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5월 15일 강의 후깁니다. 소축괘은 미처 요약을 못했어요

영감
2018-05-24 12:50
266

天地개벽으로 시작한 주역이 분쟁과 전쟁의 괘 訟,
거쳐 이제 평화로운 比괘에 도달했다
. 전화번호부 같이 위협적으로 두터웠던 교재도 이제 반으로 접힌다.

 

마지막 두爻인 六五와 上六을 공부하고 師괘를 마무리했다.

 

六五의 주체는 군주인데 영토를 침입한 외적의 토벌과 장수에 대한 권한 위임의 道理를 논하였다. 程伊川[]에서는 秦始皇과 漢武帝의 사례를 지적하면서 군주는 신중하게 판단하여
방어를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켜야 함을 부연하였다
. 이는 현대에도 적용되어 주요국들의 군부명칭에 겉으로나마
‘defence’, ‘’, ‘등이 들어가 있다. 또한 군주는 전시에 일단 장수를 임명하면 그에게
전권을 부여하여 戰況에 따라 군대를 통솔하게 하고 군주 측근들의 주장과 간섭은 견제하라고 경고한다
. 긴급
상황 하에서 다양한 의견보다는 신속한 명령침투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

 

上六에서는 전쟁이 끝난 후 戰功에 대한 보상을 하되 그 대상을 가려서 해야함을 이르면서, 공이
크다고 해도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小人에게는 차라리 금전 등으로 시상을 할 망정 중책에 등용하는 것은 국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 작금에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고질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이른바 報恩인사는 義롭지도, 利롭지도
않은 혁파해야 할 후진적인 정치 관행이다
.  

 

比괘에서는 인간이 서로 돕고 의지해서 살아야
하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고 있어 앞의 師卦에 비해
훈훈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지 師괘 爻辭에는 凶자가 많이 보이지만 比괘는 대개 吉자로 마무리 된다. 師괘에서
九二의 陽이 九五의 위임을 받아 장수로서 군사를 거느리지만 比괘에 와서는 백성들이 유일한 陽인 九五의 군주를 따른다
. 程伊川[]에서도 比樂師憂로
두 괘를 비교해 놓았다
.

 

卦辭인 元筮 元永貞 无咎, 不寧 方來 後 夫凶에 대해 程[]에서는 元永貞을 리더쉽, 불변함, 正道를
얻음으로 풀어놓으면서 가까이 할 대상 특히 웃사람의 인성 기준으로 삼았다
. 또한 서로 자만하지 말고
늦기 전에 먼저 다가가서
親輔하는 적극성을 강조한다.

 

象전에서는 人君, 君臣간의 上下 친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 君主와 백성은 어차피 불완전한 존재인 바 서로 應하여 지켜주고 따르지 않으면 위태로워짐을 맹자
王道정치의 保民
, 安民 사상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이어지는
象전에서 水地比 괘의 물과 땅이 氣密함을 비유하여 聖君들이 천자의 나라를 세워 제후들을 포용함으로써 백성과 親比했음을 상기시키며 윗사람이 너그럽게
베푸는
내리사랑의 실천을 권하고 있다. 동서양 共히 봉건 신분제도 (동양은 관료, 서양은 귀족) 환경에서 인간관계는 자연히 수평보다는 수직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 오늘날까지 우리 한국사회가 아직 사회적 수평 관계에 능숙하지 않음은 사실이나 이를 서양
문화의 관점에서 피상적으로 평가
(: 사회예절)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初六은 믿음으로 시작한다. 有孚比之 无咎, 有孚 盈缶 終 來有他吉. 믿음의 중심인 孚가 있으면 예상치 못한
吉한 일이 생긴다
. (질그릇, 질장구)에 비유하여 소박하면서 충만한 믿음을 수식하였다.

 

六二 比之自內 貞 吉에서는 군주가
관직을 제수하여도 결국 당사자가 貞
(여기서는 곧을貞으로 훈독하는게 좋을 듯하다) 하게 판단하여 수락여부를 결정해야
함을 뜻한다
. 반대로 벼슬을 얻기 위하여 군주와 가까이 하는 것은 군자의 도가 아닌 바 象전에서도 伊尹과
諸葛武侯가 임금이 예를 다하여 부를 때가 기다린 사례를 들었다
. 그런데 이 道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선
임명권자가 평소 천하의 人才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면서 필요시 適所에 천거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

 

六三과 六四에 와서는 比之匪人, 外比之 貞 吉의 爻사로 六三이 가까이 하면 안되는
무리를
4효와 2효에 비유하여 환경적인 (자체의 문제가 아닌) 匪人의 사유를 설명했고, 六四가 臣下로서 필연적으로 剛陽中正 존위에 거한 九五를 따라야 좋음을 얘기했다.

