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세미나> '삐반' 두번째 시간 후기

청량리
2018-01-10 03:14
352


우리가 '삐반'이라는 걸, 늦은 후기를 쓰면서 새삼 알게 된 새벽........말괄량이 삐삐는 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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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들러는 <신학정치론>을 '지옥에서 꾸며진 책 A Book forged in Hell'이라고 했다.
그가 보기에 스피노자는 뜨거운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오히려 서서히 담금질하듯 그의 날카로운 생각을 벼려냈다. 
내들러가 생각한 '지옥'은 무엇이었으며, 스피노자는 왜 그 속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을까?


스피노자 단기 집중세미나 두 번째 시간의 발제 제목은 다음과 같다.
기적은 없는 것이고(은주), <신학정치론>도 그저 책일 뿐이며(청량리),
(우리가) 참된 종교로 나아가기 위해선 도전과 용기가 필요하다(자룡).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지금껏 그래왔듯이,
기적과 미신을 바라고, 어떠한 것들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며, 도전과 용기는 현실 앞에서 흩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히려 지금의 시대를
기적을 믿는 바보는 없으며,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민주주의가 실현된 사회라고 말한다.


그러한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스피노자를 17세기에 태어난 것이 단지 시대착오적인,
지금의 상황에선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뛰어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인정해버린다.
스피노자의 생각이 그저 17세기의 무엇인양 말이다.


스피노자가 지옥에서 <신학정치론>을 왜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신학정치론>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알 것 같다.
적어도 스피노자는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고, 그 바깥에 서 있기를 선택했다.
이미 죽어서 가게 되는 지옥에서조차 우리는 살려고, 벗어나려고 오지게 애를 쓴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그러한 노력을 비웃듯, 지옥을 훌쩍 넘어버린다.


기적은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청년열정을 강조하는 사회,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루저들은 개인의 잘못으로 생각하는 사회,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그 앞에 슬며시 자본을 모른 척 끼워넣는 사회,
이것은 17세기 성직자들의 억압 속에 이성의 자유가 사라진 '지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17세기의 지옥과 다르다며,

겉으로는 기적은 없고, 숭배도 없으며, 도전과 용기는 넘친다고 거짓을 설교한다.


그래서 나는
열정이면 된다는 기대보다는, 이성의 자유가 실현되는 기적을 믿고 싶으며,
어떤 개인의 잘못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사회적인 모순으로 비판하는 걸 그냥 따라하며,
자본에 도전하는 용기 보다는 조금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기길 바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지금, 스피노자가 지옥에서 쓴 <신학정치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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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는 새벽에 쓰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시간.......삐삐는 잘 살고 있단다....

댓글 2
  • 2018-01-10 12:23

    나도 청량리 옆에 붙어 그런 친구들틈에서 살아야지 ㅋㅋ

    삐삐 그립군요

  • 2018-01-11 09:48

    "그래서 나는 
    열정이면 된다는 기대보다는, 이성의 자유가 실현되는 기적을 믿고 싶으며,
    어떤 개인의 잘못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사회적인 모순으로 비판하는 걸 그냥 따라하며,
    자본에 도전하는 용기 보다는 조금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기길 바란다."

    좋네요~

    그럴려면...어여 빨리 스피노자와 글쓰기 신청하세요~~ ㅋㅋ (자유의지로 안되는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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