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잡식가족의 딜레마>- 모르는 것 투성인 중년

작은물방울
2022-11-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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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서 고양으로 이사온 뒤...

친구도 없고, 읽어야만 하는 책도 없고, 해야할 일도 많이 줄은 탓에 종종 질문한다.

한가한 것인가? 심심한 것인가? 무료한 것인가?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바꾸고 싶은가? 즐기고 싶은가?

어느 날은... 빨리 달려나가서 사람들과 무언가 일을 벌이며 어울리면 좋겠다 하다가...

어느 날은 낮잠도 자다가 뒹굴거리며 하릴없이 피아노도 띵동거리는 이 시간이 좋기도 하다.

한마디로 좋은지 싫으지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많군!!

 

한가하고 심심하고 무료한 날엔 햇빛과 가까운 창가에 앉아

손을 꼬물거리는 일을 한다.(사실 아무것도 안하는 날이 더 많다)

깻순을 다듬거나 콩나물 뿌리를 다듬거나 마늘을 껍질을 까는 일들...

종종 콧노래도 부르고

종종 혼잣말도 하고

동거인들이 손을 보태면 쓸데없는 말들을 하며 피식 피식 웃는 시간을 좋아한다.

 

오늘은 공생자 행성을 쓰는 날!!

창문을 등지고 앉아 약서랍을 정리했다.

분명 아파서 병원에 갔을텐데 한두 번만 먹고 괜찮아져서 안먹은 약들이 수북하다.

이런 약들도 분명 땅과 물을 오염시킬텐데...

병원을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약을 이틀 치만 달라고 해야하는 것인가?(왜 병원에서는 기본 삼일치 약을 주는 거지?)

나아져도 끝까지 약을 먹어야하는 것인가?

이것도 잘....모르겠다. (이 정도로 모르면 바보, 천치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ㅜㅜ)

흰 봉지 안에 있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모아놓으니

빨갛고 노랗고 하얗고 반짝이는 약들이 참 이쁘다.

근데 이 약을 다 먹는다면?.... 죽겠지?

무섭다.

어여 약국에 가져다줘야지.

댓글 11
  • 2022-11-07 17:16

    물방울이닷!!
    공생자행성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21일간 만날 생각을 하니 흐뭇..
    방울의 일상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네요
    한가한 시간 따스한 햇살
    즐기시옷!! ㅋㅋㅋ
    잡식가족의 딜레마 본편은 다음 글에서 볼 수 있나요?

  • 2022-11-07 17:16

    아ㅡㅡ물방울의 일상을 볼수 있다니 ㅡㅡ
    난 3주간 아주 기쁠듯 ㅋㅋ

    나물 다듬는 물방울 옆에 앉아 같이 수다떨고 싶은 하루입니다

  • 2022-11-07 17:22

    약 색깔이 예뻐요ㅋㅋ 이건 무슨 생각일까?
    해석하지 말아야쥐~
    콧노래가 들리는듯 합니다~ 두두두 몸짓도^^

  • 2022-11-07 18:25

    오홋! 모르는거 많으면 먹도 싶은것도 많은 법인디..ㅋㅋ 물방울 반가우이~~

  • 2022-11-07 20:21

    콧노래도 부르고 종종 혼잣말도 하며 깻순을 다듬고 콩나물 뿌리를 다듬는 물방울의 모습을 생각하니...왠지 궁둥이도 흔들흔들했으리라는 추측이!! ㅎㅎㅎ
    앞으로의 소식이 매우 궁금~~ ^^

  • 2022-11-07 23:37

    콩나물 뿌리가 다듬는 것이었다는 걸 완전 까먹고 있었는데.. 그집은 정갈한 콩나물이 식탁에 오르겠네요.
    오순도순 나물반찬 다듬어서 먹으면 참 좋겠다.
    약국에서 약을 잘 안 받더라고요. 귀찮다고~ 안 되면 보건소에 다녀오시압!

  • 2022-11-08 07:09

    물방울을 술잔이 아니라, 콩나물 사이에 두고 만난 것 같으이. .
    약을 모아 놓은 신문지에 이렇게 써 있구먼요.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약점은 있다"

    그러니, 모자란다고 걱정마시오. ㅎㅎ

  • 2022-11-08 21:07

    남은 약은 약국 수거함에 폐기해야 하는군요! 이번에 처음 일고 갑니다~ 저도 코로나 격리할 때 남은 약 확인해봐야겠어요..^^

  • 2022-11-08 21:22

    궁금하자마자 떠나신 물방울님 .
    초근접으로 만나는 느낌.

  • 2022-11-09 00:21

    아는 것을 알지 못하고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물방울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도 아는 것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나?^^ㅋ
    피아노의 현란한 손가락을 상샹 해봤다우~~~~채소를 다듬는 손가락도....타자를 치고있는 손가락도...
    어라..물방울 손가락은 참 능력이 많구나~~~~~~~~~~
    술메이토~~그리브~~~~~~~~~

  • 2022-11-09 10:05

    한가하고 심심하고 무료한 날이...................있다구?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