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1강 후기

먼불빛
2019-01-06 15:10
428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책을 통한, 책에 대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시 읽는다는 것이고,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다시 쓴다는 것이고, 책을 다시 쓴다는 것은 법을 다시 쓴다는 것이고

법을 다시 쓴다는 것은 혁명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살게 만드는 것은 근거율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 삶의 근거인 근거율에는 근거가 없단다

때문에 우리는 근거를 다시 세울 수 있고, 근거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근거율을 바꾸는 혁명이 책읽기와 쓰기이며, 때문에 책읽기와 쓰기는 위험하며, 고통스럽고, 끝없는 회색공간의 투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식과 정보를 모으는 책읽기를 통해 늘 누군가가 내리는 명령에 따르기만을 원한다.

그런 책읽기는 고통이 없는 합법적 향락의 통제 속에 있는 팔루스의 향락이며사사키 아타루는 이것을 가장 비참한 향락이라고 했다

그것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며, 아무것도 산출하지 않는 기꺼이 착취당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해서 고통없는 책읽기근거없는 근거율이 내리는 명령을 거절하고, 여성의 향락, 여성되기를 해야한다고 얘기한다

팔루스의 향락은 아무것도 낳지 않지만, 여성의 향락은 세계를 낳는다.

신과의 관계를 통해 세계를 낳는 것은 회임,수태이고 혁명이다. 회임없이 혁명은 없다고 한다.

사사키 아타루는 그것을 반정보로서의 문학, 회태(懷胎)로서의 문학이라고 표현했다.

 

원래 책읽기는 나의 무의식을 글쓴이의 무의식에 접속하는 행위이므로 미쳐버리게 만들기 때문에 

부정과 자기 방어가 작동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넘어 경계를 해체하는 깊은 관계를 맺어야만 회임이 있을 수 있다고

그래서 책읽기는 수련과 단련을 요구하며, 읽고 다시 읽고, 반복해서 읽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위험하기 짝이 없고, 그렇게 읽는다고 회임을 한다는 보장도 없는 도박과도 같은 것

읽고 쓰는 행위. 넓은 의미에서의 문학.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단호하고, 아찔함

혹시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고 사는 사람에게 조용히 던지는 날카로운 비수같은 느낌이 있어서 

꼭 한번 읽어야할 것 같은 끌어당김이 있었다. ..한마디로 뭔가 있어 보였다...(, 팔루스의 향락이라니..)

그런데 읽는 것에 대한 이렇게 노골적인 들이대기일 줄은 진정 몰랐다.

하여 소심한 자기 방어적 저항...

읽고 만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져 있는 이상, 그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지에 이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아직 첫날밤까지 밖에 읽지 못했으니까요.. 

이제 꿈같은 휴일도 저물어 가네요. 이제 추위는 한 풀 꺾인 걸까요?

오늘은 저도 이쯤에서 마무리해야할 것 같아요. 가벼운 후기로는 충분하지 않나요..?

댓글 4
  • 2019-01-06 22:55

    ㅎㅎ 읽어버리고만 먼불빛님의 소심한 자기 저항과^^ 또 그런 자신에게 저항하고픈 먼불빛님의 용기가 보이는 듯하네요. 그런 자기분열 속에서 어떤 결과가 잉태될까요? 어느 쪽이 이길까요? ㅋ  

  • 2019-01-07 11:35

    무엇에 이끌려 이 책이 그토록 좋아던가?.. 아득한 기억만 남았었나봐요.

    다시 읽으니 뭐 이건 완전 새로운 책이네요.

    사사키 아타루의 책을 읽고도 1도 변하지 않았던가 봐요.

    미치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그래도 이번엔 읽기에 대해 새로운 창조를 해보고 싶네요. 꼭.

  • 2019-01-08 17:31

    무엇보다 <잘라라~>를 읽으면서 나의 독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읽을수록 비평가연해지거나, 전문가연해지는 것이 적나라해진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습니다.

    더 크게 충격을, 내상을 입으신 분들도 있는 듯 햇습니다.

    사사키를 읽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이제는 읽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든지, "읽을수록 힘들다"든지 하는 곤란함에 부딪히게 된 것 같습니다. 사사키의 말처럼 읽었고 거기서 자기해체가 일어나는 거 같습니다.

    강사님이 하신 얘기 중에

    읽는 것이 금지된 책이 있던 시대에 비하면 오는날의 읽기는 어떤 불온함도 급진성도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읽기를 통해서 어떤 관계맺기도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읽기와 쓰기가 별개의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기라는 관계를 맺고 회임을 하고 그로부터 하나의 개념이 산출되는 것이 쓰기인 것. 

    그렇게 쓰는 것, 몸에 기입하는 것들이 모여서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 내겠죠. 

    현실의 근거를 지우고 다른 근거를 몸에 한 글자를 새겨넣기도 두려운 것이 내 모습이긴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현실의 법이 내 몸에 안 맞아지는 것 또한 견딜 수 없기때문에 결국 뭔가 다른 것을 쓸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횡설수설이 되었네요...)

  • 2019-01-11 19:14

    책이 있고 그 책을 읽는 내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기묘합니다. 불온해지라는 책과 애써 딴청인 나를 같이 봐야하는 난처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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