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4강 후기

요요
2018-02-04 16:15
475

3강을 결석하고 4강에 참석했더니 빡빡했던 파지사유에 조금 여유가 생긴듯했습니다.^^

아마 몸살감기나 피치못할 일들로 못오신 분들이겠지요?

3강을 못들어서 그런지, 표상적 실재니 형상적 실재니 새로 등장한 개념들이 낯설더군요.

다행히 구름님이 녹취파일을 보내주셔서 좀 해갈이 되었습니다.

친절한 구름샘, 감사합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수업을 못들으신 분들께 녹취파일 듣기, 추천합니다.

저도 이 생에 처음한 경험이었는데.. 엄청 고단한 일이긴 했지만 

아마, 많은 분들께 새로운 감각을 자극하는 일이 되실거여요. 

(결석을 안하고, 녹취록을 다시 들을 필요가 없다면, 그레잇! ㅋㅋ)

저는 후기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평행론을 정리해봤습니다.

또 다른 분이 '자연학 소론'이나 '상상이론'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길!

다음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공부하다 중간에 끊긴 상상이론이 계속될텐데..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진 분야라 그런지 더 기대되는군요.^^

스피노자의 <윤리학> 네 번째 강의시간에 와서야 우리는 <윤리학> 2부의 평행론을 만났습니다

스피노자의 평행론은 스피노자 인간학의 출발이자 윤리학의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행론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함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평행론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의 관계, 심신관계에 대한 스피노자의 독특한 관점입니다

물론 강의시간에 배웠듯이 평행론은 스피노자의 말이 아니고, 

스피노자의 심신관계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라이프니츠가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후대의 학자들은 스피노자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피노자를 설명하기 위해 평행론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으니

라이프니츠가 안다면 뭐라고 할까요?^^


평행론을 이해하려면 먼저 2부 정리7에서 말한

관념들의 질서와 연관은 실재들의 질서와 연관은 같은 것이다’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진태원 선생님은 이 부분을 아주 공들여 설명했습니다만

저는 요점만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관념들의 질서와 연관은 사유속성의 변양들의 질서와 연관을 말합니다

관념들의 질서는 오직 사유속성 안에서만 따라 나옵니다

그러나 ‘실재들의 연관과 질서에는 사유속성과 연장속성의 양태들(형상적 실재들) 모두 포함됩니다

이 실재들 역시 각 속성 안에서만 인과관계가 작용합니다.


'관념들의 질서와 연관이 실재들의 질서와 연관과 같다'는 것을 

스피노자는 인과관계에 대한 공리(1부 공리4)로 간단히 증명합니다.

결과에 대한 인식이 원인에 대한 인식에 의존한다는 것은 스피노자의 인식론의 기본전제입니다

원인은 결과를 낳는 힘을 갖습니다힘이란, 바로 역량에 다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2부 정리7에서 말하는 ‘~~는 같은 것이다로 부터 

신의 사유역량은 신의 행위역량과 동등하다는 정리가 따라 나옵니다

신과 신의 지성과 신의 활동은 동일한 것이니까요.


더 나아가 2부 정리7의 주석에서 스피노자는

 연장의 양태와 이 양태의 관념 또한 하나의 동일한 것이지만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명확히 합니다

라이프니츠는 이것을 평행론이라고 개념화하면서 스피노자를 비판했습니다.

라이프니츠의 입장에서는 스피노자의 평행론은 영혼의 능동성/우월성을 부정하는 견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스피노자의 평행론은 영혼의 능동성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영혼과 신체의 위계 자체를 부정합니다

영혼과 신체 사이에, 사유속성과 연장속성 사이에, 사유의 양태들과 연장의 양태들 사이에 어떤 위계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일체의 위계가 부정되고, 정신과 신체 사이의 모종의(신비로운) 상호작용도, 인과관계(능동/수동)도 거부되는 이론, 평행론

여기에서 스피노자는 신학적 전통 뿐 아니라 관념론적 전통과 결별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것이 아닐까요?

댓글 1
  • 2018-02-04 19:14

    저도 지난 강의 중 진태원샘이 2부 정리 7이 지닌 중요성을 강조하신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평행론이 라히프니쯔가 스피노자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말일 뿐 정작 스피노자가 말하고자 한 핵심의 전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평행론'이라고 일컬어지는 주장을 통해 스피노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핵심은 데카르트를 위시한 관념론자들이 말하는 관념과 스피노자의 관념 사이의 차이에 있습니다. 

    같은 용어인데도 스피노자가 사용하는 맥락과 의미는 근대철학의 전통과는 매우 다릅니다.  

    데카르트 이후 근대철학의 주류는 관념론이고 여기서 말하는 관념은 라히프니쯔가 말했던 것처럼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영혼(정신)은 관념들의 원천이지 관념들 그 자체는 아닙니다. 

    데카르트는 관념들 그 자체는 참도 거짓도 없는, 그저 외부 사물을 비춰주는 거울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영혼(정신)이 이러한 관념들을 지각하거나 선택해야 합니다. 

    데카르트와 플라톤은 정신을 상이한 전문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기관들로 구분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이들 관념론에서 말하는 정신은 관념들을 분류하고 통제하는 컨트롤 타워 같습니다.  

    정신의 힘이 강력하다면 신체는 정신의 지배에 따라 완벽하게 통제되겠지요. 

    반면에 정신의 힘이 약하다면 신체가 야생마처럼 날뛰더라도 제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신의 약함을 비난하거나 제어되지 않는 신체를 부정하고 저주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인간학에 부정은 없습니다. 인간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스피노자는 인간 신체에 대한 부정이나 비난, 배제의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신체의 관계를 인과적 질서에

    따라 설명하고 그로부터 최고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이 윤리학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평행론을 말하는 2부 정리 7이 중요한 이유는 그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1부에서부터 전개해 온 스피노자의 형이상학은 2부에 와서 정신과 신체의 관계가 각각의 고유한 자율성을 지니면서도 

    동일한 인과질서에 따른다는 데 이르렀습니다. 정신과 신체 사이에는 아무런 상호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별개로 작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들의 대상이 신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신체를 매개하지 않는 한 외부 사물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외부 사물에 의해 신체가 변용되며 신체에 남겨진 그 변용의 흔적을 통해서 관념이라는 활동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외부 사물을 통해 더 많은 방식으로 신체에 변용이 일어날수록 그를 통해 정신이 실재들을 더 많이 지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체의 활동능력이 커지는 만큼 정신의 활동 능력도 더 커지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의 인과적 필연성에 따르는 것입니다. 인과적 필연성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미리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과는 분명 다른 것 같습니다. 

    토끼가 사자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토끼로서의 삶 자체가 의미없는 것은 아닌 것처럼 토끼는 풀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토끼로서의 역량이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피노자가 흥미로운 것은 인간이 경험하는 구체적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추상의 세계가 아닌, 손에 잡힐 듯한 실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진입 장벽은 높아보이지만 스피노자가 전개하는 논리의 세계가 보여주는 세계는 참으로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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