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강좌 5강> 후기

바당
2018-02-09 17:27
393

<사기>, 이야기의 힘으로 절대지존의 지위를 얻다.

 

    우응순 샘의 역사의 탄생강의를 들으면서 역사서에서 과연 실체적 진실은 있는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라는

의문을 갖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닐 터이. 하긴 현재 진행되는 일들에 대한 서술조차도 누구의 눈으로, 손과 입으로,

어떤 목적으로 옮겼는가에 따라 차이는 나타나게 마련이니. 그런 걸 보면 역사 기록에서는 한 사람의 눈과 귀에서

통과된 하나의 사실 같은 상황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  기록자가 누구이고  어떤 시대를  산 사람

인가에 방점이 찍힌다.

   전 시간까지 간략히 소개했던 <서경>, <춘추>, <좌전>, <국어>와 달리, <사기>는 누가 어떻게 지었는지가

명료하다. 사마천은 역사를 정리하면서 기록을 위한 역사책보다는 후세에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로 엮인 역사책을

기획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들이 필요했고 주인공들이 있어야 했다. 이야기의 힘을  안 것이다.


   사마천이라는 이름은 <사기>를 읽었는가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아는 그 자신이 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맹자에겐 억척스런 어머니가 있었다면 사마천에겐 입신양명하여 역사계의 일가를 이루기를 바랐던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 사마담은 유럽의 네 배에 달하는 중국 천하의 유적지를 2년 동안 둘러보는 답사를

숙제로 주었다. 그 길 위에서 그는 우와 순의 무덤을 엿보고 노나라 제나라 지역을 강으로 넘고, 굴원이 어부와 만났다는 강에 배도 띄웠다. 곡부를 거치면서는 당시까지도 생생하게 공자의 유풍이 남아있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기도 한다.

그는 죽어있는 유적지들 옆에서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이야기들을 이빨 빠진 촌로를 통해서 혹은 빨래터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아낙네들을 통해서 건져 올렸다. 이 답사여행에서 이야기의 힘을 안 것이다.

   그 후 예정되었던 대로 역사기록을 맡은 공무원생활을 하며 20여 년간은 여러 왕실의 기록들을 가까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생에는 변곡점이 있는 법, 47살 되는 해, 전쟁에서 패한 장군을 두둔하다 모두가 잘 아는 궁형에 처하게 된다. 공무원 생활하며 퇴근 후 왕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서책들을 정리한 자료를 분류하고 다시 탈고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이야기들이 완성하게 된다. 이른바 발분울결체. 그는 자기시대에 평가를 받지 못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더없는 애정을

갖고 절절히 대변한다.


  <사기>의 구성을 보면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왕조를 세운 이야기로 본류를 만들고 다시 제후들의 이야기를 다룬

 큰 물줄기로 나눈다. 무엇보다 압권은 시대 순으로 또는 유형별로 묶은 웅성거리는 수많은 인물들의 소리를 해부하듯

들려주는 이야기다. 왕조와 제후, 인물들 뿐 만 아니라 시대별 연대를 기록한 표와 수리시설과 경제제도 등을 설명하는 제도사도 망라하였다. 전체가 130526500자에 이른다!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의 대우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항우가 왕조를

세운 왕의 반열에 들어가는지 의심을 갖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마천은 공들여 <항우 본기>로 완성한다.

 ‘승리? 그것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우리가 원하는 삶, 찌질한 승자보다 멋진 패자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야기보다

오래 산 것은 없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야기로 천년 넘게 사는 용들을 부리는 무림 고수중의 고수 절대지존!


   마지막으로 <사기> 책 자체의 운명 또한 드라마틱한 필살기를 품고 있는 불사조로 타고났다. 사마천은 언젠가는

후세 성인군자들이 자기가 기술한 역사서를 통해 이전 시대 영웅들의 삶을 수고로움 없이 엿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또 그런 기록을 하는 자신의 고민, 역사의 흐름에는 옳고 그름이 있는가라는 고민의 흔적들을 전할 수 있길 희망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작자의 손을 떠난 책은 그 자체의 운명이 있는 법, 사마천의 외손자대에 이르러 <사기>

한선재에 의해 어떤 첨삭도 없이 오롯이 국가에서 전격적으로 인정한 정사로 등극하게 된다. 그래서 <사기>

이야기들은 사실과 무관하게 사실화된 이야기로 지금까지 모두에게 읽히는 것이다. 더 바랄 것이 있는가? 절대지존!!

댓글 2
  • 2018-02-09 21:28

    이번 5강 후기는 두분이 풍성한 얘기로 들려주시니 읽으며 계탄 기분이네요^^

  • 2018-02-11 08:42

    바당님!  역사를 이야기로 술술 풀다 보면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되지요.

    그대에게 다가 온 역사의 무한 매력을 세미나로 이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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