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2회차 후기

우현
2024-01-09 19:23
141

 

 오늘은 <모방의 법칙> 2강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타르드의 핵심 개념을 계속해 이야기하고 있는 장인데요, 주로 1장 내용에 나올 수 있는 반박을 다시 반박하고 있습니다. 1장의 내용을 잠깐 상기하자면 사회적 현상의 전반을 모두 ‘모방’으로 설명하고, 모방은 곧 생물에서의 ‘생식’, 물리에서의 ‘진동’과 같은 층위라는 것이었죠. 이들의 ‘유사’와 ‘반복’은 세계를 이루는 원리처럼 여겨집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 모방이 없이도 사회적 유사가 나타날 수 있고, 같은 맥락에서 생식이 없이도 생물의 유사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겠냐는 반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곤충의 날개의 새의 날개를 보면 분명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종으로부터 기원한 유사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듯이 말입니다. 같은 종으로부터 기원해 생식을 반복하여 만들어진 유사가 아닌 유사, 이것을 ‘상사’相似라고 합니다. 반대로 같은 기원으로부터 출발했지만 다른 형태로 발전한 경우도 있겠죠? 부족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모계사회를 선택한 부족도 있고, 부계사회를 선택한 부족도 있듯이 말이예요. 이것을 ‘상동’相同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타르드는 어떻게 재반박할까요? 타르드는 지구라는 환경의 유사를 이야기합니다. 특정한 종이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슷한 진화나 선택을 겪게 된다고 말이예요. 곤충과 새 모두 비행 능력의 메리트를 인지했으니까(이렇게 얘기하면 진화가 능동적인 선택처럼 보이긴 하지만, 편의상 일단 이렇게 설명하겠습니다) 날개라는 형태를 갖게 됩니다. 지구라는 물리적 환경에서의 메리트가 발생한 셈이죠. 그리고 타르드는 그 물리적 환경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진동과 반복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리적 환경의 동일성이, 공기나 물을 통한 빛, 열, 소리라는 파동의 균일한 전파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74)

 

 인간 사회로 대입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유기체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모든 사회진화의 목적(75)이기 때문에,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을 포함하는) 속에서 인간들은 비슷한 욕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거죠. 그렇기에 인간 사회에서는 직접 교류를 통한 모방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비슷한 유사를 형성하게 됩니다. 전혀 다른 민족들이라더라도 추울 때는 옷을 껴입는다거나, 더울 때는 옷을 덜 걸치는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적론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문명화가 진행됨에 따라 어느정도 수준에서는 비슷한 문화와 방식으로 살아가겠지만, 필요나 유용성의 측면을 넘어서면 각 문화권마다 상이한 특징들이 두드러지게 되죠. 우리는 그걸 각 문화들의 건축물, 회화, 옷, 노래, 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르드는 예술이나 사치의 영역이 가장 사회적인 것들이라고도 언급해요. 필요를 넘어선, 심미적 욕구에 따른 행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심미적 욕구는 모방과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술이나 사치의 영역은 비-자연적인, 그러니까 순전히 모방에 의해서만 퍼져나가고, 변형해나갑니다.

 타르드가 짚는 이 ‘욕구’와 그로인한 ‘창의’의 지점이 현대철학이나 사회를 해석하는 툴로서 아주 유용해요. 타르드는 ‘생명’에 대해서 자신의 본질 자체로부터 벗어나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런 욕구로부터 다양한 창의를 만들어냅니다. 그것들이 또 모방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보는 창의는 모든 가능태 중에서 실현된 하나의 가능태일 뿐입니다. 그 창의 말고도 수많은 다른 창의들이 있지만, ‘어떤 변수’에 의해 실현되지 않을 뿐이죠. 물리적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다거나,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거나... 오리너구리만 봐도 무조건 유용하다고 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며, 때로는 특정 문제에 대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창의임에도 시대를 잘만나 모방되는 것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회는 수많은 가능태 중에 어쩌면 우연적으로 선택된 가능태만이 실현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기존 사회에 대한 대안 담론을 이야기할 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지는 것이죠. 자본주의의 대안, 학교의 대안, 국가 권력의 대안, 생태문제의 대안 ‘정상’의 대안 등등... 문탁에서의 공부와 만날 수 있는 지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타르드, 재밌네요~

