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시즌4-4회 후기

도라지
2023-11-21 17:33
276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첫시간이었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서양의 사상가가 연기에 대해 쓴 글이 여타 다른 번역서들보다 잘 읽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진경의 책도 그러하였지만 과학을 가져다가 펼치는 저자들의 논리와 서양적 사고방식이 이미 우리 안에 익숙하게 자리잡아서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조애너 메이시는 불교생태학을 통해 평화운동과 환경보호 운동을 하고 있는 생태철학자다. 일전에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책에서 저자(데이비드 로이)가 당대 저명한 생태철학자로 조애너 메이시의 이름을 호명한 적이 있었어서 나에게는 약간 친숙한 이름이었다. 책의 서두에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일반시스템이론과 불교라는 두 사상 체계를 활용해 상호인과율의 특성을 밝히고 자연 시스템의 법칙(Dharma)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반시스템 이론은 다양한 영역 속에 있는 일정한 것의 관찰을 토대로 하는 하나의 메타 학문이다. "단일 방향 인과 개념들이 두 개의 변수를 지닌 문제들에는 타당하지만 다수의 변수를 지닌 복잡한 시스템에는 유익하게 적용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함께 발전했다"고 한다. (p.55) 2차 세계대전 중 인공두뇌학(cybernetics)의 발전은 이러한 사고에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 인과관계가 파악되어 온 주된 방식은 원인에서 결과로, 창조자에서 피조물로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보는 선형적인 단일 방향적 패러다임이었다. 저자는 여기에 상호인과 패러다임이 어떻게 대안적 견해로 나타났고 진행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일반시스템 이론과 인공두뇌학(cybernetics)의 발전은 현대 서양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선형적 단일 인과 패러다임을 폐기해야 할 때라고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 읽었던 1장~3장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일반시스템이론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다.

 

저자는 상호적 인과관계가 불교의 주요 종교적, 철학적 전통 안에서 어떻게 제시되고 이해되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이 책에서 상호의존성에 대해 전개해나가는 관점은 대승불교의 주된 흐름과 일치하고 있다. 설일체유부도 어느정도 동시인과를 설명하기는 하지만 용수의 중론의 논리에서 출발한 대승의 연기의 관점은 상호의존과 동시적 연기를 말하는 대승의 법계연기로 확장된다. 조애너 메이시가 책에서 사용한 "상호작용하는 힘들의 네트워크"라는 표현에서도 법계연기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

 

조애너 메이시는 초기불교에서부터 상호의존하는 관계의 연기에 대해 경전에서 설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붓다가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가?" 가 아니다. 어떻게 붓다의 말씀을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연기가 다양한 입장으로 설명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사실상 불교의 역사는 '연기에 대한 해석'의 역사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아주 중요한 '연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또한 연기로 나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계속해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 파이널 에세이에서 그 고민들을  어떻게 각자 풀어냈는지 들을 수 있을 거라 충분히 예측된다.  아! 기대된다~^^

댓글 2
  • 2023-11-22 15:42

    그동안 공부과정에서 모두 알게 되었다시피 상호의존의 연기관을 펼치는 것은 물론 대승불교적 관점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읽는 책에서 조애너 메이시는 오직 초기불전인 니까야만을 근거로 상호의존의 연기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된 논거로 제시된 것이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숫타니파타의 <두가지 관찰의 경>과 쌍윳따니까야의 <갈대묶음의 비유 경>입니다.
    그런데 숫타니파타 큰 법문의 품의 <두가지 관찰의 경>에 대한 해석은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숫타니파타는 함께 읽었으니 샘들도 한 번 찾아서 읽어보시고 이 경이 상호인과를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 한 번 판단해 보셨으며 합니다.
    세미나에서 이 이야기를 같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놓쳤네요. 도라지님의 후기를 읽으며 아차! 했습니다.
    담주에 <두가지 관찰의 경> 읽어오셔서 조애너 메이시의 논거에 대해 같이 검토해봅시다.
    <갈대묶음 비유 경>은 식과 명색의 관계가 상호의존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역시 12지 연기 전체를 상호의존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점에서 니까야가 상호인과율을 설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는 그야말로 해석의 문제 아닐까,라고 말씀드린 것이고요.
    이것도 에세이 주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ㅎㅎ

  • 2023-11-22 15:52

    3월에 처음 세미나를 시작했던 때를 생각하니 참 우리가 많은 것을 함께 공부하고 배운 게 많구나 싶네요.
    그래도 연기법은 여전히 어렵고 손에 잡히지 않네요. 어려우니 개념을 개념으로 돌려 막기 하면서 제자리에서만
    빙빙 도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재미있네요. 뭐가 재미있는지 찬찬히 정리해볼게요.
    암튼,
    어려운 개념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애쓰고 있으니 뭔가 나오겠죠.
    저두 도라지처럼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 시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세미나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두 분 샘들, 늘 그렇듯 빈자리가 컸어요.
    다음 주에는 완전체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참,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명상일지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완전체로 만나 다시 이야기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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