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클래식> 금강경 4회차 후기

그믐
2022-09-08 17:04
279

마침내 ! 

만났다. 

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

 

오래 전 어느 수업이 끝날 때 모 반장님이 기념으로 팀원들에게 수건 한 장을 돌렸다. 나도 감사히 받았는데, 거기에 이 문구가 있었다.  그 때 이 말에 묘하게 엄청 끌렸다. '정말 그렇네!' 하며, 주방 벽장 문에 걸어두고 있었다. 물론 이 말의 출처는 몰랐다. 아마 그 땐 들어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거다. 

 

사실 제 시간에 요요샘 강의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었고, 주로 운전하면서 녹음본을 듣는다. 그렇다고 운전을 2시간 반씩 연속으로 하지는 않으니 제대로 맞추어 듣지 못하면 흘러가버리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마침내 ! 맛났군. 희열(희론?^^)도 있었던 데다, 진달래의 후기 권유에 2시간 반을 착실하게 들어본다. 

 

어제 아침, 요요샘 강의를 다 들으며 차분히 후기를 쓸 요량으로 일찍 출근했다. 금강경에 빠져, 정말 삼매에 든 기분으로 염화미소를 띠며, 컴터를 켜는데~~ 누군가 내게 와서 是非를 걸었다. 순간 분열이 일어났다. 어어어~~ 나 금강경듣고 있는 녀잔데... 이건 무슨 상황? 이런 일은 태어나 처음이라며, 과감하게 강아지강아지라고 짖고 싶다며 부르르 떨리는 순간들이 지나갔다. 나 지금 화내는 건가? 화가 난 건가? 난 좀 우아하고 싶은데,,, 내 마음 어딨었지? 어느 게 내 마음이지 ?  실체가 없다는데....  뭐에 끄달리지???  결국 어젠 외근으로 돌리고 밖에서 나를 다독이며, (하지만, 절대 그 인간 안봐주겠어 다짐하며) 하루가 지나갔다.

 

다시 아침이 왔고 내일은 추석이라 시골에도 가야 하고 다시 집중을 하지 않으면 또 놓치게 되리라.. 오늘 아침 다시 또 금강경에 접속했다. 이 강의를 듣고 있으면 그야말로 삼매가 아닌가. 사실 삼매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되지만. 그냥 좋아진다고.. 

 

마음을 찾아 팔을 싹둑 잘라버린 혜가의 이야기를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프롤로그에서 곰샘이 인용하셨다. 역시나 선문답이라 맥락을 찾지 못했었는데, '마음의 실체가 없는데 기뻐할 건 뭐며, 실체가 없는 마음에 불안하면 뭐할 것인가. 마음은 인연 조건에 따라 계속 변한다. 생멸하는 마음이라는 걸 깨달아가는 것이다. 마음은 주체와 대상이 의존하는 과정에 연기적으로 발생한다. 생로병사가 다 연기적이다. 마음은 마음의 본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라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는 과정에 다만 경계할 것은 또 이런 깨달음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했다는 생각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분법적 사고의 틀로 잘 훈련되어온 나는 이것도 또한 표상으로 받아들인다. 개념화하고 표상화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것을 넘어서는 것, 어느 것도 상으로 사로잡히면 안된단다.  어렵다. 선문답을 선문답으로 확 이해하고, 깨달을 覺이  확 일어나면 부처이겠지만, 그래도 실체가 없는데~~~ 라는 생각이라도 일어나서 시비에 끄달리고 있는 나를 붙잡으려는 노력들을 한다면, 그 다음으로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거 아닐까 !!

 

 

댓글 1
  • 2022-09-13 16:14

    샘~ 오래 함께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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