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고전 강좌<한시의 세계> 1강 후기

피어라
2019-01-15 15:44
353

내가 처음 만나는 문탁의 세계 -  겨울 고전 강좌<한시의 세계>

5년전 문탁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거리를 핑계로 공부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겨울 동천동으로 이사를 온 이후 강좌에 참여할 기회를 엿보다,
이우생공 밴드에 공유된 <한시의 세계> 웹자보,
해피쿠키에서 본 <한시의 세계> 포스터가 나를 이끌어 주었다.

중1인 아들에게 방학엔 한자를 좀 공부해 보는건 어떻겠냐고 권하며,
엄마는 고등학교때 고전 과목이 이상하게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며,
모두 싫어하는 그 과목이 나는 왜 다른 과목에 비해 더 끌렸는지 모르겠다고 전하는 내 모습을 보며,
망설였던 <한시의 세계> 수강을 마지막날 늦은 저녁 결정하게 되었다.

처음 가는 자리는 항상 낯설다. 시간에 맞추어 갔지만 벌써 많은 분들이 자리를 빼곡히 매워 앉아 있으셨고,
선생님도 강의를 하고 계셨다. 살짝 당황하여 시간을 보았지만~ 내가 착각한 것은 아니였다.
이 열공의 분위기~ 대부분이 오랫동안 공부자리를 참여하신 고수의 냄새가 물씬~~
교재를 받아 펼치니 온통 한자다. 허걱!! 내가 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잠시 정신이 혼미했지만....
이내 끌려들어가는 것은 어떤 힘이였을까? 나는  선생님의 개성넘치는 목소리와 화법에 매료되었다.
아는 것을 펼쳐내는 힘이란 이런 것인가? 이 어려운 공부를 재미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만드시는 선생님!!
집에 돌아오는길에 오랫만에 즐거움에 흠뻑 젖어 신이 났다. 내 생일에 의미있는 선물이 되어준, 매력 넘치는 공부자리,
한주 내내 그 여운이 참 오래 담겨 있었다.

공부의 딱딱함이 유쾌함을 만날때 바로 즐거움이 생기는것 같다. 그래서 관심이 생겨 공부가 기다려지는 경험
바로 나의 첫 문탁 세계의 경험이며, 한시 세계의 경험이다.

*아래는 수업시간 메모한 것을 적어 보았다.

-시경 : 사실성과 진정성 ( 4언체, 4글자, 허사(4글자 맞추기 위한), 규칙이 있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다 : 민요가 그러하다.)
 주자가 권하는 시경 공부법 -시집전서 :장구로 시 전체 의미 파악, 
 낭송, 외우기 (에너지, 파동이 생김)/ 체지(몸에 붙는다, 사랑하면 손발을 그대로 따라한다.)
 시경의 시작은 음과양 남과 여의 결합부터 시작된다.

