리고 이 기하학적 증명은 AB의 길이를 X로 놓고, CB를 Y로 놓은 방정식으로 정사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방정식 X²=X(X-Y)+(XY)이다. X(X-Y)는 ADFC 직사각형의 넓이이고, XY는 CFEB의 넓이이기 때문에 이 둘을 더하면 정사각형의 넓이이다.

 

너무 간단한가. 그럼 좀 복잡한 도형으로 시도해보자. 

 

명제5.직선이 같은 (선분들)과 같지 않은 (선분들)로 잘리면, 전체의 같지 않은 선분들로 둘러싸인 직각 (평행사변형)은 잘린 것들 중 중간(선분)으로부터의 정사각형과 함께, (전체 직선의) 절반으로부터의 정사각형과 같다. 

 

여기서는 이등분 C점을 잡고, 아무 점 D를 잡아서 길이가 다른 도형을 작도하고, AD와 DB로 만든 직사각형(AKHD)과 CD로 만든 정사각형(LEGH)의 넓이가 CB로 만든 정사각형(CEFB)의 넓이와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AKHD+LEGH=CEFB

자세한 증명은 생략하고 이들이 왜 같은지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C점을 깃점으로 양쪽 직사각형은 넓이가 같다. 평행사각형은 대각선을 긋고 두 개의 정사각형을 분할하여 떼어내고 나면 나머지 남은 도형 2개가 같다는 명제1권 47을 이용하면 CLHD=HGFM 두 직사각형이 같다. 그러면 정사각형 CEFB의 나머지 직사각형 DGFB의 넓이는? AKLC와  같다. 

 

이 도형의 넓이 구하는 방법을 이차방정식으로 만들어보자. AB는 a, DB는 x라고 하자. 그러면 ax-x²=AKHD=CLHGFB(ㄱ모양도형) 이때 도형의 넓이를 b²이라고 하고, a값(AB길이)이 주어진다면 방정식은 ax-x²=b²이다. 

 

이번 해설편을 읽으며, 유클리드가 <DATA>라는 책도 썼다는 것을 알았다(아마도 이 책 역시 집대성? 편집?). 아무튼... 그 데이터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데이터일까? 무척 궁금하지만, 설명없이 곧바로 명제들이 소개되고 있어 나로서는 <원론>과 어떻게 다른 책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하 도형뿐 아니라 데이터분석까지 유클리드에게 빚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제2권은 명제가 14번까지 밖에 없었지만... 역대급으로 증명이 힘들었다. 왜냐하면 갑자기 나타난 방정식은 내게 너무 먼 당신인지라 해설서가 바로바로 읽히지 않았고, 더 큰 문제는 이 명제들 모두 각각 독립적이라 정말 하나하나 증명이 다 달라서 미치고 팔짝 뛰게 인내를 요구했다. ㅎㅎ 

 

다음은 제3권 원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진도는 적게 나가기로. 이제 작도나 증명 보다는 인문학적인 소양의 측면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하여. 여름이 너무 길다. 그래도 끝은 있다... (단기 수학세미나는 9월 27일 마지막입니다~)

댓글 3
  • 2023-09-19 18:33

    지난 주 뚜버기에게 도형에서 방정식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어제 점심 시간에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뚜버기 왈 "재밌는데..." 뚜버기의 수혈이 절실히 필요하다... ㅠㅠ

  • 2023-09-25 14:37

    후기 고생하셨어요! !! ♥
    그죠? 역대급으로 어려웠던거!!! ㅋㅋㅋㅋ
    다 지난일이니 우리 그냥 웃자요. ^^

  • 2023-09-25 23:38

    저는 왜 작도에 필요한 것이 눈금 '없는' 자라는 사실을 이제야 발견한 걸까요. 뭐 당연한 얘기긴 합니다만, 그렇게 쓰고 보니까 왠지 더 멋있게 보이더라구요 ㅋ 근데 평면기하가 복잡한 만큼 증명이 이해되는 순간만은 잠깐 행복했지 말입니다. ㅎㅎ

    여름은 너무 길다. 그러나 끝은 있다... ㅋㅋㅋ 이번주가 바로 그날이군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87
<세계 끝의 버섯> 2부 후기 (6)
호수 | 2023.12.28 | 조회 208
호수 2023.12.28 208
486
<세계 끝의 버섯> 1회차 후기 (3)
동은 | 2023.12.26 | 조회 273
동은 2023.12.26 273
485
<세계 끝의 버섯> 번개세미나 모집합니다! (4회) (11)
동은 | 2023.11.26 | 조회 878
동은 2023.11.26 878
484
<기하학원론> 아홉번 째 후기 - 삼각형은 위대하다 (2)
여울아 | 2023.10.04 | 조회 172
여울아 2023.10.04 172
483
<기하학원론> 여덟번째 후기 - 이제 '원'인가요 (1)
곰곰 | 2023.09.25 | 조회 187
곰곰 2023.09.25 187
482
<기하학원론>일곱번째 후기-작도는 상상이 아니다 (3)
여울아 | 2023.09.19 | 조회 219
여울아 2023.09.19 219
481
<기하학원론> 여섯번째 후기 (3)
진공묘유 | 2023.09.12 | 조회 216
진공묘유 2023.09.12 216
480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저자 민호와의 만남의 자리! 후기입니다~ (2)
동은 | 2023.09.06 | 조회 221
동은 2023.09.06 221
479
<기하학원론> 다섯번째 후기 (2)
곰곰 | 2023.09.04 | 조회 201
곰곰 2023.09.04 201
478
<기하학 원론> 네 번째 후기 - 연속의 원리
여울아 | 2023.08.29 | 조회 156
여울아 2023.08.29 156
477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저자와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8/31) (2)
고은 | 2023.08.24 | 조회 806
고은 2023.08.24 806
476
<기하학 원론> 세번째 후기 (2)
진공묘유 | 2023.08.22 | 조회 178
진공묘유 2023.08.22 17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