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를 말하다> 5장~10장 후기

노라
2019-01-14 01:49
289

드디어 우치다 타츠루의 <반지성주의를 말하다>를 다 읽었다. <하류지향>으로 만난 우치다 타츠루는 문탁에서 자주 읽는 저자이다. 9명의 저작들이 나누어 쓴 <반지성주의를 말하다>는 지금 일본에 만연하고 있는, 아니 전세계에 만연하고 있는 반지성주의에 대해 각자의 시각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논한다.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는 아베 신조와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 도오루의 반지성주의적 행태에 대해 설명한다. 아베 신조는 늘 자신을 공격하는 지성을 두려워하지만, 지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지성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지성이 지닌 영향력에만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자기주장을 보강하기 위해 지식인을 활용한다. 그는 지성주의도, 반지성주의도 아니다. 권의주의적이며 정치수법은 전체주의적이다.

 

오사카 시장은 지성을 철저히 경멸하는 포즈를 취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반지성주의 소유자로 보인다. 그는 반지성주의가 대중선동의 도구로서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단지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지성이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 때 비로서 생명력 있게 발동한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 자기만의 생각이 되어버린 지성은 활동을 멈춘다. 자기 행위의 검증과 반성은 그 자체가 두드러지게 지성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성이 작용하지 않는 곳에서 자기 행위를 상대화하는 관점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검증할 수도 없거니와 반성도 없다.

 

성적표를 지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성주의가 아니다. 그런식으로 지성을 도구로 파악하는 사고는 오히려 반지성주의의 특징이다. 오사카 시장은 자신의 학력과 변호사 자격과 말재주를 무기로 삼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학문이나 문화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지성 자체나 교양에 대해서는 거꾸로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지성을 단순화하여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은 반지성주의 쪽의 시각이다.

 

지성의 활성화와 고도화는 사고방식의 구조자체를 다시 만들어 사고의 시스템을 재조직화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강화하거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기 머릿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추리나 직관의 틀 자체를 정보 입력이나 환경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재조직화하여 고도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학의 운영에는 지성이 저절로 따라붙는다는 애매모호하고 낙관적인 선입관에 사로잡히는 것은 과학에 내재한 반지성주의에 가담하는 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해석을 더욱 정확한 것, 더욱 입체적인 것으로 손질하려면 자기와는 다른, 타자의 위치에서 말하는 증언이 필요하다. 그 증언은 종종 그때까지 자신이 품었던 해석을 대폭 수정하도록 등을 떠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 앞에 펼쳐진 세계의 조망을 뒤 흔드는 것이기도 함으로 늘 불안을 가져다 준다. 그런 뜻에서 자기 사상 안에 갇힌 레퍼토리 안에 철저하게 정착해 버리는성향은 상당히 뿌리깊고, 자기만의 생각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달래샘의 정리를 옮겨본다.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거나, 마찰을 균질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지만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쉽지 않고 마찰을 견디는 것에도 우리는 매우 약하다. 번잡함에 대한 내성, 어떤 세계를 이해하력 할 때의 복잡함을 견디는 것, 이런 것을 통해 보면 지성이라고 하는 것은 교양인, 문화인과 아무 상관이 없다. 관성을 이기고 매번 시작할 때의 질문을 유지 하는 것.

파지스쿨을 돌아보자. 우리는 왜 작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을까? 우리는 왜 일고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공부를 통해서 10대의 아이들과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다음 책은 리처드 호프스테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입니다

발제는 1노라/ 2진달래/ 3불옹 입니다

 

댓글 4
  • 2019-01-14 22:42

    사토 마나부의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과 우치다 타츠루의 <하류지향>을 살펴보면,

    이제 학생들은 머리가 나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니까 공부를 못하는게 아니라는 말한다.

    근래의 일본의 학생들은 온 힘을 다해서 '배움으로부터 도주'하고 있으며,

    수업 시간에 혹여sk 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할까봐 '의지적으로 딴청을 피우고 있다는 너무나 놀라웠던 이야기. -.-;;;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일어난  소수자에 대한 극심한 '혐오',

    특히나 10대, 20대 남자들이 보여주는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세대를 넘어 시대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수십년 동안 남성들이 누렸던 기득권을 잃어버리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거나

    학창시절 여러면에서 여학생들에게 눌려온 남학생들이 감정적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에 2% 부족해보였다.

    <반지성주의를 말한다>의 6장에서 오다지마 다카시는 '계급적 분열'에 대해서 말하면서

    반지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일본인들이 우편향적 시선에 서게 되었는지 분석한다.

    교사가 가부장적이고, 학교가 군대 질서를 따르고, 세상의 도덕규범이 아직도 유교적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던 쇼와 중기(우리나라70~80년대)에 체제는 '보수 반동'이었다. 그래서 반항은

    '좌익', '리버럴' 또는 '전후 민주주의' 문맥을 통해 길러졌고, 젊음이가 느끼는 '멋있음'도 

    좌편향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 교사가 온유해지고, 학교가 리버럴한 태도를 취하고, 세사의 도덕규범이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기 시작하자 체제는 오히려 '전후 민주주의' 또는 '일본교직원조합' 또는

    '자유주의적 좌익'이라는 자리를 차지한다.

    이 말을 역산해 보면 (젊은이들의) 반항은 우편향에 서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반지성주의를 말한다>, pp174~175)

    정부와 학교가 '보수 반동'일 때, 젊은이들의 반항이 '진보-좌파적'으로 나타났듯이,

    현재 정부와 학교가 점점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항이 우파적, 극우적 반향으로 나타난다는 말.

    꽤 설득력있게 들린다. -.-;;;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혐오와 일베의 성향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어떤 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라고?

    오다지마 다카시는 성적중심이 아니라 '인간적인' 능력 중심의 교육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의 논의를 마무리한다.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현상을 그리고 이런 혐오감정에 드러내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단초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 2019-01-16 07:58

    1장

  • 2019-01-16 09:21

    ..

  • 2019-01-16 13:20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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