 1)주남(관저)
 요조숙녀( 티내지 않고 자기일을 챙기는 : 자식봉양, 재산관리)
 전전반측( 그리움에 사뭇치다)
 금슬우지(부부는 벗이고 친구이다)
 종고락지(각자의 리듬으로 어울린다.동고동락하는 사이이다)
 2)주남(도요)
 도지요요( 어린 복숭아나무)
 작작기화(灼: 빛날작 (봄에 꽃에 빛이남) 꽃이 아름답구나)
 지자우귀(歸:시집갈귀 (살곳으로 돌아간다) 시집가는 여인이여)
 의기실가(萓:편안하게 한다. 잘 어울리게 한다.)
3)소남(포유매)
 평민(자유연애) - 밖으로 나가야 만남이 이루어짐- 들판에 나물캐러 나감- 바구니가 안찬다(마음이 다른곳에 가 있다.)
4)위풍(목과)
 投(던질 투: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무엇을 던지다 ( 현대에는 꽃이나 초콜렛을 던지는 ㅎㅎ)
5)정풍(교도)
 狡(교활할 교) 교동 (깜찍한 아이)= 썸남
 食(먹을 식) 한시에서 식의 의미는 = sex의 의미
1-1)정풍(장중자)
 將(우리집을 정확히 오라고 길을 정확히 알려줌 : 현대에 GPS역할 ㅋㅋ)
 우리집 나무 꺽지마세요.
 무절아수기(버드나무) / 무절아수상(뽕나무) / 무절아수단(박달나무: 시집갈때 장 짜주는 용)
2-1)패풍(곡풍)
 조강지처 (어려운시절 땜빵용 ㅎㅎ: 재산 불리기(베틀로 실크짜기) 강물흐를때 돌로 막아 어장만들기)
 조강지처를 毒(독)으로 여김 , 젊은여인 (신혼- 새로 얻은 여자)
3-1)왕풍(채갈)
 시경에서 그리움을 표현 하는 표현법- 세세한 메뉴얼은 후대까지 사용되어 감정영역의 표준화를 이룸
 葛(칡갈: 칡으로 갈옷 만들기)
1-3)패풍(격고)
 闊 (멀활) 洵(멀현) : 두 글자 모두 멀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
2-3)당풍(갈생)
 남편을 전쟁터에 보낸 아내( 각침찬혜 / 금금란혜 : 신혼때 헤어짐을 알 수 있는 문장)
 백세지후(백년지난 뒤라도)귀우기실(무덤에서 만나리 室(집실: 무덤을 나타냄 )
3-3)왕풍(갈류)
1-4)위풍(석서)
碩鼠(석서: 가옥하게 가져가는 계층(큰쥐) ........ 명박이 생각나는 대목
동양 : 락토 사상 (무릉도원 : 일은 하되 세금이 없는곳) .... 예나 지금이나 ㅠㅠ

-논어(공자왈)
 ·시적 감수성:소통의 도구
 ·시에서 감정을 흥기(감흥)시키고, 예(규칙: 자립)를 행해 사회생할을 하고
  음악(공부의 시는 시작, 출발점이다. 시가 몸속으로 스며 들게)을 통해서 완성된다.
 ·시는 그것으로 감흥을 일으킬 수 있고, 세상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고,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해
  원망할 수도 있다. 가까이는 부모님을 제대로 섬길 수 있고, 멀리는 군주를 제대로 섬길 수 있다.

  새와 짐승, 물과 나무의 이름도 많이 알 수 있다.
 ·시삼백 (생각함에 간사함이 없다 : 시를 읽으면 사악함이 없어진다. 생각이 해소된다.)
 ·시, 관저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지 아니한다: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조절)

-초사: 낭만과 창조적 사유 (지식인이 지인 (무당들의 노래에서 시작됨 (무당: 최고의 지식인"국가의 대소사 결정: 초나라의 역사를 꽤고있다.)
 ·시경은 원작자가 없는것에 비해 초사는 최고 지식인이 부른 노래로 기질적으로 다르다.
 ·초사의 세계 ( 지상과 천상을 만나며 고통스러워 한다. 내 이야기만 한다. 세상과 나와 다른 존재다. (ㅋㅋ재수없다)
  그래서 위로 올라가려 한다. 그러나 천상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내려온다.)
  지식인은 감정 기폭이 심하고 자의식이 강함. 나는 잘났는데 이렇게 인정을 못받는다며 아프지 않고 앓는 소리를 한다.
  과장이 심하고 우울증이 심함, 횡설수설, 정신착란에서 환타지가 나옴)
  개인적, 우울증, 분노, 초나라는 남방의 강국으로 문화를 대표함 -- 이것을 충신의 노래로 건져 올린 사람이 "주자" 임
 ·주자 (당대 좌파, 지위가 높았으면 사약을 받았을 것임. 67세부터 학문 활동을 못함(금고형) 한효의 문장을 정리하고 초사를 연구함)

