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2강 후기-패륜아, 나는 아닐까?

게으르니
2018-05-25 21:23
336

<소학> 2강 후기를 쓰겠다고 흔쾌히 자청해놓고^^ 

아~~~ 뭐하느라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빠르다 ㅠㅠ

결국 파지인문학 매니저님의 걱정스런 노크를 맞이하고야 쓰다니 ㅠㅠ

2회에는 원문을 먼저 읽고 내편의 214장을 해석본으로 읽은 소감을 나누었는데

입교, 명륜, 경신, 계고 편이었다.

명륜편 63장 

"아내를 맞이한 집에서 삼 일 동안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 것은

부모의 뒤를 잇는다는 비장한 생각 때문이다"

64장

"혼례를 축하하지 않는 까닭은 한 세대가 교체되기 때문이다"

이 장들을 읽으면서 무슨 말이냐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질문을 했다.

강의 시간에 의견을 나눈 끝에

집안에서 혼례를 치른다는 것은 세대가 교체되는 일!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뒷방 늙은이'가 되는 일...

그러므로 혼례를 치르는 예식은 희희낙낙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치는 기원전 1세기의 인류가 체득한 감각이었다.

(소학은 12세기 이전의 경전에서 추려서 편집한 텍스트, 위의 문장 출전인 <<예기>>는 漢대에  추려진 경전)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감정을 헤아려 敬하는 몸이여야 한다는 주문.

감정덩어리인 인간의 삶에서 그 감정을 살펴 삼가는 것은 필수!

그 시작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부모를 받드는 孝도 부모의 감정을 살피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소학>>을 읽고 있으면

지금 우리들은 <<소학>>에서 가르치는 바와는 정반대에 이른 삶을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례를 치르는 자식들의 마음을 살펴 전전긍긍하는 부모나

자신의 미래를 거는 대사에 부모의 마음을 살피는 예는 이미 사라진 세태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인륜편 35장

"자신의 부모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悖德(패덕)

자신의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공경하는 것을 悖禮(패예)라고 한다"

라는 문장에서 우리가 남이 불효하는 행동을 가리켜 이르는 말 悖倫兒가 생각났다.

최근에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게 되셔서 뜻밖의 동거를 하게 된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에게는 요령껏 상냥한 처세를 하면서

집에서 어머니한테는 퉁명 그 자체로 날것 그대로 응대하는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성실한 것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親親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것이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방법이니

孝는 함께 살아야 하는 인간이 배워야 하는 가장 절실한 美德이며,

그 미덕에 충실할 때  와닿는 감응은 동심원처럼 퍼져 천하를 평탄하게 하는 효과에 이른다는

유가의 주장은 지금은 무효한 판에 박힌 글자에 불과했는지도....

그렇다면

21세기에 읽는 유가의 관계 美學은 정녕... 돌이킬 수 없는 고루한 무엇...일까...

<<소학>>은  인간이라는 생물의 감정을 시시콜콜 살피라는 메뉴얼의 향연^^

21세기의 인류는 과연 그 메뉴얼에서 훌훌 벗어났을까?

혹은 그래서 우리는 지금 잘~살고 있을까?

<<소학>>은 그런 질문을 일으키는 경전이다^^

그래서^^ 일독을 권한다^^ 

댓글 1
  • 2018-05-29 00:18

    뭔가 어렵네요.....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뭔가는 또 바뀌어야겠죠? 

    인간다움이라는 것이 하기 어렵거나 마음에 짐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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