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5강>한무제와 사마천, 그 브로맨스!!

문탁
2018-02-0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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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으로 강의를 2주나 못 들었다.

몸을 추스리고 다시 <역사강의>를 확인하니 강의진도표 상 5강은 <오월춘추>와 <사기>였다.

음.. <사기>는 내가 좀 알고^^, <오월춘추> ?? 이거 뭐지?

나름 '예'를 차리기 위해 책꽂이의 <오월춘추>를 꺼내 휘리릭 살펴보았다. 음...이런 책이군.

그런데 그러다보니 늦었다. 후다닥 길을 나섰으나 길이 온통 얼어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결국 지각!!

그  전 주에 다뤘다는 <오월춘추>를 뒤늦게 읽느라 지각했고,  자리가 없어 두꺼운 코트를 휘날리며 요란하게 맨 앞자리까지 가느라 강의를 방해했다.결론은, 예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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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이번 샘의 <사기> 강의는 뭔가 약간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참고로 난 우쌤과 진짜 여러번 <사기>를 읽었다. ㅋㅋㅋ)

내가 가장 재밌었던 것은 샘이 바로 '한무제와 사마천'의 브로맨스로 <사기>를 봐야 한다고 말했던 부분.

한무제와 사마천. 이 둘을  떼어놓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이들의 징글징글한 애증의 역사 뿐만 아니라, 아니 애증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제국의 에피스테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마천의  <사기>는 한(漢) 제국  '一統'의 패러다임 위에 놓여있다는 것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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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통의 패러다임이 <사기>에서 잘 드러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이다. (이건 내가 내 맘대로 요약한 것)

 

첫째. <본기>를 오제본기, 즉 요순보다 더 앞선 황제로부터 시작한다는 점. 황제 이하 모든 사람들을 황제의 혈족으로 만들었다는 것.

 

둘째, <세가>와 <열전>의 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공자에 대한 사마천의 엄청난 흠모(태사공자서, 공자세가, 중니제자열전)가 존재하는데, 이건 유가를 국가(=일통)의 통치이념으로 삼은 한(漢) 제국의 패러다임 속에서 봐야 한다는 것

 

세째, <세가>를 오태백세가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양자강유역을 황화문명으로 포섭하는 전략이고, 또한 <열전>에 다수의 외국전(흉노열전, 조선열전, 남월열전, 서남이열전 등)을 포진시킨 것은 이적을 중화로 포섭하려는 일통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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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매우 흥미롭기는 한데 동시에 머리 속이 매우 복잡해졌다.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을 나열해보자면,

 

첫째, 한무제와 사마천을 병렬시키면, 동중서와 사마천을 병렬시키는 것과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난 그동안 늘 동중서의 맥락 속에서 사마천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디^^)

 

둘째, 오제본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모든 제왕들을 황제의 후손(혈족)으로 만들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왜 '황제'로부터 시작했는가, 가 아닐까? 다시말해 그건 사마천이 유가 뿐 아니라 그 부친인 사마담처럼 도가사상(혹은 전한시대에 유행한 황로사상)에 훨씬 더 친연성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

 

세째, 그렇다면 공자에 대한 사마천의 흠모가 꼭 한 제국 이데올로기인 유교의 에피스테메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의문.   <사기>와 <한서>의 가장 큰 차이가 국가 이데올로기로서의 유교에 완전 포섭되어 있는가, 아닌가에 있는 것 아닌가? ㅋㅋ (상식과 교양수준에서 이해하자면^^)   <한서>에서 반고는 사마천이 유교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그가 역사적 시비선악을 논한 부분은 성인의 뜻에 크게 어긋난다. 그래서 대도를 논함에 황로를 앞세우고 육경을 뒤로 하며, 유협을 서술함에 처사를 배척하고 간웅을 추켜세우며, 화식을 말함에 권세와 이익을 존중하고 빈천을 부끄러워한다. 이것이 그의 어리석은 점이다." (오키 야스시, <사기와 한서>, 천지인, p45에서 재인용)

 

 

