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 원론> 네 번째 후기 - 연속의 원리

여울아
2023-08-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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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의 특징 중 하나는 도형을 작도한다는 것. 이제 그만 공리니 공준이니 자명한이치니 일반개념이니 그만 얘기하고 그림 좀 그려보자. 사실 2주 전부터 이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데, 아뿔싸 오늘도 섣불러.. 아직 멀었어... 라고. 아리스토텔레스, 아르키메데스부터 근현대 수학자들까지 딴지를 건다. 왜? 왜냐구? 제발 그냥 우리 작도하게 해주세요~~

 

작도를 한다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선과 선이 만나면 교차점이 생기고 이 점들로부터 새로운 선들이 생겨나고 다시 교차점이 생기고... 유클리드는 이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이와 관련한 어떠한 공리도 기하학 원론에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무한히 교차점이 생겨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일 뿐이라고 말한 이가 있었다. 대표주자 아리스토텔레스. 수는 가장 작은 수가 1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아무리 큰 수라도 보다 더 큰 수는 존재한다고. 그러나 양에 있어서는 한없이 큰 양이란 존재할 수 없지만, 아무리 작은 양이라도 더 작은 양은 무한하다고. 그는 도대체 수와 양의 무한 개념을 왜 달리 생각했을까?  그는 양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우주보다 더 큰 양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없이 커지는 것에 반대했다.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리적으로 양이 무한히 커지는 것에는 회의적이었지만, 기하학자들은 직선을 비율로 잘라서 증명하기 때문에 양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무한은 "생각"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유클리드 이후에 도형이 실제로 존재함을 보이기 위한 작도에는 "연속의 원리"가 필요하다. "어떤 선이 어떤 도형에 완전히 속하고, 그 도형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면, 그리고 그 선이 각각의 부분과 적어도 한 점을 공유하고 나누어지면, 그리고 그 선이 각각의 부분과 적어도 한 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선은 그 두 부분의 경계선과 만난다"

 

명제1. 종료된 주어진 직선 위에 정삼각형을 구성하기

선분AB를 이용해서 정삼각형을 만들어보자. 선분AB를 반지름으로 하는 A와 B 각각 원을 그린다. 선분AB 위에 C라는 교차점이 하나 생긴다. 그런데 이런 작도라면 내가 유클리드를 읽기 전에도 알고 있던 방법이다. 과연 그때와 지금 뭐가 달라졌을까? 힐베르트/데데킨트와 같은 후대 수학자들이 연속의 원리라는 공리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증명한 이유는 이들이 기하학의 연속성으로 "실수의 무한개념과 연속성"의 기초를 세우고자 했기 때문이다. <수학의 모험 265p> 자연수와 실수를 크게 가르는 분기점은 무리수의 여부이다. 자연수와 정수는 불연속적이지만, 실수는 무리수를 포함한다. 따라서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선분AB에는 연속적이기 때문에 무리수를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명제9. 주어진 직선 각을 이등분하기

주어진 선분뿐 아니라 각도 이등분할 수 있다. 각BAC를 이등분 해보자. 명제1처럼 임의의 점을 찍어서 선분DE를 만든다. 그리고 이 선분을 반지름으로 사용해서 원을 그리고 이 둘의 선이 교차하는 점F를 찍는다. 마지막으로 선분AF를 잇는다. 작도 방법은 오른쪽 그림과 같다.  

     

 

이외에도 각을 삼등분하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니코메데스의 나사선, 콰드라트릭스, 아르키메데스의 나선 등 다양하다. 

 

 

명제10. 종료된 주어진 직선을 반으로 자르기

이제 선분 AB를 이등분 해보자. 명제1을 사용해서 정삼각형ABC를 작도한다. 다음으로 명제9를 이용해서 각ACB를 이등분해보자.

 

   

 

이들을 증명해보자면, 먼저 변AC와 변BC의 길이가 같고, 변CD는 공통이다. 따라서 두 변의 길이가 각각 같다. 그리고 각ACD와 각BCD가 같다. 그러므로 밑변 AD와 밑변BD의 길이는 같다. 그러므로 점D는 선분AB를 이등분한다. 

 

일반적으로 기하학 원론에서 직선은 쪼갤 수 있는 것으로 가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대하는 프로클루스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명제10에서는 유한한 선분을 이등분하였을 뿐 선분을 한없이 계속 쪼갤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음 진도는 명제30까지 입니다. 숙제는 명제 하나씩 정해서 발표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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