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페어이야기3> 길 위는 광주에 가서 ○○○을 했다

고은
2018-12-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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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인문학 동아리>가 문을 연지 벌써 만으로 2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처음 <길 위의 인문학 동아리> 문을 열 때, '민주주의'를 주제로 해서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도 <길 위의 민주주의>라고 부르곤 하십니다. 이번에 또 오랜만에 현장으로 다같이 2박 3일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이었습니다. <광주, 기억의 미로>에서는 다함께 광주에 다녀온 것을 바탕으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무려 4주의 추가 수업을 통해서 말이죠. 이번 전시를 보고 나시면 '길 위의 광주'라고 부르게 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첫 수업이 9월 1일이었는데요, 그 사이에 계절이 한 번 바뀌고 이번 시즌을 함께 했던 초빈, 채진, 혜림, 석우, 우현과도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8주의 세미나와 2박 3일의 여행, 4주의 후속모임을 통해 꽤나 끈질기게 자신들의 질문을 밀어붙였습니다. 광주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무엇일까, 궁금하시죠? 더 많이 궁금해하시라고 맛보기를 사알짝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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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 위의 친구들은 광주에 가서 '백 투 더 퓨처'를 찍었다.


    2박 3일간 탐방의 컨셉은 '백 투더 퓨처'였습니다. 3일 동안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지도와 수첩, 필름카메라를 통해 광주를 기록하기로 했죠. 그러나 이 '백 투 더 퓨처'는 우리에게 꽤나 미션이었습니다. 가기 전부터 "핸드폰 없이 사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수많은 내 SNS 친구들은 어떻게 하지"하는 걱정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난관은 첫 날부터 바로 시작되었거든요. 여차여차해서 버스를 타긴 했는데, 숙소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한참을 잘못된 곳에서 헤매다가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찍는데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하나씩 사서 갔는데요, 아시다시피 찍을 수 있는 사진의 개수가 한정되어있지 않습니까. 우현이는 다 찍어버려서 마지막날 아무런 사진도 남기지 못했는데, 반면 명식은 하나도 찍지 않아서 마지막날 거의 모든 필름을 소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행이도, 전체적으로 사진 찍힌 날의 밸런스는 좋았습니다..ㅋㅋ 그런데 막상 인화해보니, 누군가는 자기의 손가락을 화면에 꽉 채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두컴컴해서 알아볼 수도 없는 사진을 찍기도 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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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길 위의 친구들은 광주에 가서 의외의 만남을 가졌다.

    길 위의 친구들은 대개 즉흥을 좋아합니다. 밀양에 갈 때도, 여행을 컨셉으로 청산도에 갔을 때도 그러더니만 이번에 광주에 내려갈 때도 큰 계획 없이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둘째 날 한 친구가 가보고 싶다는 시장에 가서 돈을 주고 팀끼리 맛있는 음식을 사오기로 했습니다. 20분 뒤 음식을 사들고 만났는데 나뉘어서 갔던 3팀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들 순대를 사왔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렴하고 푸짐하고 맛있는 순대... 저희는 저녁으로 호화로운 순대밥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순대곱창 볶음, 그냥 순대, 순대국... 물론 다음날 아침도 메뉴가 같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순대와 깊은 만남을 갖게 될거라곤...^^;

    그러나 진짜 저희에게 의미가 깊었던 만남은 따로 있었습니다. 가기 전에 세미나에서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었기 때문에, 특히 구술집도 같이 보았기 때문에 광주의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저희는 사람들 무진장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된 모든 곳에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분들이 저희에게 무척이나 적극적으로 다가오셨거든요. '광주에는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광주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저희는 아주아주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내용은 전시에서 확인해보실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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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길 위의 친구들은 광주에 가서 메세지를 받았다.

    첫날 밤에 광주에 도착했을 때는 몰랐습니다. 해가 지고 있는 풍경이 참 아름다운 저 곳이, 어두컴컴한 길거리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거라고는요. 친구들은 광주에 내려오기 전에 반 쯤은 기대하면서도, 반 쯤은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광주에 왔는데 별 감흥이 안 일어나면 어떡하지?" "책으로 읽은 것 이상의 무언가를 가서 느낄 수 있을까?" "이정도로 많이 이야기했으면 이제 된 게 아닌가?' 광주에서 대단한 걸 봐야할 것 같다는 부담감, 막상 가면 느낄 수 있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들이 이 친구들을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우리는 둘째날 아침이 밝자 알 수 있었습니다.

    광주에서 메세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책에서 읽었던 것 이상의 생생함을,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메세지가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질문을 불러일으켰죠.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럴수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받았던 메세지는 두 가지였습니다. 광주라는 도시가 뿜어내는 이 서로 다른 두 기운이 우리에게 숙제로 남았습니다. 이 숙제는 풀려고 해도 풀리지 않는 숙제라, 이번 전시에서는 다른 두 가지의 메세지를 전달해보기로 했습니다. 각자는 이 숙제를 자신의 문제로 만들고, 마음에 품은 채로 말이죠. 전시 말미에서는 이 친구들이 품게 된 각자의 문제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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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12월 6일과 7일, 단 이틀 동안 파지사유 세미나실에서 진행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는 방법도 아주 독특하니까요 
이 기회 놓치지 마시고 꼭 보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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