-어부사  (지식인형 어부 / 생계형 어부(어획량이 중요)
 ·형용枯槁고고( 마른나무고 : 채질을 알수 있는 단어, 화, 불 기운이 많고, 고민하면 마른다. 고치기 어렵고, 자살, 죽을 수 있다)
 ·어부(재야의 고수, 은자형 지식인 대표
 ·화강동진(잘난척 하지 말고 이세상과 어울려 살라)
 ·皓皓호호(빛나는 호: 달빛을 표현 희디흰 깨끗한 정신)
 ·完爾완이(그 전체가 보여 높은 스승이 웃는 지긋한 웃음)
 ·창랑지수 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 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는다네
  :시대가 맞으면 일을 하고 시대가 맞지 않으면 공부를 하고 있으면 된다.)

댓글 5
  • 2019-01-15 16:54

    와~우!

    시험보기 전에 복사하고싶은 최고의 메모네요. (이걸 보고 있으니 왠지 셤 봐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

    참, 이번에 문탁에서의 첫 공부라니 더 반갑습니다.

    즐겁게 공부해요. ^^

  • 2019-01-15 17:16

    피어라님!

    이렇게 꼼꼼하고 멋진 후기를 날려주시다니요.

    더구나 그 해피쿠키에 포스터를 붙인 장본인인 제게 매우 매우 힘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ㅎㅎ

    이렇게 또 새로운 인연 하나를 만들어가네요.

    정말 반갑습니다.ㅎㅎ

  • 2019-01-15 18:16

    한시 강좌를 들은 후부터 제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중국어라고는 일도 모르는데 자꾸 한시가 중국어로 들리는 것 같거든요.

    예전에 누군가가 이백의 시를 중국어로 낭독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때 받은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번 한 시 강좌가 다 끝나갈 때 쯤이면

    누군가의 중국어 낭송도 들어보고 싶은 소망이 생깁니다.

    이토록 노골적이고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시라니요.

    앞으로의 시들이 더욱 기대됩니다.

  • 2019-01-16 10:31

    피어라님이 느낀 공부의 즐거움이

    곧 시로 나올 것 같은 후기입니다 ^^

    꼼꼼한 노트가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겠네요

    자주 뵈어요^^

  • 2019-01-24 18:52

    낱말 몇 개가 '아, 이것과 내가 좀 친하구나' 하고 착각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귀거래사'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읽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이었습니다.

    이 구절의 어구들 가운데 ‘惆悵(추창), 告余以春及(고여이춘급), 西疇(서주)’ 이 세 구절은 박인로의 가사 ‘누항사’에 나오는 구절들이었습니다.


    終朝惆悵(종조 추창)하며 먼 들흘 바라보니,

    告余春及(고여 춘급)을 어내 사이 생각하리.

    西疇(서주) 놉흔 논애 잠깐 갠 녈비예,

     

     

    이 구절뿐만이 아니라 누항사의 내용과도 비슷한 면이 많네요.

    임진왜란 이전에 사대부들은 정극인, 송순, 정철로 이어지는 강호가도(江湖歌道)라는 이름으로 자연에서 안빈낙도를 추구했는데(아마도 이때는 여유가 넉넉한 편이었던 듯), 임진왜란을 겪고 난 뒤 사대부들의 삶이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하는 누항사는 현실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안빈낙도하려는 뜻과 충성하는 마음을 품고 살겠다는 뜻을 드러낸 가사작품입니다. 박인로의 처지가 도연명의 처지나 뜻과 겹치는 부분이 있고, 구절도 귀거래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누항사가 귀거래사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탁의 강좌를 많이 듣고 싶기는 하지만 제 깜냥이 안되어 가끔 누리집만 들여다 보다가 한시 강좌를 듣게 되어 마음이 기쁩니다.

    우응순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좋은 설명에 조금은 나를 더 채우는 느낌이 듭니다.

    남은 두 강좌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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