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프린키피아> 첫번째 후기

곰곰
2023-12-04 00:44
200

안상현의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읽기 시작했다. 여울아샘은 올초부터 960페이지짜리 완역본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를 가지고 다니며 그 책을 읽고 싶다고 노래를 하셨는데,,, 마지막 시즌이 되자 많이 양보하셨다. 둘만 남은 세미나에서 내가 지레 겁을 먹고 (지속적으로) 난색을 표하니 어쩔 수 없으셨나보다. ㅋ 그렇게 시작하게 된 순한 맛(?) <프린키피아>다.

 

<프린키피아>는 만유인력과 행성의 운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 중에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만유인력을 조금 다루기는 하지만 뉴턴이 원래 풀이한 방식과는 다르다고 한다. 원래는 ‘기하학’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우리는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미적분학과 대수학의 언어로 서술된 만유인력을 배웠다. 뉴턴은 미적분학을 창시한 사람이기도 한데, 굳이 기하학을 쓴 이유는 독자를 배려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우린 그런 배려를 받지 못했고 그렇게 <프린키피아>라는 말만으로도 기겁하는 성인으로 자라고 말았다..... 저자는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만유인력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소개하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기하학 천지라고. 하지만 미리 겁먹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정말 재미있고 중요한 지식이라고. 속는 셈치고 한번 가보자. 부제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하학’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장. 기하학

B.C 300년경에 쓰여진 유클리드의 <기하원론>은 동유럽 비잔틴 세계에서는 알려져 있었지만 서유럽 세계에 소개된 것은 훨씬 나중 일(12세기)이다. 최초로 인쇄본으로 출간된 것은 12세기 말이고, 그후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다양한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동아시아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말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동양 과학과 역사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전공이력(김영 연구자)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명나라에서 활동하던 선교사 마테오 리치와 학자이자 관료인 서광계가 중국어로 번역(<기하원본>)하였는데, 동양 사람들에게도 무척 어려운 책이었다고 한다. 청나라의 황제 강희제는 12살때 ‘신하들 중에 역법의 이치를 아는 자가 없다’며 자신이 직접 기하학을 배우기 시작했단다. 처음에는 유클리드의 <기하원론>으로 공부했으나 명제 증명 방식이 매우 치밀하고 논리 정연하나 장황한 면이 있어서, 프랑스 학자 파르디가 대중적 교재로 요약하여 서술식으로 설명한 <기하학 원론>으로 바꾸어 공부했다. 그때문에 유클리드 기하학의 가장 큰 장점인 공리 체계가 중국에 전해지지 못했다는…  

 

 

마테오 리치가 번역한 <기하원본>과 강희제 때의 <수리정온>본<기하원본>은 조선에도 들어왔다. 그러나 마테오 리치의 책은 귀했고 그 정수인 공리 체계가 빠진 <수리정온>본<기하원본>이 주로 읽혔기 때문인지, 조선 학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매우 어려워했다고도 한다. 이규경은 “우수한 사람은 석 달, 평범한 사람은 여섯 달, 수준이 낮은 사람은 아홉 달에 통달할 수 있다. 그 나머지는 혹 삼 년, 또한 평생 걸려도 통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평가했다는 부분에서 우리는 조금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삼 년을 목표로 해보자면서 ㅋㅋ  

 

저자는 기하학을 공부할 때 도형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나 ‘공리 체계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리’라는 주춧돌 위에 여러 보조정리, 정리, 따름정리라는 벽돌을 쌓아서 이론이라는 건물을 건축하는 매우 합리적이고 탄탄한 지식 건축술이다. 유클리드가 처음 구사한 것을 시작으로, 천문학을 공리체계로 집대성한 <알마게스트>(톨레미) ->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공리에서 <철학의 원리>를 저술한 데카르트 -> 그의 영향을 받아 물리학을 공리체계로 서술한 뉴턴의 <프린키피아> -> 스피노자의 <윤리학>,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등등 줄줄이 공리체계로 각자의 학문 분야를 근대적으로 재정립했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다’라는 말도 실은 과학은 공리 체계로서 서술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공리 체계를 사용하여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수학을 배우는 것이고 수학을 제대로 즐기려면 공리(약속)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용어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가자면, 

  • 공리: 참과 거짓을 증명할 수 없지만 항상 참인 언명. 공리에는 정의, 상식, 공준이 있다. 
  • 정의: 어떤 개념을 정의한 언명. 
  • 상식: 일반적으로 참임을 확신하는 언명.
  • 공준: 수많은 관찰과 직관을 통해 얻어진 언명으로 증명할 수 없으나 참인 것. 

