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록 첫 시간 후기(상편 1-3조목)

콩땅
2023-10-26 05:59
149

지난주는 『전습록』을 읽는 첫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도서는 중화서국에서 출판한 책으로 간체자로 쓰여 진 책인데다가 현토까지 없어서 초보자로서 여간 읽기 힘들었지만, 뭐, 언제는 한자를 읽을 줄 알고 한문강독에 들어 왔나요? 같이 읽다 보니 조금씩 읽을 줄 알게 되었으니, 간체도 그리 알게 되겠지요. 이번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왕양명의 『전습록』은 주자학의 『근사록』과 더불어 신유가의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한문강독에 들어왔을 때 『근사록』을 읽고 계셔서 아이쿠~내가 세미나를 잘 못 들어왔음을!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님을! 느끼면서 시작했는데, 어머나 이제는 간체로 『전습록』을 읽기 시작했네요. 중국여행가서 글자가 눈에 들어와 읽힌다면, 세상 신기할 것 같아요.

『전습록』은 왕양명의 어록과 그의 제자 및 당시 사람들에게 답한 편지글, 학문을 논하는 편지글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상, 중, 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권은 모두 129조목으로 구성 되어 있고, 중권은 양명이 학문을 논한 글 9편을 판각한 것이고, 마지막 하권은 142조목입니다. 상권에는 40세 전후의 어록이 많고, 중,하권은 50세 이후 내용이 중심이라고 합니다. 양명사상이 50세 이후에 완성되었다는 점을 미루어 보면, 중,하권이 양명사상의 진수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3조목까지 읽었는데, 1조목은 대학의 두 번째 강령을 재신민(在新民)이 아닌 재친민(在親民)으로 읽어야 함을 말하고, 2조목과 3조목은 심즉리(心卽理)설을 담고 있습니다.

1조목에서 논하기를 재신민으로 읽으면, 주체가 명명덕(明明德)해서 백성을 가르친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깐 주체가 명명덕 해야 하는 일 따로, 백성을 가르치는 일 따로, 2가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친민으로 읽는 다는 것은 주체가 명명덕하는 것이 곧 백성을 친하게 여기는 것이다. 자기를 수양하는 것이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것으로 명명덕과 친민이 함께 이루어지는 1가지 일이라는 것이다.

2,3조목에서 양명이 말하는 심즉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명과 주자가 격물치지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주자가 말하는 격물치지는 격(格)은, 이르다. 물(物)은 사물의 이치, 치(致)는 미루어 넓히다. 지(知)는 앎, 지식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물에 일정한 이치가 있으므로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끝까지 캐묻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명이 말하는 격(格)은 바로잡다(正)이고 물(物)은 일(事)(마음이 발동하여 의지가 있는 곳)이고, 치(致)는 실현하는 것이고 지(知)는 양지(良知)를 말하는데 양지는 앎이나 지식이 아닌, 천리(天理)다. 양명이 말하는 격물은 일을 바로 잡는 것이고, 치지는 양지 즉 천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서 격물과 치지는 같은 것으로 격물치지는 내 마음의 양지를 각각의 사물에 실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효는 이러 이러해야 한다, 친구간의 우정은 이러 이러해야 한다는 그 조목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부모를 섬기는 마음, 친구를 위하는 마음, 그 본체를  천리로 잘 보존해야 함을 주장합니다. 그 시대에 마음의 본성, 즉 천리를 밝히려는 노력보다 그 조목에만 신경을 쓰고 따르는 폐단이 있어서 그러한 점에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지녔음이 느껴집니다.

문득 지난 추석이 생각납니다. 잘 찾아뵙지 못한 탓에 서운하셨던지 시아버지께서 차례상을 보시고, 대뜸!!! 조율이시, 홍동백서 같은 것 지키는게 뭐가 중요하냐? 자주 얼굴 보는게 중요하지!!! ㅎㅎㅎ

인욕을 버리고 마음을 천리로 보존하는 것이 매 순간 시험대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댓글 1
  • 2023-10-26 22:15

    아, 맘같아서는 대만에 가서 책을 사오고 싶었네요^^
    간체자가 섞여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문장이 어류체라 좀 낯설고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문답식이다보니 어류체인데, 이게 현대 중국어랑 또 달라서 새로운 외국어 강독하는 느낌이예요.
    그렇지만 또 몇 달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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