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1 내 맘대로 읽는 오늘의  맹샘^^

孟子曰 有爲者辟若掘井 掘井九軔而不及泉 猶爲棄井也

맹자가 말했다. "함이 있는 사람은 비유하건데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아홉 길을 팠더라도 샘에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우물을 버림이 되는 것이다." (진심 상」29장)

맹자님 말씀에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치 우물을 파고 있는 것과 같은데 우물에 물이 안 나오면 우물을 버린 것과 같다고 하셨다. 주자는 여기서  "함이 있는 사람(有爲者)"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풀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공부를 하다가 그만두면 말짱 꽝이라는 거다. 

나는 오래 전에 가계에 좀 보탬이 될까하고 '독서논술지도자' 뭐 이런 걸 시작했다. 

그런데 돈은 안 벌리고,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배우다가 문탁까지 흘러 들어왔다. ^^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공부를 시작했으니 나도 우물을 판다고 볼 수 있을까. 그럼 얼마나 더  파야 하나? 물은 나올까?

그런데 문득 "아홉 길(九軔)"은 대체 얼마나 깊은 건지 궁금해졌다. 

이 문장에서 쓰인 인(軔)은 길이를 나타내는 인(仞)과 같은 뜻인데 주자는 팔 척(尺)을 인이라고 했다. 

척은 원래 손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에서 가운데 손가락까지의 거리인데 처음에는 18cm 정도였는데 점점 길어져서 한나라 때는 23cm 정도, 당나라 때는 24.5cm 정도로 길어졌다. 우리나라의 기록에는 조선시대 말에 약 30cm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 손가락이 길어졌나? 내 손을 재어 보니 19cm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왜 점점 길어졌을까? - 맹자가 살던 시대로 1척을 18cm로 보고 18×8하면144cm가 1인,  9인이라고 했으니까 약 13m 정도 - 이 정도면 아파트 4층 정도의 높이란다.  

포크레인도 없이 이 정도 깊이의 우물을 파려면 얼마나 걸릴라나.....

그런데 우물이야 파다보면 물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알 수 있지만 공부는 도대체 내가 공부를 어디까지 하고 있는 당최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주(註)에는 인(仁)으로는 요임금 정도, 효(孝)로는 순임금 정도, 공부(學)로는 공자님의 경지 정도를 목표로 잡고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된다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13m 정도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공부의 목표는 이 정도로 잡아 줘야 한다는데 이렇게 목표를 잡으면 물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지구를 뚫어야 할 것 같은데.....  아예 공부는 끝이 없다. 뭐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보다.  

하지만 주의 해석으로는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다.

"우물을 깊이 팠다고 해도 샘에 이르지 못하면 우물을 버리는 것과 같다"는 말인데 이렇게 보자면 우물을 팔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물이 나올 수 있는 자리인지 아닌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어떤 곳은 조금만 파도 물이 나오는 곳이 있는가 하면 파도 파도 물이 안 나오는 것도 있는 듯하니 말이다. 그렇게 보자면 무슨 일을 하고자 할 때 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잘 생각하고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파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그만두면 안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