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인간 반짝세미나] 첫 시간 후기

히말라야
2018-07-17 22:29
379

폭염경보가 휘몰아치는 월요일 오후, 파지사유 피아노 방은 신선한 열기로 후끈 후끈 ^^

문탁 사상 최초로 열리는 소위, 동물권세미나 첫시간이었기 때문이지요~

우연, 달팽이, 코스모스, 둥글레, 기연, 띠우, 작은물방울, 아토, 재현, 대로 

그리고 히말라야까지 모두 11명이 둘러 앉으니 피아노방이 꽉 찼습니다. 

다양한 세미나와 활동반경에 계신 분들이 모인 첫 시간인지라 우선 자기소개부터했습니다.

비건체험 중이기에 그 의미를 찾아보려고, 예전부터 동물권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동물권이나 채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

시간도 남고 친구가 하자고 해서...등등의 많은 이유들로 

우리는 함께 세미나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에 읽어오는 책은 <<고기로 태어나서>>의 <닭고기의 경우>까지였습니다.

발제를 맡은 히말라야는 '쓰레기'를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알과 고기가 '상품'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그 상품보다 더 많은 것들이 버려집니다.

태어나자 마자 분쇄되는 산란계 농장의 수평아리,

알만 낳느라 '산채로 썩어가는' 케이지 속 암탉,

독한 약들과 열악한 환경을 못견디고 폐사되는 어린 닭과 

상품에 걸맞지 않아서 "죽여버리는" 어린 닭들

그건 모두 생명이 아니라 그저 쓰레기일 뿐입니다.

그리고 책에는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두드립니다.

저자는 맨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자신의 폭력에 극심한 죄책감과 괴로움을 토로합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것들에 무뎌지는 감정과  더불어 

그저 빨리 처리해버려야 할 일이되어가는 과정을 정말 진솔하게 들려줍니다. 

그 안에서는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성실한 그러나 착취당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나쁜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러니 동물의 권리를 위해 농장주와 고용된 노동자들을 비난할 수가 없지요.

공장식축산업은 자본주의 산업시스템의 대표적인 예일 뿐입니다.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그러니 어쩔수 없는 것일까요? 공장식축산업 속의 닭들과 노동자들...같은,

그런 존재들은 비단 거기에만 있지 않습니다. 

발제를 위해서 최근에 나온 책 한권을 빌려서 몇 군데를 참조해 봤습니다.

크기변환_인간에게 동물은....jpg

크기변환_IMG_20180714_234723.jpg

'동물권'이라는 말은 동물이 당하는 고통에 초점을 둔 

동물을 통해 인간사회를 더 윤리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 운동입니다.

이 책은 '동물권'을 넘어서 그간의 동물과 관련된 사회운동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인간과 동물간의 상호관계를 통해 인간사회의 문화와 윤리를 연구하는 

'인간동물학'으로 개념을 확장하자고 합니다.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 세미나 이름도...[동물권 세미나]가 아니라 

[동물과 인간 세미나]로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동물이 있는 곳에는 늘 사람도 함께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동물은 관계를 맺습니다.

저는 발제를 하면서 닭과 내가 무슨 관계인가를 문득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닭과 나는 늘 먹거나 먹지 않거나 일 뿐이고...그러니 사실 닭은 

제게 동물도 아니었던 것이죠. 그저 식품이지요. 

제가 말했던 공장식 축산 반대는...사실 동물권이 아니라...저의 식품권 주장이었던 겁니다. ㅠㅜ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내 건강만을 위한 문제도 아니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맺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 내내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가장 힘없는 사람과 힘있는 사람의 관계 맺음과도 여러모로 대응되니까요~


다음시간은 <돼지고기의 경우>까지 읽어오시면 되고요, 발제는 달팽이샘입니다.

