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1회차 후기 - 순임금님이 효자라구요?

진달래
2017-10-20 02:30
400

드디어 4분기가 시작되었다. (방학이 있었나요? 명절에, 올데이 맹자 읽기에.....) 


여하튼 '만장'편이 시작되었다. 만장은 맹자의 제자 이름이다. 


공자의 제자들과 달리 맹자의 제자들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만장에 대해서도 그가 아마도 맹자의 말년에 가장 측근으로 있었던 제자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만장편의 주인공은 위대한 효의 아이콘인 순임금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수상하다.  만장은 순임금이 정말 효자일까요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만장이 맹자에게 질문한다. 


"순임금이 밭에 가서 하늘을 부르짖으며 울었다고 하던데 왜 그런가요?" 


맹자가 "원모(怨慕)다"라고 대답한다. 


원망하는 마음과 사모하는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는 대상은, 바로 부모이다. 



순임금이 위대한 효의 아이콘이 된데에는 그를 한사코 죽이려고 하는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리고 의붓동생의 역할이 크다. 


순의 아버지는 순이 창고의 지붕을 고치러 올라간 사이 사다리를 치우고 창고에 불을 질렀다. 


또 다른 날에는 우물을 파고 있는 순이 우물에서 나오려고 하자 흙을 덮어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순은 두 개의 삿갓을 쓰고 몸을 가리고 지붕에서 내려와서 피하고, 우물 옆에 구멍을 파두어 그 옆으로 나와서 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순은 종신토록 부모를 사모했다고 한다. 


 

순임금은 요임금의 사위였다. 요임금은 순의 자질을 보기 위해서 두 딸을 시집보냈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순임금이 부모님께 허락을 안 받고 결혼하셨다는데 그건 불효죠?"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맹자의 답이 좀 웃기다. 


"말하면 장가를 못 갔을 것이다. 그런데 순임금이 결혼을 못하면 큰 불효가 되니 부모님께 말씀 안 드리고 일단 결혼한 것이다."


-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이 큰 불효가 되니 몰래 결혼을 먼저 해도 된다는 건가?


그런데 만장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다고치고, 근데 왜 요임금은 순의 부모에게 안 알려줬나요?"


"요임금 역시 미리 알려주면 결혼 못 시킬까 봐."



상은 순임금의 동생이다. 


형을 죽이려고 한 후 형의 물건 등을 나누어 가질 생각에 들떠서 형의 집에 갔는데  

형이 멀쩡히 살아서 마루에서 거문고를 켜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상이 순임금에게 말했다. 형님이 그리워 보러 왔노라고.....


그런데 순임금은 화를 내지 않고 자기를 보러 온 상을 보고 기뻐했다.


만장은 또 궁금해졌다. 


죽이려는 걸 몰랐을까요? 아니면 거짓말로 기쁘다고 한 걸까요? 


맹자의 대답이 또 애매하다. 


상의 거짓말이 도리에 맞는 거짓말이기 때문에 속았을 것이다. - 동생이 형을 보러 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어쨋든 속은 걸로.......



만장은 또 묻는다. 


자기를 죽이려고 한 상을 왜 죽이지 않고 추방했습니까? 


그러자 맹자는 추방한 것이 아니라 땅을 떼어서 봉해준 것이라고 했다. 


만장은 또 궁금해졌다. 


아니 그곳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요? 그렇게 나쁜 사람이 다스리게 되다니....


그러나 똑똑한 순임금이 그냥 내버려 둘리가 없다. 


상은 땅을 받아서 그곳에서 세금을 걷어서 살았지만 실제 정치는 할 수 없었다. 

이미 순임금이 관리를 파견해 두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맹자가 살던 당시에 순임금의이야기가 매우 많았던 모양이다. 


밭에 가서 순이 하늘을 향해 울었다거나, 결혼하는데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고, 동생을 집에서 내쫓고 등등


만장의 질문에는 당대에 순임금에 대한 평가가 고스란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이 아마 많이 회자되고 있었나보다. 

사회의 질서를 가족의 질서와 동일시하는 유가는 효와 제를 매우 중요시했다. 

요즘 보고 있는 <사자소학>의 내용도 효와 형제간의 우애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제일 많다. 

그런데 거꾸로 보면 당시 孝와 悌를 지금처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효와 제를 강조한 것을 보면....

맹자는 무슨 의도로 순임금을 효도의 최고 위치로 올려 놓은 것일까?

가장 극한 상황에서도 효도하고,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동생도 사랑하는 순과 같이 인간의 본성은 그러한 것인데 

우리는 가려진 것이 많아서 못하고 있을 뿐이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오히려 설득력이 없는 것같기도 하다. 

'정말 순임금이 효자인건 맞을까?'


댓글 2
  • 2017-10-20 09:55

    전  "상의 거짓말이 도리에 맞는 거짓말이기 때문에 속았을 것이다"

    라는 이 말이.... 여전히 물음을 낳습니다^^

    도리에 맞는 말과 거짓말이 공존하는 것 말이죠.

    거짓말 자체가 도리에 맞지 않은 말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든다는 거죠.


    그렇다면 순은 동생 상의 말을 들으며

    속았다, 알았다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그 말에서 도를 드러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거죠.

    즉, 상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자면 '법'을 들이대야 하는데

    (<대학> 4전 공자가 송사라면 나도 자신있다고 했던)

    이건 '친친'이라는 이치에는 위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의 국면 즉, 순은 거문고를 치고 상은 얼굴을 붉히며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이 국면,

    이 국면에서 순이 할 수 있는 말은 과연 무엇일까요?


    "너는 내게 와서 여러 신하들을 다스리라" 고 했습니다.

    도로써 답변하는 순. 이것이 맹자가 말하는 '지언(말을 안다)'고 하는 실제 예 일까?

    뭐 이런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그려^^

  • 2017-10-25 09:37

    도리에 맞는 말과 거짓말이 반댓말은 아닐 것 같네요.

    거짓말의 반대는 사실이겠지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고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희생적인 거짓말도 있구요..ㅋㅋ

    순이 얼굴을 붉히며 거짓말을 하는 동생을 보며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는, 즉 속았다는 것은

    '너에게도 일말의 양심은 있구나'하는 안도감의 표현 아니었을까...합니다.

    그건 그렇고 진달래가 요새 글을 재밌게 쓰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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