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게릴라 세미나 1차 후기

최현민
2017-12-31 15:07
473

스피노자를 다시 찾았습니다. 글쓰기 강학원에서 중간에 이탈(?)한 후로 반년 만에 다시 스피노자로!




어정쩡하게 훑고 보내버렸던 스피노자에 미련이 남았나 봅니다.




그런데 워밍업의 3주 게릴라 세미나에는 참석하지만, 7주 간의 에티카 강의는 듣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번 주는 스피노자와 근대의 탄생의 도입부 1장에서 4장을 읽고 모였습니다.




3장까지는 스피노자가 신학정치론을 저술했던 전후의 시대적 배경, 스피노자의 개인적 일생을 보여줍니다.




신학정치론의 내용을 독해하는 4장부터가 책의 본론이 아닌가 합니다.




달팽이 샘과 오영 샘의 흠 없는 발제문 덕분에 내용상에서는 크게 짚고 넘어갈 게 없었습니다.




대신에, 정치와 종교, 그리고 스피노자의 윤리학과 당시 종교의 관계와, 당대 스피노자의 역할 혹은 의미를 중점으로 얘기했습니다.




 






스피노자는 교회세력을 정치의 영역에서 분리하려고 합니다. 교회가 정치적 영향력에까지 손을 뻗는 걸 비판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을 소유하려고 하는 교회세력도 정치세력 중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특정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본인의 정치적 이권을 쟁취하려는 점에서 교회세력과 정치세력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시각으로 교회의 정치권 개입을 스피노자와 다르게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교 세력은 신학을 정치 위에 위치시키려고 한다는 점,




교회의 세계관과는 다른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시도하면서 스피노자는 윤리론 적인 역할만을 종교에게 부여합니다.




그렇지만 철학자인 스피노자는 윤리학을 다루는 에티카를 썼죠. 에티카는 철학과 신학의 교차점에 있는 듯 합니다.




윤리학에서 말하는 스피노자의 윤리관과 종교에서 여겨지는 윤리적 진리는 상아하지 않았습니다.




그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론이 달랐습니다. 바라보는 목적지는 같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이 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미나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었던 주제는 스피노자는 당시에 매력적이었던 사상가였는가였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라이프니츠, 올덴부르크)도,




스피노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사회적으로 밝혀지면 곤란해질 상황을 무릎쓰고도 스피노자를 찾고, 서신을 보냈습니다.




확고히 자리잡고 있었던 당시의 기득권층이 스피노자의 저작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났던 이유도




그의 책들이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이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아닐까 짐작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신을 사고하고 진정한 자유를 추구했던 그의 정신이,




신학정치론과 에티카를 매력적이면서 위협적이게 했던 이유 아닐까요.








스피노자가 활동하던 시대는 중세와 근대 사이의 과도기였습니다.




자유의 국가를 표방하지만, 무신론적인 사상을 책으로 저술해서는 안 됐던 네덜란드.




정치적, 종교적 자유를 외치지만, (중세적)종교에 대한 정서적인 신념은 아직 남아있었던 근대초기.




이성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누구도 신의 절대적인 역할에 반기를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시대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를 주창하면서, 스스로 먼저 자유를 실천했습니다.




 









올 초 에티카를 읽을 때 스피노자는 저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리, 정리, 증명... 정말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스피노자가 제기했던 문제의식,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이번 책을 통해 읽으면서,




어쩌면 스피노자가 제 문제의식에 가장 적합한 철학자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억압에 대한 자유. 내면의 두려움에 대한 자유. 스피노자에게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주 발제는 자룡샘, 청량이 샘, 은주샘이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댓글 4
  • 2017-12-31 16:32

    훌륭한 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공부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복잡한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알고 싶었습니다.

    축제기간 에세이 발제문을  열심히 들었던 것도 있고 해서 용기내서 강좌를 신청하고

    예비공부를 좀 해볼까 해서 이 번 세미나도 신청했지요.

    히말라야샘 내공에 놀랐습니다.  워낙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니 어렵다는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다들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도 좋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의 개념에 대해서 궁금했습니다.

    중세 기독교적인 신이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신인동형적인 것이라면

    스피노자가 말하는 신이란  어떤 것일까 .  자연의 필연성이라고도 하는데 또 자연의 필연성이 뭘까 생각하니

    자꾸 동양적 세계관으로 생각이 옮겨갔습니다.   객관적 실체로서의 현상, 인간에 의해서 꾸밈당하지 않은 그것의 작동원리,

    펼쳐진 그 자체로서의 자연이  살고자 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온갖 연기적 과정을 포함한 어떤것의 작동원리를 신이라 생각한 것인가.   그럼 만물에 다 신이 들어 있다는 것인가..  모든 실재는  목적지향적이지 않고 필연성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고   예언자 설명에 있어서도 특별한 능력이 아닌 노력의 결과로 계발된 것이라는 것 등  인간에 의해 덧씌워진 개념들이 군더더기 없이 그 베일이  벗겨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내가 뭔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했다고 하는 그 이면에는 무수한 필연이 존재한다?     아무튼  더 공부해 봐야 되겠습니다.

    • 2017-12-31 20:25

      저 역시 신의 존재? 개념?? 무신론자라는 비난에 대응하며 글을 썼기에 신은 믿는데 스피노자가 믿는 신이란?? 이라는 의문이 가장 크더라구요.

      그리고 사람의 감정을 기하하적으로 설명했다는점이 무척 매력적이고 궁금하고요.ㅎㅎ

      선생님들의 내공에 다시 한번 놀라며 저의 무식함 을 또한번 느끼며 ㅎㅎ

      다음주가 기대됩니다 ~^^

      근데 하늬바람쌤~ 저희 a반에도 댓글 남겨주세는건가요??ㅋㅋ

  • 2018-01-02 17:33

    저희 조에서는 스피노자의 신에 대해 대부분 공통개념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크게 이야기되지 않았네요욧

    스피노자적 신의 개념으로 보면 신학과 정치학과 윤리학은 다르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에티카는 신학이자 윤리학이 아니겠느냐고

    현민군이 스피노자와 좀 친해진 듯하여 기쁘네요

    내들러께 감사를ㅋㅋㅋ

  • 2018-01-05 09:47

    a반b반이 따로 있었나요?

    어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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