네째, 양자강 유역에 대한 포섭 혹은 외국(흉노, 조선 등)에 대한 시야...가 과연 한 제국 이후의  (제국의)패러다임일까, 라는 의문. 사실 이건 '천하' 관념, 그것과 연관된 '화이'관념 등과 연관된 것 아닐까? 즉 이건 이미 주 나라부터 생겨난 관점이라는 것. (cf  <중용> 9경의 '유원인') 그렇다면 문제는 그것이 한제국 시대에 와서 어떻게 변용되었는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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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뭐 이런 두서없는 생각이 마구 들었고,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ㅋㅋㅋ

 

역시 간만에 듣는 강의는 재밌다. 물론 금방 잊어버리겠지마 강의에 집중하는 그 순간만큼은 두뇌활성도가 엄청 높아지고, 머리가 좋아지는 느낌이 들고,  연구 의욕이 막 샘솟는다. (다행히 이 모든 것은 한 시간안에 다시 리셋되어 두뇌활성도도 낮아지고,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의욕도 식는다. 다행히, 그래서 오늘도 산다^^)

 

 

그래도 낼, 마지막 <한서> 강의가 정말 기대된다.

댓글 6
  • 2018-02-09 18:21

    하!  나도 이번 5강 들으면서 새롭게 안 한무제와 사마천의 일통사상에 대해 후기에 좀 써볼려 했는데

    아는 게 짧아 포기했는데  샘이 올려 주셨네요.

  • 2018-02-11 08:49

    아이고, 뭐 이렇게 항목으로 정리한 막강후기를 ..... 

    1. 동중서와 사마천의 관계? 물론 밀접하지요.  동중서는 역사(춘추)의 해석으로 사마천은 역사서 집필로, 각자의 방식으로  한무제의 찬란하면서도 처절한 시대를 관통했지요. 한무제와 동중서, 사마천의 삼각관계도 도전 과제가 되겠군요. 굿! 문탁에서....

    2. 황제? 사마담과 도가의 관계는 문제, 경제, 한무제 초기, 두태후 시대의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봉선의식에 큰 의미를 두었던 천문관으로 오행철학과도 관련이 있고요. 각설하고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과는 다른 길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향과 그의 아들 유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굿! 사마담과 사마천, 유향과 유흠, 역시 문탁에서.....

  • 2018-02-11 09:04

    쓰다가 글이 사라졌네요.

    사마천의 황제는 도가의 황제와는 다른 황제: 신농씨, 치우와 전쟁하고 하루도 가만히 있지 않고 싸움질하는. 물길도 막고 ....

    3. 오키 야스시 <<사기와 한서>>  좋은 책이지만 그의 논지의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사마천과 반고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인간의 언행을 직시한 역사가 입니다. 인간은 인의도덕이 아니라 물질과 욕망으로 프로그레밍된 로봇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지요. - 천자, 황후부터 평민까지. 사마천과 반고의 책에 나오는 대다수의 인간은  내면이 없습니다.  반성하지도 심지어 변명하지도 않습니다. 뻔뻔하지요. 

    충효로 작동되는 예치시스템에 대한 환상은 사마광의 <<자치통감>>부터. 나에게 사마광에 대한 마음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하시면?

    딱한 양반!!!

  • 2018-02-11 09:09

    4. 중화제국의 페러다임은 언제나 문명과 야만(화이)이지요. 질문의 요지를 잊었네요.

    왜 한, 당, 청이 서역 전쟁을 계속했는가?

    내부 식민지의 확장 과정으로 봅니다. 돈 되는 곳으로 제국의 촉수를 뻗는 것이지요.

  • 2018-02-11 09:15

    아! 오래된 화이론이 물질적 욕망 + 막강한 군사력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살육과 약탈을 고상하게 포장했지요.

    화이가 외교가 되면 기미책! ( 소와 말에 코투레, 굴레를 씌워 멀리서 조정한다. 정작 소와 말들은 자신들이 조정당하는 줄도 모르고 중화 문명에 동화되어 그들은 찬양한다.- 쓰다 보니 열받네요.) 약탈자, 악마들도 자신들이 고상한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충만하다.

  • 2018-02-11 09:16

    이번 역사 6강을 들어주신 학인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좌전, 사기 등등의 세미나를 만들어 주십시요.

    이야기 역사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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