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 오늘의 맹자 "공짜 밥 좀 먹으면 안되니?"

봄날
2017-09-03 23:10
274

1 내 맘대로 읽는 오늘의 맹샘.jpg 맹샘^


공손추가 말했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공밥을 먹지 않는다 하였으니 군자가 밭을 갈지 않고 먹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이 나라에 있으면서 그 군주가 등용하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부유해지고 권위가 높아지고 영화로우며 그 자제들이 따르면 자제들이 효---신하니 공밥을 먹지 않는 것이 무엇이 이보다 더 크겠는가.”

(公孫丑曰 詩曰不素餐兮 君子之不耕而食何也 孟子曰 君子居是國也 其君用之則安富尊榮 其子弟從之則 孝弟忠信 不素簒兮 孰大於是)  (맹자 진심상-32장)


왕자 점이 물었다. “선비는 무엇을 일삼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뜻을 고상하게 하는 것이다.” 점이 물었다. “뜻을 고상하게 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인의일 뿐이니 한 사람이라도 죄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인이 아니며, 자신의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은 의가 아니다. 거하는 곳은 어디에 있는가? 인이 이것이요, 길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의가 이것이다. 인에 거하며 의로 미루어 대인의 일이 갖춰진다.”

(王子墊 問曰士何事 孟子曰尙志 曰何謂尙志曰仁義而已矣 殺一無罪非仁也 非其有而取之非義也 居惡在 仁是也 路惡在義是也 居仁由義大人之事備矣) (맹자 진심상-33장)

  허리가 휘도록 논밭의 일을 하다 보면, 저 멀리 수십대의 마차와 수백명의 종자들을 거느린 선비들이 나타납니다. 수레에는 절그럭절그럭 죽간뭉치며 종이다발이 쌓여있고 따르는 무리들의 입성이 고상해 보입니다. "저 사람들은 뭘 하는 거지?" 굵은 손마디를 쓱쓱 비비며 농부들이 수군댑니다. 그 나리들은 무리를 지어 제나라, 등나라 등을 돌아다니며 세상을 다스리는 법을 설파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딱히 무슨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군주는 나라 다스리는 일을 하고 나같은 농부는 농사짓고, 기술자는 저마다 쇠붙이를 다루거나 갓을 만들면서 호구책을 삼는데 저들은 도대체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겠어요?


그래서 공손추가 맹샘한테 묻습니다. 왜 저들은 하는 일 없이 공짜 밥을 얻어먹으며 돌아다니냐고. 당시 유행하던 묵가무리들은 '임금도 농사지으라'고 할만큼 일에서의 평등을 부르짖고 있는 마당에 말이지요. 공손추는 에둘러 묻지 않고 스승한테 들이댑니다. 맹자는 "당장 눈으로 볼때 일하지 않는 것같아 보이지만 실은 나라를 풍요롭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군자들"이라고 대답합니다. 무엇으로? 결국은 세치 혀로 하게 되겠지요. 언사로 밥을 먹는 사람들, 오늘날의 지식인들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이들에 대한 당대의 관심은 꽤 컸나 봅니다. 왕자 점도 점잖게 묻지만 실은 공손추랑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러자 이번엔 맹자께서 '인의일 뿐'이라고 대답하시지요. 오직 인에 거하고 의로운 길을 걸으라고요. 인에 거하고 의의 길을 가라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요? 농사를 짓거나 쇠붙이를 담금질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노동앞에서 선비들의 '입놀림'은 쉽게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선비 각자가 仁義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지 않으면 말이지요. 오늘날에는 지식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고 그들이 그것으로 밥을 벌어먹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지식인들은 과연 인의의 길을 걷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댓글 2
  • 2017-09-04 21:36

    맹자시대의 사계급은 오늘날의 지식인과 좀 다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잘은 모르겠어요.

    단순히 언사로 밥을 먹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맹자는 가난하면 밥을 벌기 위한 벼슬을 하라고 하는데

    대신 딱 밥만 먹을 정도의 낮은 직책을 맡으라고 하지요.

    맹자가 사는 尙志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 이게 뭘까 하다가 마침 경향신문에 출판인이 쓴 글이 눈에 띄더군요.

    "예전에 책은 지식을 전달했다. 지식전달행위는 언어의 힘을 과시하는 일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중요한 원리를 언어화시켜내는 것, 이것이 인문학적 지식행위의 핵심이었다.

    그런 일은 오랜 노력과 체계적 연습을 통해 획득될 수 있고, 그 노력의 대부분은 관련 지식의 습득과 조립이었다.

    ...지식을 쌓으므로써 인간은 지식인이 될 수 있었다. 다양한 앎의 부호들이 아름답게 네크워킹된 정신세계는 한 개인의 큰 자산이었다. ....책 혹은 인문학의 아우라가 형성된 지점이 이곳이다...."