 이렇게 타르드의 기본적인 논지는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 단락에서는 구체적인 부분, 사회 자체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모방이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자세하게 풀 것으로 보이네요~ 다음주도 파이팅~

댓글 1
  • 2024-01-10 23:51

    타르드 두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말씀하시는 바가 '신유물론'을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가령, 2장 2절에서 타르드는 '만약 모방이 사회적 변이의 법칙이라면, 결국 종국에 가서는 모든 사회가 비슷한 모습으로 수렴되는 것 아닌가?'라는 (예상되는) 반론에 답합니다. 이에 대한 답은 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데, '모방'은 '유용성의 측면'에 대한 것과 '심미적 측면'에 관한 것으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이때 전자는 반론처럼 어느 정도의 수렴을 보이지만, 후자는 다양한 양상의 변이로 이어진다고 답합니다. '필요'가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에는 그걸 넘어서는 욕구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중국의 건축 양식과 유럽의 건축 양식이 그토록 다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심미적 측면'에서는 '모방법칙'이 작동하지 않느냐?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심미적 측면에서 특정한 발명이 발생하면, 그 발명이 그 사회의 심미성을 방향 짓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욕망의 모방'이 일어나는 셈입니다. 이 점이 미묘한 지점인데요, 마치 '모방 법칙'의 예외로 '심미성'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심미성의 '모방 법칙'의 일반성을 더욱 잘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재미있죠? 게다가, 이 문제는 '욕망의 생산'과 결부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할만 합니다(이건 미적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석 가능성과 아주 쉽게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유용성과 심미성의 그와 같은 분할을 통해서 타르드는 목적론을 절묘하게 비켜갑니다. 그럼 이게 '신유물론'과 무슨 관계가 있냐하면, 신유물론자들이 '우발성의 필연성'을 말하는 것과 '심미적인 것(우발적인 것)의 모방(필연성)'이 겹쳐지기 때문입니다. 마우리치오 랏자라또라는 양반이 타르드를 정치적인 맥락에서 해석한다고 해서 책을 좀 사뒀는데... 읽을 건 끝도 없이 늘어나고 큰 일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우현의 후기 후반부에도 잠깐 나오는데요. '우리가 보는 창의는 모든 가능태 중에서 실현된 하나의 가능태'라는 표현이 있죠? 번역된 타르드의 저작 중에 『모나돌로지와 사회학』이라는 텍스트가 있습니다. 오호... 여기에도 뭔가 라이프니츠 선생이 계신가 봅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재미있는 구절이 있네요. 좀 길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세포이론의 창시자들이 뉴턴의 후계자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생물체의 통일성을 부수었다. 그들은 이 통일성을 엄청나게 많은 기초적인 유기체로, 즉 각각이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외부를 이용해 발전하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유기체로 분해하였다. 이때 그 외부한 상호부조하는 이웃 세포들뿐만 아니라 공기, 물, 그 밖의 다른 물질의 무기적인 입자도 뜻한다. (중략) 그의 세포이론 덕붙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알게 되었다. "물질과는 구분되는 원리로서 생명력은 유기체 전체에도 각각의 세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명 현상은 원자들의 속성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속성이 불활성 자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힘이든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힘이든 상관 없다." 생명원리의 이 근본적인 부정만큼 확실하게 실증주의적인 것은 없으며, 또 건전하고 진지한 과학에 적합한 것도 없다. 통속적인 정신주의는 그러한 부정에 항의하는 버릇이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끝까지 밀고나간다면 이 경향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는 분명하다. 라이프니츠 정신주의의 가장 대담한 소원을 들어주는 모나드들로 데리고 간다." - 가브리엘 타르드, 『모나돌로지와 사회학』, 19-20쪽

    오오... 타르드가 라이프니츠를 이런 식으로 '재기술'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우현이 주도하에 '가브리엘 타르드 읽기 세미나'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사이에 '신유물론'이나 헤러웨이, 균류 생물학 등도 공부를 해 두면 지금 문탁에 흐르고 있는 어떤 흐름들이 횡단적으로다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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