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강독이 끝나갑니다(D-1일^^)

요요
2023-10-11 16:03
192

天命之謂性、​率性之謂道、​修道之謂教。道也者,不可須臾離也;​可離非道也。

(하늘이 명한 것天命을 성性이라 하고, 성性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道를 닦는 것을 교教라 한다. 도道란 잠시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 떨어질 수 있다면 도道가 아니다.)

 

<중용> 1장은 성性이란 무엇인지, 도道란 무엇인지, 교教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바로 1장의 이 첫 문장이 <중용>을 읽는내내 놓쳐서는 안되는 좌표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중용>을 읽고, 이제 단 한 번의 강독만이 남아있는데도

여전히 성性, 도道, 교教와 같은 개념어들 사이에서 계속 길을 잃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로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요?^^

 

지난 주에는 21장에서 27장까지 읽었습니다.

21장부터 마지막 장(33장)은 앞선 장에서 등장했던 천도와 인도에 대해 부연설명하는 자사 선생님의 말입니다.

천도天道는 성실誠이고, 인도人道는 성실하게 하는 것誠之입니다.(誠者는 天之道也요 誠之者는 人之道也)

 

자, 그러니 이제 하늘의 도라는 성실誠이 뭔지, 인간의 도라는 성실하게 하는 것誠之이 뭔지 이해해야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 誠則明矣, 明則誠矣.

(성실誠로부터 밝음明으로 가는 것은 성性이요, 밝음明으로부터 성실誠로 가는 것은 교敎다. 성실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성실하다.)

 

뭔 말인가 싶지만, 아무튼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성실誠과 성性이 통한다는 것입니다.

하늘의 도天道인 성실誠과 하늘이 명한 성性이 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오직 천하에 성실한 이, 즉 성인이라야 성性을 다할 수 있고, 천지가 하는 일을 도울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 성인이 아닌 사람들은 뭘 해야 할까요?

사람의 도는 성실하게 하는 것인데, 그것을 말하는 것이 23장, 치곡 장입니다.

치곡(致曲)이란 하나의 일을 지극히 하는 것입니다. 성인은 전체를 다 알고 보지만 성인이 아닌 사람은 작은 부분에서 출발하여 전체로 나아가라는 이야기입니다. 

 

하나의 부분을 지극히 하면 성실할 수 있고, 성실하면 밝아져서 다른 이를 감동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하다보면 결국 성인과 다르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거겠지요. <중용>은 천도와 인도를, 성인의 길과 보통사람의 길을 분명하게 나누지만, 태어날 때부터 아는 자인 성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성인이 제시하는 길을 지극히 하면 언젠가는 성인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ㅋㅋ

 

그건 그렇고.. 이번에 제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성誠과 도道에 대한 주자 선생님의 주석이었습니다(24장).

주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실은 사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요, 도는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이다.

성실은 마음으로 말한 것이니 근본이고, 도는 이치로서 말한 것이니 쓰임이다."

 

주자 선생님의 주석에 의하면 성실은 자연이고, 근본이고, 몸체이고, 도는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바고, 쓰임이고, 작용입니다.

성실을 성性으로 바꾸어보면, 하늘이 명한 바의 성性은 근본이고, 성性을 따르는 도道는 작용이 되는 것이지요.

성性과 도道가 체용관계로 설명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또 둘이지만 둘이 아니라고 말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네요.

 

이게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도가 철학에서의 도의 위상과 유가에서의 도의 위상이 다르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노자에게 도는 말할 수 없는 것이며 말을 넘어선 어떤 것이고, 현묘하고 아득한 것이었는데,

<중용>의 주석에서 주희는 도를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하는 행위의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제 <중용> 강독은 단 1회를 남겨놓고 있고, 다음에 우리가 읽을 텍스트는 양명학의 고전, <전습록>입니다.

성리학과 양명학이 대결하는 <전습록>을 읽으면서 <대학>과 <중용>에서 읽은 문장들을 다시 떠올리게 될까요?

<전습록>은 <중용>과 달리 뭔가 속시원한 느낌을 줄까요? 과연.. 어떨지, 궁금하군요..

 

 

 

 

 

 

 

댓글 1
  • 2023-10-13 13:36

    至誠無息!! 우리 모두 무식한 사람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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