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⑤ 복작복작 세미나 후기..라고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띠우
2015-09-23 00:57
347

, 가난할 수 있어?

 

벌써 2주일 전에 복작에서는 한권의 책(부엔 비비르-좋은 삶) 세미나를 마쳤다.

전원이 메모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작업장 활동과 맞물려 있어서인지 구체적인 활동이야기도 오고 갔다.

뭐 반성장과 작은 규모의 삶 등등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며 분위기 좋게 세미나 끝나고 일주일 후,

아무도 후기를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일주일이나 지난 그날의 이야기를 어찌 후기로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후기는 시간과 함께 사라져간다.

그날 <석기시대 경제학> 발제가 나와 담쟁이님이었는데,

머리를 굴려 담쟁이님께 후기 미루다가 지난 후기를 쓰란다. 반장님이... 뭐 피하려다가 그만...

 

우리에게 필요라는 말이 익숙해지게 만든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1949110,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저개발이란 표현을 통해 극심하게 궁핍한 상태를 특정화하며서

우리는 현재의 필요, 그리고 추상적인 가치의 결핍을 받아들인다.

물질적으로 성장하고 사회가 진보할수록 재난 혹은 파국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감정적 힘이 약화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든 공통된 현상이라고 김종철 선생은 말한다.

이 힘을 귄터 안더스는 상상력이라고 부르는데

기술적인 상상력보다는 자연 속 생명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를 말하는 것 같다.

지혜로운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우선 유한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결핍과 가난의 다른 해석... 그리고 상상력,

자원이든 인간이든 한계를 인정하는 삶 속에서야말로 발휘될 것 같은 그것.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에게 진짜 좋은 삶이 뭐냐?

성장도 반성장도 다 저리 치우고(이러다 돌맞을 듯) 정말 좋은 삶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역시나 교육의 영향(?)으로 머릿속에서, 그리고 책 속에서 떠도는 좋은 삶에 대한 생각,

결국 성장에 반대되어 생각하게 되는 반성장 또한 성장의 언저리에서 떠나지 못한 사고가 아닌가 싶다.

책 속에 밑줄 그으며 나는 이런 삶을 바라는 것이라고 믿는 나를 보는

나는 작고도 좋은 삶을 구체적으로 아는지...

문탁 활동에서 오는 나 개인의 어려움은 이런 곳에 있다.


세미나 후에 책 내용 중에서 남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남편에게는

문탁에서 공공연하게 작은 삶을 실천해야한다고 말하는 나와 다른 모습을 많이 들킨다(집에서는 특히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

물질과 욕망의 결핍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는 매순간 무너지며 문탁에서의 말과 다른 변덕을 부린다.

따라서 그걸 자주 보는 남편에겐 뭔가 뒤가 켕기는 상태이므로

자본주의 삶에서 벗어나야해... 우린 너무 소비에 길들여져 있어... 등의 말을 하려면

뭔가 조심해야할 것만 같은 위기의식을 동반한다.

남편이 그런 말을 들으면 나에게 할 말은 뻔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좋은 삶이란 성장을 멈춰야 한다느니...

우리는 너무 물질 과잉속에서 살고 있다느니...

삶 속에서 잉여를 없애야 한다느니, 성심성의껏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던 남편 왈... “인간아, 니가 잉여다~” 란다.


그렇다 내 삶의 많은 부분 속에 여전히 섞여있는 잉여부분.

그런데 무엇이 잉여이고 무엇이 작고 좋은 삶인지조차 모르는 게 나의 현재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는데 매순간 그때그때의 다른 내가 있는 것일 수도.

그렇다면 나로서는 성장이건 반성장이건, 그보다 내 삶의 잉여를 구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주 실패하긴 하지만 필요의 테두리에 갇혀 살면서도

나는 또 매 선택의 순간에 삶의 과정 속으로 가난을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마침내... 나는 가난을 선택할 수 있을까?

 

결국 세미나 시간에 나눈 얘기는 거의 없다.

미루고 미루다 오늘 안 쓰면 담쟁이님 후기까지 늦어질까 봐 올린다.

뭔가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쓴 글이라 돌이 날아올 수도(돌 던지지 마시오)...

뭐 어쩌겠는가.

계속 공부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하다보면 다음엔 다른 이야기가 나오겠거니 하면서 올린다.


혹시나 복작복작 세미나원 중에서 그날의 기억을 가져오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후기 도와주세요~~

     

 

 

 

 

 

댓글 1
  • 2015-09-24 23:10

    복작복작 세미나 후기... 맞다고 하세요..ㅎㅎㅎㅎㅎㅎ

    띠우~ 잉여님!

    자발적 가난과 결핍과 골고루 가난한 세상 간의 오묘한 차이를 축제기간 동안 이해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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