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세계> 1강 후기

노라
2019-01-14 01:05
395

2019 새해가 밝았다.  

새해부터 문탁 강의실을 꽉 채운 이 한시의 열기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문탁에서는 오랫동안 '논어'부터 시작된 고전 공부가 몇 년 간 꾸준히 진행되었다.  

작년엔 '주역'을 지나더니 올 2학기엔 '시경'까지 한다고 한다. 

난 다른 것은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시경'은 관심이 갔다.

고전을 공부하던 누군가가 말했다. 

"시경을 이제서야 배우는 것을 봐라. 쉽지 않을 것이다"

 '시경'이 무리라면, 나 같이 고전 초보자도 들을 수 있다는 우샘의 한시강좌를 들으며 시적인 겨울을 보내리라.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글자 수가 짧기 때문이다 ㅋㅋ

공자는 전해오던 3000수의 작품들을 시삼백으로 정리하여 악기에 맞춰 노래하고 암송하게 했다고 한다.

우샘도 우리에게 몇 수 외워 오라고 숙제부터 내주셨다. 의성어와 의태어 그리고 동물이름 풀이름... 

심지어 시경에 나오는 온갖 이름들을 그려 놓은 <시경도감>까지 있다고 하셨다.

공자는 시를 배워야 그것으로 감흥을 일으킬 수 있고, 세상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고, 정치하는 사람에 대해 원망할 수 있고, 부모님과 군주를 잘 섬길수 있고, 새,짐승,물,나무 이름을 많이 알 수 있다고 하셨다.

특히 <관저>라는 시는 놀랍게도 고등학교에서 배운 한자어들이 대거 등장한다. 요조숙녀, 전전반측....

특히 새로왔던 것은 중간에 글자 수는 맞추기 위해 뜻은 딱히 없는 허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시의 해석은 무지 야한 뜻에서부터 평범하게 짝을 구하는 내용까지 다양하게 있다고 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보리밭과 뽕나무밭 이야기까지 ... 이야기는 끝이 없다.

여성교육용시, 썸타는 이야기, 버림받은 여인이야기,

옛사람들은 과거를 보기 위해 이 시들을 모두 읽고, 외웠다고 한다. 그러니 시 안에 있는 한 단어만 이야기해도 서로 다 의미를 알았다

그 중에 <석서>라는 시에 나오는 석서는 큰 쥐를 의미하는데 세금을 가져가는 부패한 관료를 나타낸다. 만약 다른 책에서 '석서'라는단어가 나오면 다 그 의미를 나타낸다.

우리는 초가와 초사를 배웠다.

초가는 "사면초가"에 나오는 초나라 노래를 말한다, 양자강 일대의 구전민요라고 한다.

초사는 그 시대 최고 지식인에 속하는 무당들의 노래를 말한다..

특히 우리가 한 번쯤 들어 본 것 같은 '굴원'의 '어부사'에서

은자형 지식인인 '어부'가 굴원에게 불러준 초사 '창랑가'는 꼭 외우고 싶은 시다.

우샘의 강의는 절대 2시간 안에 끝나지 못 할 엄청 많은 양의 강의안과 설명으로 진행된다.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려 늘 뒤에 나오는 몇 장은 진도도 못나간다. 

오늘 후기 쓴다고 다시 뒤적여 보니 한시가 정말 재미있다. ㅋㅋ

댓글 5
  • 2019-01-14 13:53

    한문강독 세미나에서 당시 삼백수를 읽고 있다.

    한번에 여러편을 읽지 않고 세미나 할 때마다 조금씩 아껴가며 읽는다.

    한 번에 세 편 읽는다 할 경우 삼백수를 다 읽으려면 대략 세미나를 100회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어도 2년 이상은 읽어야 삼백수를 다 읽는다.(우리는 이제 200편쯤 읽었다.^^)

    하루에 겨우 서너편 읽는데도 책을 덮고 나면 다 잊어 버리고서

    다음에 어디선가 그 시를 만나면 '뭔가 낯익은데..' 이런 느낌만 겨우 남아 있다.

    그래도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읽을 때는 그저 좋지만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러다 또 읽으면 더 좋아진다!!

    잊어버린 시들이 나도 모르게 내 속에 숨어서 조금씩 숙성되는 느낌이랄까.

    우샘이 리드미컬하게 읽어주시는 <시경>의 시들도 마찬가지이다.

    한시강좌 첫날 배운 시들이 뭔가 낯익다.

    오래 전 <시경> 강좌에서 배운 시들이 틀림없다.

    그 때도 교재에 실린 시는 보지도 않고 넋을 잃고 우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시경이니, 초사니 하는 말들에 익숙해지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는 것도 참 좋다!!

    (그럼에도 총기가 반짝거리는 청년들이 와서 한시공부를 하는 걸 보면 무지 부럽다.ㅋㅋ)

  • 2019-01-15 09:56

    그런거 있잖아요...

    너무 좋아하여 와락 안지 못하는 거

    그래서 제가 지난 시간에 결석을 했거든요^^

    후기 잘 읽었습니당

  • 2019-01-15 10:03

    노라님, 후기 고마워요.

    첫 수업때 한자음 발음 표기가 안된 강의안 때문에 정신없이 추가로 프린트하느라고 앞부분을 조금 못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중간이후에 들어서야 선생님의 이야기가 들리더라구요.ㅠㅠ

    어쨌든 한시는 여태까지 공부했던 고전과는 또 다른 감흥이 있더군요.

    예컨대 주역은 거기에 나오는 글이 무슨 의미인지 궁리에 궁리를 또하면서 자꾸 파헤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선생님의 시 강의는 매우 즉흥적인, 즉각적이고 매우 개인적인 느낌으로 가득차게 만들더군요.

    관저편이나 어부사도 재미있었지만 저는

    열다섯에 징병되어 80이 되어 돌아가는 늙은 병사의 노래가 가슴을 저미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민초들의 삶은 팍팍하네요. 

    자신을 위한 전쟁도 아닌 싸움터에 끌려들어가 젊음의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백발을 날리며 돌아왔을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2강의 악부에 들어오면 그 표현이나 소재가 더 야해지겠지요?ㅋㅋ

    • 2019-01-15 17:12

      앗, 위의 늙은 병사의 노래는 사실 2강에 속해 있는 내용이네요.

      미리 강의안을 제본하면서 미리 읽었더니 이런 일이...ㅠ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 2019-01-15 10:45

    저는 <석서>에서 샘이 '樂土'에 대해 설명해준게 재밌었어요.

    그건 저 멀리 존재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일하되 세금없는 곳", 혹은 "지상에 반드시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셨잖아요?

    음...그런데 '낙토'가 유토피아가 아니라면 헤테로토피아라는 이야기인가? 

    그런데 그건 또 아닐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유토피아에 더 가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다시 들기도 하고요.

    뭔가 장자의 <무하유지향>하고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소요'하고도 관련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즐거운 생각거리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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