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0 오늘의 맹자 - 순임금과 도척의 차이는?

moon
2017-08-30 21:59
417

0830 내 맘대로 읽는 오늘의 맹샘.jpg 맹샘^^

 

 <이문서당> 맹자공부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흥미진진한 맹자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읽어보자는 취지로 

2주간 매일 맹자 한문장씩을 내 맘대로 주석과 함께 올립니다.

 2주간의 맹자집중기간!!  많은 관심 보여주세요. (<고전공방> 학인 일동)




 

 

 

 

"孟子曰 鷄鳴而起 孶孶爲善者 舜之徒也 

鷄鳴而起 孶孶爲利者 蹠之徒也 

欲知舜與蹠之分 無他 利與善之間也

맹자가 말했다.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善을 행하는 자는 순임금의 무리요,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利를 도모하는 자는 도척의 무리이다.  
순임금과 도척을 구분하는 데에는 별 다른 게 없다.  리를 추구하는가, 선을 실천하는가의 차이 뿐이다.”  (「진심 상」25장)

 

『맹자』를 4년만에 다시 읽으면서 새삼 여러가지를 (재)발견한다. 특히 『맹자』와 『장자』가 수렴되는 지점 혹은 중첩되는 지반을 확인할때마다 상당히 놀라면서도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동시대의 인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사실이 딱히 특별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늘 유가/도가라는 후대의 프레임 안에서 혹은 사서/제자백가라는 구분을 통해 텍스트에 접근하다 보니『맹자』와 『장자』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 더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진영논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두 텍스트는 당대에 떠돌던 여러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가공하고 재배치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다. 『맹자』는 어떤 점에서는, 『장자』만큼이나 '이야기책'이다.^^  (지난번에 나는 맹자를 요순설화의 창작자 혹은 전승자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진심 상」25장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주제만 보면 이건 『논어』,「리인」장에 나오는 그 유명한 문구, "子曰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義에 밝고 소인은 利에 밝다)"의 변주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렇게만 읽으면 진짜! 재미없다!!  맹자는 단지 공자의 주석가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건 동시대 이야기인 『장자』, 「거협」편에 나오는 도척의 道 이야기와 같이 읽어야 훨씬 흥미진진해진다.  이야기인즉 이런 내용이다.

 

mubyeong.jpg

 

 

도척의 부하가 그에게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했다. "어디서나 도 없는 곳이 있겠는가? 방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아맞히면 聖이고, 스며들 때 선두에 서는 게 勇이다. 나올 때 맨 뒤에 있으면 義이고, 될지 안 될지를 아는 게 知이며, 분배를 공평하게 함이 仁이다. 이 다섯 가지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큰 도둑이 된 자란 이 세상에 아직 없었다." (『장자』, 「거협」)

 

 

거협편의 시작은 이렇다. "이제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면 궤를 뜯어 젖히는 도둑을 막기 위해 반드시 노끈으로 꽁꽁 묶고 자물쇠를 단단히 잠가 둔다. 이것이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지혜이다. 그러나 큰도둑이 오면 궤를 등에 지고 상자를 손에 들며 주머를 걸머멘 채 달려나가면서, 다만 노끈이나 나물괴가 단단치 못한거나 아닐까 염려한다. 그러고 보니 앞에서의 지혜란 큰도둑을 위해 오리혀 준비해 둔 셈이 되지 않는가!" (낄낄낄...^^)

 

44.jpg

 

그러니 이 이야기의 주제는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성인으로 도적을 막을 수 있다구?  (맹자식으로 번안하면) 왕도가 패도를 이길 수 있다구? 진짜루? 어떻게? 성인 혹은 지자는 오히려 큰 도둑을 위해 물건을 모아두거나 지키는 자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잖아. ..... 소위 입만 열면 인의를 이야기하는 유가에 대한 최대의 조롱. 어쩌면 눈물겨운 읍소!!

 

맹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장자가 말한 것처럼 義를 추구하던 "용봉은 참살되고 비간은 가슴이 찢겼으며 장홍은 창자가 갈렸고 자서는 송장이 양자강에서 썩혀졌다"는 것을. 성인이 애써서 이루려고 하는 道도 (결과적으로) 도척한테 송두리째 이용만 당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맹자는 뭐라 답했을까? 그게 바로 「진심 상」25장이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기에 「진심 상」25장의 주제는  '성인'과 '정의'가 아니다. 그것의 숨겨진 주제는 써있지 않은 행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 아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꿈을 꿔야 하는 것 아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인간 아니겠니?"

댓글 4
  • 2017-08-30 22:57

    닭울음소리는 커녕 해가 중천에 오르도록 디비 자는 아들놈은 일찍 깬다 한들 게임이나 할테니 

    오히려 늦게까지 자는 것이  선일까요?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워야 할까요?

  • 2017-09-01 15:57

    저도 다시 읽으니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인간은 선의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맹자..... 여전히 우기는 거죠....

    선의 능력이 있다. 있다. 있다고......

    없어서 있다고 한 걸까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다 희망을 걸어보는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된다고.....

  • 2017-09-02 14:26

    맹자 X 장자의 크로스 읽기!

    장자를 통한 맹자의 해석이 재밌습니다.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 좋아해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TV도 봐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자>를 읽으며 공부해야 한다! ㅎㅎㅎ

  • 2017-09-03 16:24

    마을경제 강의 준비하면서 마지막에 든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였습니다.

    엄청나게 논리를 준비하다가 든 생각, 논리가 아니구나,  논리는 비어있어도, 그럼에도 해볼 만 하잖아?

    어차피 이놈의 세상 취업하려고 해도 안되고, 돈벌려고 해도 안되는데,

    너무 피폐해져서 선물을 주고 받는 법도 모르는데...

    윤리의 경제, 해볼만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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