 

九五, 比괘의 유일한 陽으로서 群陰의 따름을 받는 군주의 도리를 확인해 주었다. 顯比는 백성을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군주의 덕목을 의미하며 九五의 핵심 개념이다. []에서 군주의 道로서 성의를 가지고 백성을 대하고, 백성들에게 다가가고, 仁政을 베풀어 천하가 그 혜택을 입도록 함을 열거하였다. 그리고
湯임금의 고사에서 유래한 王用三驅를 비유하였는데 程
[]에선
고사의 주제인 군주의 관대함이나 승자의 여유보다는
失前禽으로 표현한, 가는 사람은 구태여 잡지 않고 자연히 따라오는 사람을 取하는 舍逆取順의 왕도로 소개하였다. 이어지는 程[]에서
邑人不 부분의 를 군주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 백성들에 대한 약속으로
해석하여 公平無私한 爲政者의 태도를 부각시켰다
. 그러나 우리 복습반에서는 를 施惠의 개념이
아닌
와 같은 경계할 로 훈독하면 邑人에 대해 失前禽을 유의하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

 

上六의 효사 比之无首 凶에서 首에 대한 程伊川과 朱子의 주석이
다르다
. []
首를 시작으로 해석하여
, 서로 친애함에 있어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는 처음처럼을 주장한 데 반하여 本義에서는 수를 웃사람으로 보고 아래를
향한
내리사랑을 주장하고 있다.

 

 

겁없이 주역에 뛰어든 지 석 달이 넘었다. 자상한 선배님들의 배려로 첫 분기를 무사히 마치었음을 감사한다, 그간 4자이상의 한문은 병풍에서만 보고
살아온 탓에 아직은 교재를 읽는 것 조차 숨이 차다
. 아니 숨이 넘어간다, 쉼표 비슷한 기호에서 꼭 숨을 쉬는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여태 물리적인 번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의 智力으로는 주역이 재미있다’, ‘아름답다등 학당의 벗님들이 누리는 감동이 아직 이르다. 그래서 주역을 읽는다
표현이 내게는 건방지고 마치 山을
걷는다는 것과 等値된다.  

 

사실 주역이 있는 화요일은 대여섯 시간짜리 山行을 방불한다. 오전에는 가파른 오르막을 헉헉대며 따라가도 여차하면 길을 잃는다. 다리도
저리다
.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올라온 길을 되짚어서 하산하여 원점 복귀한다. 방심하면 미끄러진다. 내리막은 좀 완만한 코스를 택하여 무릎에 부담도
덜 주고 일행들 간에 입체적인 談論의 여유도 가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 좌우간 하산을 해야 집에 갈 수
있다
. 하산 후 피로는 유쾌하다.  

 

삼천년 전 오래된 과거에 보이지 않는 먼 미래를 향해 저자가 던져 보낸 직구, 변화구를 오늘의
독자들이 성찰하고
, 고민하고 때로는 격돌하고, 횟갈리기도
하며 받아 치기에 정신이 없다
. 십년 만 차이 나도 서로 외계인이 되어 대화가 어려워지는 판에 수천년을
현재 진행형으로 관통하는 사상의 동력은 무엇일까
? 그리고 이 문화유산의 진정한 상속자는 누구인가?  할 수만 있으면 原著者와 동천동에서 만나
대포 한잔 하면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 얘기가 통하면 이차는 우리집에 가서 마오타이 한 병 까도
되고
..

 

강의시간은 물론 복습시간에도 학생들이 놀랍도록 진지하다. 이런 제자들과 고전을 논하는 선생님도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압도적으로 여학생이 많은 가운데 乾,
坤괘에서처럼 陰陽을 각 젠더의 역할로 설명하는 字句에 이르러서는 분개, 좌절, 체념의 한숨이 들려온다. 경전에 나오는 小人이 키가 작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듯이 남녀도 생물학적
성별보다는 男女性性을 의미한 걸로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

 

오랜만에 다시 열어놓은 나의 지적 성장판이 제대로 작동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주역 2.0 싸이트가 있으면 乾괘 上九에 가서 낙서 한번 해보고 싶다. 亢龍 卽死 是龍


댓글 3
  • 2018-05-27 10:49

    셈의 숨가쁜 후기에 덩달아 숨이 가쁩니다.

    셈 표현대로 마치 험한 산을 다녀 온 것처럼....

    마침,  티비에서는 문통이 김위원장을 만나고 온 결과가 보도되고,

    또 일부러 시간을 맞춘듯이 트럼프가 다시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메시지가 속보로 뜨고...

    순간순간 변하는 지구촌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우리가 지금 모여서 주역을 공부하는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걸 느낍니다.

  • 2018-05-29 09:0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 어렸을적 국한문 혼용 신문 보는 것 같아 즐거웠구요^^

    예전에 김대중 대통령 당선 되었을 때 어느 신문에서 공로가 있으면 차라리 2,3억씩(당시돈으로) 주고

    자리는 따로 생각 하라고 썼던 사설이 생각 나데요

  • 2018-05-30 09:50

    헥헥... 후기조차도 이렇게 지적으로다. 

    최근 제가 무슨일을 저질렀는지 심각하게 자각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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