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 반짝 세미나] 8회차 후기

띠우
2018-09-09 22:46
264

그러나 그날 오후 내가 토끼를 쏠 수 없었다는 깨달음을, 도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깨달음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이 토끼를 죽여서는 안 된다거나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토끼를 죽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내가 그다음 날 토끼를 사냥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그다음 날 토끼를 사냥했다면 산에서 그 일을 경험하기 전과 같은 마음으로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철학자의 개>중에서

 

<동물과 인간 세미나> 마지막 시간이었다.

다들 상황은 다르지만 삶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구조와 관계 속에서

서로가 맺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던 시간이었다.

동물뿐만 아니라 남편이나 아이, 세미나에서 만나는 사람들,

일상생활에서 스쳐가는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그 안에서 생성되는 의미는 다 다르게 만들어진다.

세 권의 책을 지나오는 동안에

세미나를 하는 각자의 생활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금월애> 시간에 구체적으로 발표될 예정(?) ㅋㅋ

 

책에서 예를 든 동물을 훈련할 때 벌어지는 일을 떠올리면

우리가 어떤 객관적인 가치나 합리적이고 공통적 이해에 대해서는

결코 무지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서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를 훈련하는 것은 시민의식을 교육하기로서

정당한 권위가 주어진 명령과 그렇지 않은 명령

그리고 권위가 있거나 없는 명령과 완력에 의한 명령을 구별하게 해준다.

그 구별은 개의 존엄성에 대한 실질적인 존중개념,

러시 리즈가 자신의 개 대니를 훈련하는데 실패한(?) 경험 이야기에서

훌륭하게 보여준 존중을 필요로 한다.

저자의 가족이 집시를 훈련한 것은 그저 예측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을 때, 저자가 의미한 존중이다.

 

페미니즘 첫날 강의가 끝나고 상우는 물었다.

강의에서 강사분이 말했던 우리는 누구인가요?

두 번째 강의가 끝난 후, 다시 물었다.

엄마는 아들 둘을 가진 사람으로서 오늘 강의가 어땠나요?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보니

어쩌면 상우나 내가 각자가 상상하는 우리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서로가 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권이란 것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라고 말하면서도

어디서나 분리된 우리로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이전에 우리는 신뢰할 수 있고 신뢰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정의의 초자연적인 덕목은 동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한 사람이 더 강할 때 동등한 듯이 행동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매우 사소한 억양과 태도를 포함해 모든 면에서, 사소한 일만으로도 자연히 더 약한 측을 상황에 좌우되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마치 아주 작은 충격으로도 영하에서 액체상태였던 물이 얼어버리게 되는 것과 같다.                                 - 시몬느 베이유

 

자신이 외부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 맺고 있는지를 늘 세심하게 살핀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상상력은 발휘될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의미는 삶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방울, 아토, 히말라야, 달팽이, 둥글레, 코스모스, 우연, 대로, 그리고 잠시 만났던 재현까지

각자가 세미나에서 만든 의미들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만났고, 읽어버렸으니 그것에서 다른 무언가가 시작될 것이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금월애> 발표를 위한 모임이 계속된다.

동물과 인간 세미나가 준비하는 <금월애>917()에 진행될 예정이다.

댓글 2
  • 2018-09-10 00:01

    읽어버렸으니~~ 

    요말이 콕 박히네요~

  • 2018-09-10 11:07

    저도 8주간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특히 마지막 책은 진짜..우리를 섬세한 의미의 거미줄에 빠뜨리는 것 같아요.

    어찌나 무신경하게 살아왔는지... 의미의 연결망들 속에서 헤메면서 알게되는 듯요.

    띠우샘과 함께 공부해서 너무 좋았는데...띠우샘도 저랑...후속으로 좀 더 공부하고 싶으시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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