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후기 : 自新과 新民

토용
2023-05-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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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는 사서 중에서 <대학>을 가장 먼저 읽으라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책이 가장 얇아서, 문장이 어렵지 않고 내용이 쉬워서 그런줄 알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착각이라니! 어려운 글자가 별로 없고 문장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내용은 결코 쉽지 않다. <대학>의 3강령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은 성리학의 선언문과 같은 것이었다. 거기다가 주자가 왕 앞에서 시강한 책도, 죽기 직전까지 수정을 한 책도 바로 <대학>이었다. 주자가 <대학>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새삼 알 것 같았다.

 

이번에 <대학>을 다시 읽어보니 주자학을 이해하려면 <대학>의 주자 주석부터 읽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대학>을 읽는 목적은 <전습록>을 더 잘 읽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주자의 주석에 특히 집중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경의 3강령 8조목의 주자의 주석은 설명이 자세하지도 않고 개념어 설명이라 어렵다. 마치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받아들여서 반복해서 읽고 생각하라는 것 같다. 주자의 말로 하자면 숙독완미 하다보면 활연관통하는 날이 올거라 하는데, 거기까지는 감히 바랄 수도 없고 다만 조금 더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졌으면 할 뿐이다.

 

전2장은 경의 신민(新民)을 해석한 것이다. 경에는 친민(親民)이라고 되어 있지만 주자는 친(親)을 신(新)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주석에서 일관되게 신(新)이라고 바꿔 말하고 있다.

전2장 중에 <서경>에서 인용한 말이 있다. “강고왈작신민(康誥曰作新民) 「강고」에서 말하기를 새로워지는 백성들을 진작하라” 여기에 주자는 스스로 새로워지는 백성을 진작함을 말한 것이라고 하였다.(振起其自新之民也)

 

여기에서 주자가 ‘自新’이라고 쓴 것에 의문이 들었다. 명덕을 밝힌 성인이 교화의 정치를 통해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 신민인데 백성이 스스로 새로워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명덕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명덕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을 본성으로 가지고 있는 백성이 탕임금 같은 성인의 교화의 정치로 명명덕을 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自新’이 되는 것이고, 곧 ‘신민’과 같은 의미로 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강고왈작신민’에서의 키포인트는 작(作)이다. 새로워진 백성을 계속 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치고 춤추게 즉 고무시키고 진작시켜야 하는 것이다. 지어지선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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