그 다음주 <개고기의 경우>인데 모두들...제발 개고기만은 

맡기지 말아달라며 ...먹으라는 것도 아닌데...애원들을 하셔서...ㅋㅋ

결국 제일 착한 작은물방울이 발제를 자임 예약하셨습니다~


담주는 코스모스샘이 휴가를 가신다지요~ 코스모스샘 빼고 모두모두 담주에 만나요~ 

(특히 "이걸 계속 해야되냐고 괴로워하시던" 우연샘! ^^꼭 만나요!!) 

댓글 5
  • 2018-07-17 22:49

    음.. 공장식 축산반대가 동물권이 아니라 식품권 주장이었다는 히말라야의 말, 두고 두고 생각해 보고 싶네요.

    일본어 세미나팀에서 이번에 읽은 나카자와 신이치의 글 <압도적 비대칭>을 

    동물과 인간 세미나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이 글 역시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거든요.

    일본어 강독팀에서 번역한 글을 첨부합니다.

    짧은 소품이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번역이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 해주세요.ㅋ

    녹색자본론-압도적인 비대칭.hwp

    • 2018-07-18 09:54

      저 또한 채식이라는 화두에 감춰진

      저와 동물 사이의 비대칭을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동물권 세미나를 통해서 이 비대칭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저에겐 과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기를 먹냐 안먹냐의 문제 보다는요...

      다들 위에 첨부된 녹색자본론 번역본을 읽어보세요~

  • 2018-07-18 08:08

    자본주의 시스템이 공장주와 노동자를 어쩔수없이 잔인하게 만든다는 말에는 생각해볼 지점이 많은것 같아요.

    유발하라리는 농업혁명은 인간이 밀을 사육한게 아니라 그 반대일지지 모른다고 합니다. 밀이 자신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인간을 고된 노동으로 내몰았다고요. 결과적으론 그런셈이지요.

    우리가 늘어난 고기들을 처리하느라 자본주의에 사육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미각을 단일화, 마비시키면서..

  • 2018-07-18 11:46

    <<고기로 태어나서>>를 쓴 한승태 개인의 짦은 노동역사가( 물론 글을 쓰려는 의도로 특정 일자리를 선택하긴 했지만)

    고스란히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담고 있다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등장인물, 등장 동물 한 개체 한 개체가 그 구조에 매여있는 존재이면서 또 그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동물들은 철저히 매여있는 존재이니 인간에게 쓸모없어지지 않는 이상 스스로 그 구조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인간인 우리는 어떻게 그 구조에 틈을 낼 수 있을까요?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이미 바늘구멍 내기가 시작된 것일는지도...

    다양한 분들과 세미나 하니 새롭습니다.

    단기 세미나 좋아요. ㅎㅎㅎ

  • 2018-07-18 12:05

    세미나 이름 바꾼 것은 너무 잘한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관심이 많은데... 음....제 관심은.... <반려동물이란 무엇인가?> 입니다.

    아직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 서유럽에서 앙시앙레짐기에  '아동'이 탄생(발명)되었다면

    21세기 (근대에서 탈근대로 넘어가는 시대)에는 '동물(반려동물)'이 탄생(발명)하는게 아닌가, 라는 문제의식이 저한테 있어요.

    동물(아동)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동물(아동)의 옷, 장난감이 생겨나고

    동물(아동)의 단독 초상화등이 확산되고....

    너무 비슷하지 않나요? ㅋㅋ

    망딸리떼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동물에 대한 지금 우리의 망딸리떼가 17세기 서유럽의 아동에 대한 망딸리떼와 너무 비슷하게 보인다는^^

    17세기 아동의 발명은 (근대)학교와  (핵)가족의 발명이라는 새로운 배치를 만들죠.  아이들은 학교에 감금되고,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가족적 투자의 대상이 됩니다. 아리에스는 근대에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은 가족(주의)라고 말을 하죠.

    반려동물의 발명은  이제 우리 삶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사회적 배치를 어떻게 바꿀까요? 

    전 그걸 탐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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