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일간의 외침] 69일째 - 콩세알과 당근^^

콩세알
2014-10-30 00:12
848


오랜만에 거울앞에 섰다. 단정한 옷을 고르게 대충 바르던 비비도 꼼꼼하게 바른다. 시위에 나서며 이렇게 공들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이왕이면 피로에 찌든 얼굴이 아니라 환한 얼굴로 탈핵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 탈핵을 공감하든 안하든 전단지가 곧바로 거리에 버려지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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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글을 쓰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되는데 며칠 도통 생각없이 지낸다. 비워진 시위칸을 보며 세미나 없는 것만 체크했지 해야할 일들은 생각도 못했다. 급하게 카톡으로 파트너 급구를 외쳤다. 강동원이 불러도 갈수 없다며 튕기던 뚜버기님과 미금역에 사는 당근님이 응답을 했다. 당근 '당근'님이다. 니체팀세미나도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니체팀과 해보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의 말대로 당근님이라면 시위도 잘하실 것같은 든든함이 있다. 오늘 시위는 오후 1시부터 다시 2번출구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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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넬들을 설치하자마자 휠체어를 탄 친구가 다가와 꼼꼼히 읽는다. 건넨 전단지를 보며 어려운 단어의 뜻을 묻지만 그의 말은 조금 알아듣기 어렵다. 열심히 설명했지만 내가 쓰는 용어들이 참 싫어지는 순간이다. 그는 내게 전기세가 얼마 나오는지 묻는다. 오만원이라고 했더니 거짓말이란다. 엄마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전기 아껴야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판넬 앞을 떠나지 않은 그에게 함께 할래요?’라고 물었다. 판넬 하나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잡는다.

바람에 날려 판넬이 쓰러지자 쑥스러워 한다. 다시 붙여 잡고 있는 그에게 사진같이 찍자고 하니 더 환하게 브이를 그리며 웃는다. 한참을 있다 떠날 때쯤 그는 친구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전단지를 달라고 한다. 100여장의 뿌려진 전단지 중 그의 손에 쥐어진 전단지만이 가장 꼼꼼하게 읽혔을 것 같다. 소리내어 읽어주던 그의 모습은 한동안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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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로 우리의 전시물들을 이쪽 저쪽에서 열심히 찍는 아저씨도 있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 다가가 이야기를 걸어본다. 그는 전단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 끄덕하거나 미소를 짓을 뿐이다. 우리도 우리의 활동을 기록하지만 낯선 이들의 사진속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SNS의 시대 우연히 그 기록들을 만나는 날들이 오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어느새 전단지를 다 나눠준 당근님은 내꺼까지 가져가 금새 또 다 나눠준다. 그리고는 뭐할까 하며 판넬을 들고 서 계신다. 

그녀의 씩씩함이 부럽다.  6개월을 함께 공부하고 이렇게 시위를 같이 하고 있으니  아주 많이(?) 가까워 진듯하다.(당근님은 어떨지.ㅋㅋ)

"꼭 읽어 봐주세요!!"

오늘 나의 외침이다. 받기 싫지만 주는 손이 민망할까봐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정말 궁금해서 읽기도 할 터이다.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거리에서 전단지와 판넬만으로 원자력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냐만은 그래도 누군가는 '고리원전'이라는 말에 미금역에서 만났던 우리의 모습을 기억해 준다면 좋겠다. 밀양을 알고부터 전기요금과 산등성이 송전탑이 눈에 들어오듯 단 한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며 힘주어 말한다. "꼭 읽어봐주세요!"^^

 

 

댓글 7
  • 2014-10-30 00:30

    아, 후기 좋다!

  • 2014-10-30 00:31

    콩님 이쁘게 차려입고 나가셨네요^^

    당근님도 여기서 뵈니 반가와요...

    새로운 접속이 이루어진 날이네요.

    참 미금역이 날마다 새롭게 다가옵니다. 애쓰셨어요.

  • 2014-10-30 01:45

    아, 후기 좋아요! 2

  • 2014-10-30 01:50

    함께 사진 촬영한 첫번째 주인공? 예전에도 있었나요?

    • 2014-10-30 17:43

      예전에도 만났던 친구인가요?

      그래서 더 살갑게 말을 걸고 못떠났나. ㅎㅎㅎ

      아무튼 그 친구는 우리를 아주 많이 기억해주겠네요.^^

  • 2014-10-30 18:48

    사진을 보니

    평소에 다니는 미금역과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예쁘게 공들여 치장하고 나간 덕 본 것 같아요 ~

  • 2014-10-30 21:40

    미금역이 환~하네요!!

    미소로.. 햇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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