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4강 후기

띠우
2018-07-02 20:31
332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현대 과학이 전통적인 지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무지의 인정이었다.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인류는 진보를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의 문제까지도

우리의 무지가 낳은 결과로 인간은 기술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투자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에서 삶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과 맞물리면

두려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그 경계에서의 균형이 어떤 것인지 물어야할 것이다.

 

저 유명한 아담 스미스는 인간이 가진 개인적 이익의 추구가

경제적으로 공동체 전체의 부를 늘어나게 해준다고 말한다.

스미스의 이론에서 인간은 이웃의 것을 빼앗아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전체 파이를 늘림으로써 부자가 된다.

파이가 커지면 모두의 이익이 커진다는 논리.

그러나 자본주의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고갈될 줄 알았던 에너지 자원이 전환을 맞이하였고

성장에 대한 환상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게 만들면서 소비의 욕망은 날개를 달게 되었다.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그 자체가 현대 사회의 속성으로 자리잡았다.

자본주의의 폭력성은 이 안에서 날뛰기 시작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여기서 질문한다.

지난 500년 동안의 놀라운 변화와 발전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느냐고..

그는 사람들이 행복을 얻는 비결은 스스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후 토론시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현시대 이야기가 오갔다.

녹색형광토끼, 생명공학 기술, 휴머노이드 등...

최첨단 보청기나 망막 임플란트 혹은 단순한 안경의 착용을 통해서도

사이보그가 된 인간의 모습은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 친정아버지의 디스크 수술을 떠올리다 보니

실제로 우리 몸 안에는 이미 무엇인가 많은 것들이 집어넣어져 있다.

큰 이슈였던 이세돌을 이긴 AI는 이미 멀찌감치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고

현재는 인간데이터를 주지 않은 채 그러한 한계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파고의 세대변화로 인해 새로운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코앞에 다가와 있고

그렇다면 그 관계 속에서 인간을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난감해진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과학연구가 시작은 늘 약자를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경제적, 정치적 사회 구조 속에서 변질되는 측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지...

해답이 주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기에 다들 눈빛들이 맑지만은 않아보였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질문해 봐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결국 현재에서의 치열한 분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해진 답을 보는 느낌이지만 현재는 늘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도..

 

덧붙여 이번 강좌는 중1 아들인 시우와 함께 들었다.

시우에게 강좌를 들은 소감을 물으니 무지의 혁명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자신은 뭘 하든 자신이 무지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줬는데 국물을 식탁에 잔뜩 흘렸길래

이 행동이 너의 무지에서 온 것이라고 했더니만,...

자신은 무지하지 않게 유지하고 있다고...헐... 할 말이 없다ㅋ

4주간 중1 아들과 서로를 괴롭혀가면서 즐겁게(?) 보냈다

이 모든 것이 지금샘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 1
  • 2018-07-04 08:17

    사피엔스가 생각보다 무겁지요? 

    강의내내 얼굴들이 어두웠던게 생각나네요.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의 무지를 인정하면서 역설적으로 신에게 도전하고 신이되려고 한다지요. 

    그바람에 근본적인 물음을 잊어버렸다는게 내내 걸렸어요.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가요?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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