그리고 

  • 명제: 그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분명하게 판별할 수 있는 문장이나 식. 
  • 증명: 어떤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추론하는 과정
  • 정리: 참으로 증명된 명제

 

설명 과정에 ‘주어진 유한한 직선 위에 정삼각형 작도’, ‘삼각형에서의 각의 이등분선’, ‘삼각형의 닮음 조건’, ‘합동조건’, ‘내심과 내접원’, ‘오심’(무게중심, 수심, 내심, 외심, 방심)의 도형을 그려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중학교에서 기하학을 배울 때 소홀히 하기 배운 것이 작도라며 작도를 하면 기하학 지식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진즉 알았으면… 많이 달라졌겠지? 음… 달라졌을까?ㅎㅎ

세미나를 하다보면 우현샘은 고등학교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었다고 말씀하곤 하시는데, 사실은 남다른 기억력을 자랑하고 계신다. 중학교 몇 학년 때 배웠지 않냐, 수학선생님이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 줬다, 이건 고등학교 때 배웠다, 등등. 그렇게 배운 것인지 아닌지 설왕설래하다, 각자의 대학입시 종류에 따라 공부한 과목도 다르고 공부한 스타일도 달라서 그렇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긴 했는데… 여튼 나는 배운 것을 유난히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매번 깨닫고 있다. (사실은 중학교 이후에는 공부를 별루 안해서 그런 거 같기도,,ㅋ)  

 

2장. 원뿔곡선

원뿔은 직각 삼각형의 빗변이 아닌 한 변을 축으로 하여 회전시킬 때 생기는 입체도형이다. 원뿔을 자른 단면의 가장자리에 나오는 원, 타원, 포물선, 쌍곡선 등이 원뿔곡선이다. 뉴턴은 기하학 중에서도 낯설고 어렵다는 원뿔곡선 기하학을 사용했다. 행성의 궤도가 원, 타원, 포물선, 쌍곡선 등 원뿔곡선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과정에선 이를 정통 방식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내용을 이해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프린키피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뿔곡선 기하학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니,,, 애써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원뿔곡선은 중국에도 알려져 천문도나 지도를 제작할 때 사용한 평사도법이 기하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 원을 평사도법으로 투영시키면 크기는 달라져도 뒤틀리지 않고 평면에 원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바르게 나타나는 것은 지도의 중심부에 가까운 부분뿐이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비뚤어진다)

 

명 말-청 초에 천문학자로 활약한 독일 출신 예수회 선교사 아담 샬은 <숭정역서>(명나라 역법 개량) 편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천문도 제작법과 관련된 원뿔곡선의 기하학 지식과 작도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을 비롯 <치력연기>,<천문략>, <원경설>, <직방외기> 같은 서양 지식을 담은 책과 세계지도, 천문도, 망원경, 추시계, 부싯돌 점화식 소총 등 신문물이 명나라 사신 정두원을 통해 조선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작동법을 제대로 배워오지 못하는 바람에 정두원은 여러 관료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고, 그렇게 여러 가지 신문물은 결국 조선의 지식 재산이 되지 못했다. 책 역시 이단 종교와 관련된 불온한 도서들이라는 이유로 강화도 궁벽한 곳에 유폐되어 지식인 사이에 전파되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 불타 버렸다. 청나라에서 볼모 생활을 하던 소현세자가 아담 샬을 만나 천문학과 수학, 종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유럽의 신지식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귀국하자마자 금새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마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18세기가 되면 청나라가 안정되면서 조선에도 유럽 신지식이 들어와 새로운 천문학과 역법 지식을 습득하였다고 한다.

다음부터는 좀 골치 아프다. 박명(해가 지평선 아래로 진 후나 위로 떠오르기 전에 하늘이 얼마동안 부옇게 밝은 상태)을 구하는 예를 들면서 여각 공식, 보각 공식, 음각 공식에 사인, 코사인, 탄젠트 함수가 나오기 시작한다. 아,, 수포자는 그냥 이쯤에서 항복한다. <수리정온>에 나오는 삼각함수표인 <팔선표> 중 일부도 싣고 있는데… 한자맹이라 또 항복이다.

 

다음 시간에는 3장과 4장을 읽고 만나기로 합니다. 씨유쑨~! 

댓글 2
  • 2023-12-05 10:40

    후기가 세미나 시간에 공부한 것보가 훨씬 재미있네요.
    곰곰님의 글솜씨?!^^
    프린키피아에서 타원은 기하학이 아니라 미적분학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하는데 읽다 넘겼습니다. 역시 미적분은 어려워. ㅎㅎ

  • 2023-12-05 14:08

    세미나 시간에 의도치 않게 우리가 강희제에 관심을 가졌잖아요. 서양과 동양의 역법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 몰라 "열받아서" 기하학 공부를 기약하고, 25년 뒤 실행하는 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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