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동안은 주역이 어렵다는 것도 못 느낄 정도로 그저 수업을 따라 가느라 헉헉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빽빽한 한자만큼 빽빽하게 들어찬 학인들. 낯선 분위기만큼이나 낯선 공부다. 나는 동양의 사상을 봉건적이고 순종을 강요하는 권력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라 경시해왔다. 그런데 내가 자청해서 그 공부를 하고 있다. 세월을 산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너무도 확고했던 것이 다르게 보여서 다른 편에서 서서 보고 싶어지는 것~^^

이번 수업에서는 小畜괘를 마무리하고 履괘를 한후 泰괘의 초구까지 진행하였다.

小畜

小畜 亭 密雲不雨 自我西郊

소축은 형통하니 구름이 빽빽이 끼었으나 비가 내리지 않음은 나의 서교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구름은 음양의 기운이라 두 기운이 모이면 和하여 비가 내려야 한다. 그러나 양이 선창하여 음이 화답하여 비가 내리는 것이나 서쪽(음)로부터 왔으니 비가 내리지 않는다. 소축은 여러 陽이 陰에게 저지당하는 때이다. 구오는 아래 있는 자에게 도움을 구하여 힘을 이루어야 한다. 즉 군자는 여러 힘의 도움을 얻어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소축괘에서는 달이 幾望하므로 군자는 미리 의심하고 염려하여 경계해야 흉함에 이르지 않는다.

初九 復 自道 何其咎 吉

초구는 돌아오는 것이 道로부터 함이니, 어찌 허물이 있겠는가. 길하다.

九二 牽復 吉

구이는 연결하여 회복함이니 길하다.

九三 輿脫輻 夫婦反目

구삼은 수레에 바퀴살이 빠지니 부부간에 반목한다.

六四 有孚 血去 惕出 无咎

육사는 정성을 두면 피가 제거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허물이 없다.

九五 有孚 攣如 富以其鄰

구오는 孚信이 있는지라 연결하여 부자가 그 이웃들을 도와준다.

上九 旣雨旣處 尙德 載 婦貞 厲

상구는 이미 비오고 이미 그침은 덕을 숭상하여 쌓여 가득한 것이니, 부인이 견고하게 이것을 지키면 위태로우리라.

履

履虎尾 不咥人 亨

범의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

履는 사람이 행하는 것이다. 卦됨이 하늘이 위에 있고 못이 아래에 있다. 柔가 剛에게 밟히고 깔렸으니 이치에 지극히 마땅하다. 사람이 이와 같이하면 위험에 처하여도 해로운 바가 없다. 그러므로 범의 꼬리를 밟더라도 물림을 당하지 않으니, 형통한 것이다.

初九 素履 往 无咎

초구는 평소대로 행함으로 가면 허물이 없다.

九二 履道坦坦 幽人 貞 吉

구이는 행하는 도가 탄탄하니 그윽한 사람(정이천;뜻이 깊은 사람, 왕필·주자;은자)이라야 정하고 길하다.

六三 䏚能視 跛能履 履虎尾 咥人 凶 武人 爲于大君

육삼은 애꾸눈이 보며 절름발이가 걷는 것(역량이 안되는 데 설치는 것)이다. 범의 꼬리를 밟아 사람을 무니 흉하고, 무인(난폭한 사람)이 대군(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었다.

九四 履虎尾 愬愬 終吉

구사는 범의 꼬리를 밟으니,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면 마침내 길하다.

九五 夬履貞厲 貞 厲

구오는 독단적으로 행하는 것이니 정하더라도 위태롭다.

上九 視履 考祥 其旋 元吉

상구는 행한 것을 보아 길흉을 상고하되 그 주선함이 완벽하면 크게 선하고 길하다.

몇 개월을 했건만 뭘 알아듣고 뭘 못 알아듣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건 나서지 말고 기다려라. 설치면 일을 그르친다. 기다릴 때는 그냥 놀고 먹기만 하면 안되고 공부해서 실력을 닦아라 정도이다. 보채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하다보면 언젠가 주역이 뭔 말을 하는 건지 알게 될까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