    그럼 오늘날은? 책은 머무는 곳, 경험의 공간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기보다는 그 책에 집약된 특정시기의 트랜드나 심리코드를 경험함으로써 소비한다고.

    그러니 오늘날의 지식인은 맹자시대의 사와는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오늘날은 지식인-학위소지자-더러 무엇을 하냐고 묻지 않고

    노동하는 사람들더러 왜 노동으로 먹고 사냐고 묻는 역전된 세상인 것같다는 생각도..드네요

  • 2017-09-08 11:44

    맹자는 사(士)들이 하는 일을 보다 더 높게 포지셔닝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수레 수십대와 종자 수백인을 거느리고 다니며 제후에게 그들을 먹여살리게 하는 일이 좀 과한 것 아니냐고

    별로 하는 일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묻는 팽갱에게

    나에게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에 대해 묻는 것은 순이 요에게 나라를 받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죠.

     어제 읽은 <논어>에서는 '농사지어도 굶는 수가 있고, 공부하면 녹이 그곳에 있으나, 녹을 구하여 공부하면 안된다'고 하던데

    요즘의 공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핵발전소와 관련된 전문가,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맹샘 만큼의 자존심은 아니라도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었으면....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이문서당 2분기 2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6)
봄날 | 2021.05.11 | 3663
봄날 2021.05.11 3663
2021년 이문서당 1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봄날 | 2021.02.15 | 2854
봄날 2021.02.15 2854
[모집]
2021 강학원④ <이문서당> : 논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모집) (2.16 개강 /27주 과정) (43)
관리자 | 2021.01.09 | 조회 6226
관리자 2021.01.09 6226
[모집]
2020 以文서당 - 논어, 깊고 넓게 읽기 (55)
관리자 | 2019.12.16 | 조회 5744
관리자 2019.12.16 5744
554
0910 오늘의 맹자-팽팽한 활시위의 아우라 (1)
자누리 | 2017.09.10 | 조회 286
자누리 2017.09.10 286
553
0909 오늘의 맹자 - 양혜왕을 위한 변명 (2)
토용 | 2017.09.10 | 조회 304
토용 2017.09.10 304
552
0908 오늘의 맹자-내 인생의 급선무(急先務)는? (2)
인디언 | 2017.09.08 | 조회 416
인디언 2017.09.08 416
551
0907 오늘의 맹자-질문을 못하는 까닭 (2)
게으르니 | 2017.09.08 | 조회 235
게으르니 2017.09.08 235
550
0906 오늘의 맹자 - 선비를 대하는 법 (3)
세콰이어 | 2017.09.06 | 조회 254
세콰이어 2017.09.06 254
549
0904 오늘의 맹자 "공짜 밥 좀 먹으면 안되니?" (2)
봄날 | 2017.09.03 | 조회 274
봄날 2017.09.03 274
548
0903 오늘의 맹자 - 그냥 무조건 공부할까 ^^;;; (2)
향기 | 2017.09.03 | 조회 259
향기 2017.09.03 259
547
0902 오늘의 맹자 - 이 맛 모르고 먹지 마오(문탁미식회) (3)
여울아 | 2017.09.02 | 조회 263
여울아 2017.09.02 263
546
0901 오늘의 맹자 - 공부하다 말면 말짱 헛거 (5)
진달래 | 2017.09.02 | 조회 362
진달래 2017.09.02 362
545
0831 오늘의 맹자-신하가 군주를 추방할 수 있나요? (5)
자작나무 | 2017.09.01 | 조회 345
자작나무 2017.09.01 345
544
0830 오늘의 맹자 - 순임금과 도척의 차이는? (4)
moon | 2017.08.30 | 조회 416
moon 2017.08.30 416
543
5회차 공지합니다~
여울아 | 2017.08.28 | 조회 219
여울아 2017.08.28 219
542
4회차 공지합니다
여울아 | 2017.08.21 | 조회 205
여울아 2017.08.21 205
541
3분기 3회차 후기 - 修身以俟之
토용 | 2017.08.14 | 조회 237
토용 2017.08.14 237
540
3회차 공지합니다~
여울아 | 2017.08.07 | 조회 204
여울아 2017.08.07 204
539
<3분기> 간식/후기 및 청소당번표입니다
여울아 | 2017.07.24 | 조회 310
여울아 2017.07.24 310
538
이문서당이 2주간 방학에 들어갑니다~ (1)
여울아 | 2017.07.11 | 조회 248
여울아 2017.07.11 248
537
8회차 후기 (1)
여여 | 2017.07.03 | 조회 231
여여 2017.07.03 231
536
<9회차>2분기 마지막 공지(스페셜 포함)입니다~
여울아 | 2017.07.03 | 조회 360
여울아 2017.07.03 360
535
<7회차> 후기 - 마음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
진달래 | 2017.06.27 | 조회 229
진달래 2017.06.27 22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