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일간의 외침] 60일째 <삼우 三佑-상우시우은우> 미금역에 가다

띠우
2014-10-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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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 후기 - 김상우

솔직히 출발할 때는 많이 걱정도 됐다.

시위에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시위라는 단어의 느낌이 있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분명 나는 비폭력적인 시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느낌은 뭔가 찜찜했다.

어린 동생들과 함께 가는 것인데 6학년인 내가 이러면 망신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가기로 했다.

우리 엄마도 처음 갈 때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image1.jpg

차타고 미금역까지 갈 때 여울아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은우는 여울아 선생님이 시위를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은우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은우가 시위가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이런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닌 답에 선생님은 세빈이가 시위에 나갔던 모습을 보여 주셨다는데

은우가 그것을 보더니 이런 것이냐고 물어보며 자기는 시위가 앞에 나가서 시집을 낭송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긴 시위의 ‘시’자 때문에 시 읽는 것이라고 헷갈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image2.jpg

미금역에 도착해서 시위 도구들을 들고 거리에 나갔다.

시위를 하는 분들은 본 적은 있지만 직접 해보는 것은 또 다른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은데 그 곳에서 시위 준비를 하니까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시선이 느껴졌다.

다섯이서 함께 비오는 날에 우비를 입고 시위를 하니까 일상생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느껴졌다.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데 유인물을 나는 잘 안 받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잘 받아주셨다. 그런데 확실히 나보다 어린 아이들 것을 훨씬 더 잘 받아주신다.

나이 차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누어드렸더니

어느새 신호를 기다리는 분들은 다 우리가 나누어 준 유인물을 보고 계신다.

image4.jpg

확실히 소극적으로 할 때 보다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어느새 우리가 가져 온 유인물들이 다 없어지고 남은 것은 피켓.

탈핵에 관한 것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적극적은 아니어도 멈춰 서서 세워놓은 피켓을 보시는 분들도 계신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오늘 1인시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비가 계속 오니까 딱 1시간만 채우고 철수.

image5.jpg

 image3.jpeg

나는 이번 1인 시위를 나가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시위가 아니었고

또 내가 일상생활에서만 보던 시위 현상을 직접 해보니까 더 특별했던 것 같다.

유인물 나누어주는 것도 사람들이 잘 안받아주던 것 같은데 우리가 나누어 준 유인물은 잘 받아주셨다.

우리가 아이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문탁이 60일 동안 이 1인 시위를 해오면서 많이 탈핵을 외치고 알린 결과인 것 같다.

앞으로 남은 15일 동안 시위를 하시는 분들이 나랑 같은 생각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 시위가 재미있었다.

이렇게 탈핵을 알리는 것을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마지막 날은 1인 시위라는 개념에서 조금 멀어져도 문탁의 원하는 사람들끼리 다 미금역에 모여서

마지막 0.5일을 모두가 다 같이 즐겁게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다음은 은우가 오늘 쓴 일기>

image11.jpg

<시우가 쓴 일기>

image1.jpg

댓글 10
  • 2014-10-20 23:43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

    ㅋㅋ 은우 일기의 관용구입니당~

    전 많은 시위 경험이 있는데, 

    아이들이랑 첨해봐요. 먼 옛날 대추리? 등 

    그런 곳에서 집단으로 움직이던 것 말구요. 

    난 생 처음 유인물을 받으려고 손내밀고 웃으며 기다리는 사람들을 봤네요. 

    두 아들은 씩씩했고, 

    흐미~ 제 딸은 사랑스러웠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하며 축제같은 시위를 배웠고

    가족과 함께 일상같은 시위를 배웁니다~

    상우야~ 늦게까지 후기 올리느라 고생했어.

    내색은 안하더니 동생들 데리고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 짠하면서(너두 처음인데) 듬직하다. 

    쭈뼛하더니 익숙해지면서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했단다~
    은우 표현을 들자면, 유인물 건낸 손이 거부받으면 씁쓸, 받아가면 뿌듯~ 

    아이랑 시위하는 재미 알려준 띠우님께도 감사~~

  • 2014-10-21 00:06

    상우의 글에 감동받았습니다...

    정말 멋진 어른으로 자라날것 같은  예감...아 딸이 있었으면 사윗감으로 찜인데...아쉽당~

  • 2014-10-21 01:21

    비도 오고 추워서 오늘 시위는 어떤분이 하실지 고생이시겠다고 생각했는데...뙁!!!

    구여운 아이들이...

    은우 얘기에 웃고, 듬직하면서 차분한 상우 글에 감동받았네요.

    비도 오고 추운데 요 훈훈한 분위기 너무 좋네요. ^^

  • 2014-10-21 08:53

    상우에게 후기를 맡겨두고 밤에 볼일보고 들어왔더니

    그래도 써두고 잤네요

    아침에 형글만 있어서 서운한 시우를 위해 마지막에 시우글도 올렸어요 

    학예회 글 같지만

    저는 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올렸습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커나갈지 ㅎㅎ

    여울아님과 2학년이라고 보기엔 키도 마음도 시우보다 커보이는 은우

    그리고 두 아들 상우와 시우...

    참고로 잡혀가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기이름은 절대 말하지말라는 애들아빠까지..

    좋네요 오늘 아침~~

  • 2014-10-21 09:26

    너무 상쾌하고 뭉클한 아침입니다.

    너무 예쁜 아이들~

    상우의 어른스러움, 시우의 100% 진심 일기, 그냥 서있기만 해도 광채가 나는 은우...

    아줌마가 이런 말 별로 안해봤는데...

    얘들아, 사랑해!(부끄부끄)

  • 2014-10-21 09:39

    상우의 글이 잔잔한 감동으로 아침을 채우네요.

    상우,시우,은우 = 삼우^^와 두 맘들!! 

    가을비가 추적추적 그칠 기미없이 내려 무척 추웠을텐데,

    상우 글속의 그곳 분위기는 따뜻하게만 느껴지네요~

    덩달아 저도 오늘하루 행복하게 출발할께요^^

    고맙다~ 애들아♥

  • 2014-10-21 09:57

    탈탈탈 여행 다녀온 아이들이 뭉쳤군요!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만들어간다는 법칙을 

    일찌감치 알게 된 아이들..

    비오고 추워서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재미와 기쁨을 느끼다니.. 놀라운 신체들!

    얘들아, 너희들이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

  • 2014-10-21 18:54

    "우리가 아이들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문탁이 60일 동안 이 1인 시위를 해오면서 많이 탈핵을 외치고 알린 결과인 것 같다"

    우와! 상우는 참 멋쟁이네요 ^^

    두려운 마음으로, 걱정되는 마음으로 그래도 시위에 참여한 것도 대견한데

    이렇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고....

    그러면서도 재미를 느끼고...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크게 다를게 없는 것 같아요.

    76.5시위라는 새로운 공통체를 만들어가는데는....

  • 2014-10-21 21:13

    시낭송인줄 알고 울며 불며 하다가 ....

    기대 이상의 세상을 접한

    아이들

    귀엽고 예뻐요 ~

  • 2014-10-22 01:17

    상우, 시우. 은우 ~ 삼우가 즐거운 시위를 다녀왔구나 ^ ^

    애들아~ 수고 많았어~ 

    그리고 띠우님 여울아님도 빗속에 아이들과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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