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1 오늘의 맹자-신하가 군주를 추방할 수 있나요?

자작나무
2017-09-01 00:19
346

0831 내
맘대로 읽는
오늘의 맹샘.jpg 맹샘^^



공손추가 말하길, “이윤이 이르길 ‘나는 따르지 않는 자와는 친하지 않는다’고 하고, 태갑을 동 땅에 추방했는데 백성들이 크게 기뻐했습니다. 태갑이 현명해지자, (이윤이)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하자 백성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현자가 남의 신하가 되어 그 군주가 어질지 못하다고 하여 진실로 추방할 수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하길, “이윤의 뜻이 있으면 가하거니와, 이윤의 뜻이 없으면 찬탈이다.” 



(公孫丑曰 : “伊尹曰: ‘予不狎于不順.’ 放太甲于桐, 民大悅. 太甲賢, 又反之, 民大悅. 賢者之爲人臣也, 其君不賢, 則固可放與?” 孟子曰: “有伊尹之志, 則可; 無伊尹之志, 則簒也.”)  (<맹자 진심상-3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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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추는 맹자의 제자다. 책 전체를 통해서 많은 질문을 날리고 있는 걸로 봐서 열심히 공부하는 제자다. 위의 에피소드는 지금의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먼저, 맹자 스쿨은 어떤 커리큘럼으로 제자들을 키우고 있었던가. 위에 제시된 ‘이윤왈’은 <서경書經>의 내용인데, 전통 시기 지식인이 <서경>을 공부한 까닭은 무엇일까. 공손추가 물은 질문처럼 신하가 과연 임금을 쫓아낼 수 있는가. 맹자는 무도한 임금을 쫓아낼 수 있다고 하였는데(역성혁명을 주장하는 맹자) 그것이 혁명인지 찬탈인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위의 ‘이윤의 뜻’이라고 했는데, 그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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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은 상나라의 왕인 태갑을 모시는 신하다. 그런데 이윤이 보기에 보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태갑은 ‘따르지 않을(不順)’뿐만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다. 현명해지자 다시 태갑을 모셔왔다고 하는 언급에서 보자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면 여기서 ‘따른다(順)’는 것은 무엇일까. 혹은 태갑은 무엇을 따르지 않았던 것일까. 임금보다 더 권력이 컸던 이윤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거나 하늘의 명이나 샤먼들이 말하는 말들을 따르지 않았다거나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단순하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임금으로써 가져야 하는 기본 자세를 갖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유학에서는 부친이 죽으면 그가 집안에서 행했던 정사나 법도를 3년 동안은 바꾸지 않는 것이 효라고 한다. 부친에 대한 존경이나 공경 뭐 이런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다스림은 백성들의 삶과 중대한 관련을 가진 일이어서 조금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임금의 자리는 일족은 물론 궁인이나 국인國人 나아가 천하의 백성까지도 아울러 생각해서 다스림을 펴야 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가 아니라 백성의 삶을 꾸리는 정치를 행한다고 할까. 주자는 ‘불순’을 ‘의리義理를 따르지 않다’고 주석을 달고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의리는 뒤의 ‘이윤의 뜻’에 대한 주석에서 유추하자면, “천하를 공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고, “조금의 사심도 없는 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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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 공손추의 물음은 신하가 군주를 추방할 수 있느냐 였지만, 맹자의 답에서 에돌아서 다시 구축하면 군주란 어떤 자인가에 대한 물음일 수도 있다. 즉 백성의 삶을 보살필 줄 알고 현인을 존중할 줄 아는 자다. 주자식으로 보면, 사심이라곤 전혀 없는 성인聖人이 왕이어야 한다는 것. 이른바 덕을 가진 자(有德者)라고 할 것이다. 태갑을 추방하고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일련의 행위는 이윤 혼자 저지른 일은 아니다. 그의 일은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며, 당시 백성들이 기뻐했다느니 하는 것은 다 하늘의 명령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윤이 천하를 공적으로 보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어찌 백성들이 그 또한 가만 내버려두었으랴. 유덕자가 아니거나 스스로 덕을 가진 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자가 아니라면, 그래서 포악무도하거나 사리사욕만 챙기는 자라면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라 그저 한 남자(一夫)에 불과하니, 그를 임금의 자리에서 쫓아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 연말과 올해 초 맹자가 말하는 ‘이윤’이었다. 이윤의 뜻으로 무장한.


 


 

댓글 5
  • 2017-09-01 16:01

    그러고 보면 유학은 전제가 참 중요한 것 같다. 

    군주를 내쫓아도 된다. 단! 이윤의 뜻으로 무장했다면

    나라를 위해서 죽어야지. 단! 그래야만 하는 자리에 있다면

    뭐, 이렇게 저렇게 따지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별로 해당사항이 없다는.......

  • 2017-09-01 19:36

    오늘의 맹자, 재미있네요.

    이틀 연이어 맹자에 대해 쓴 글을 읽었더니 맹자가 급 친밀해진 느낌이 들어요.(착각인가?)

    글쓰기 강학원도 개강하면 오늘의 스피노자로 따라하고 싶어집니다.^^

  • 2017-09-02 14:29

    맹자가 말하는 신(臣)의 개념이 참 어려워요.

    군주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어야하고

    몸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군주 되기 보다 신 되기가 더 어려운 것 아닌지. ^^ 

  • 2017-09-03 16:17

    맹자를 읽으면 신보다 민이 더 어렵네요.

    그 시대 민은 지금의 민과 확연히 다르니 어떻게 가져와야 하나 싶어서..

    자작은 우리가 이윤이었다하고, 진달래는 평범한 민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하는 ,

    이 상반된 결론이 그런것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여울아는 자꾸 민주주의 가려오려고 하고...어쩌나요~

  • 2017-09-08 11:20

    맹자는 왕이 더 어려워요.

    맹자는 손바닥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쉽다고 하는데

    그 어려운 왕천하를 해야하다니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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