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1회차 후기

도라지
2021-08-04 17:11
437

후기를 쓰려고 지난 시간 끄적인 메모를 되돌아 보고 기억도 복기해보지만,
선불교로 들어와서부터는 지난 시간으로 되감기보다

세미나 이후 내 시각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시작한 강신주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라는 이 책은

무문스님의 화두집 <無門關>의 48개 공안을 저자가 강신주스럽게 통과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글쓴이가 누구던 (작가라는)권위에 쫄랑거리며 쫓아가는 기질이라 어느 책을 던져줘도 저자를 의심하지 않는 편인데, 세미나 때 보니 다른 쌤들은 앞으로  강신주와 다른 해석을 많이 내실 것 같아서 전개될 세미나가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ㅎㅎ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비판을 함께 얻는 강신주는 확실히 셀럽 작가는 맞는 것 같다.

 

저자의 프롤로그는 만만치 않았다.

"잠옷을 입고 실내에 있을 수도 없고 실외로 나갈 수도 없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는가?"

선사들의 선문답은 더 난감했다.

"힘이 센 사람은 무엇 때문에 자기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없는가?"

"뜰 앞의 잣나무"

"부처는 똥막대기!"…

 

실내 온도가 33도 되던 날,

강신주와 선사들의 낯선 질문과 대답들 속에서 더위 먹어가며 혼미해지던 나는 슬슬 짜증이 일었다.

왜? 왜? 이런 이상한 말들을 하냐고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피하고 싶네요... 이러면서.

그래도 숙제를 해야겠기에 온갖 질문을 이리저리 쥐어짜고 텍스트와 대치해야 하는 힘겨운 한 주였다.

책을 읽고 줌으로 마주한 쌤들의 얼굴들 또한 앞으로 읽어야 할 것들에 대한 난감함과 기대(?)가 섞여있는 것 같았다. ㅎㅎ

 

선불교에서의 '화두'는 깨달은 마음이라면 한 걸음에 통과하는 '문 없는 관문'이다.

그러므로 나 같은 미혹된 이가 화두를 대하면 짜증이, 화딱지가, 한숨이 절로 날 수밖에 없다.

 

지난 시간 우리는 선사들이 제시하는 '마음'이란 단어에  많은 오작동을 일으켰다.

앞으로 그 心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공안들을 통과할 예정이다.

心이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속에서

'무문관' 속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게 되지 않을런지~

 

 

이렇게 난해한 화두를 만나면, 저는 온 신경을 화두에 집중했습니다. 

화장실에 앉아 용변을 볼 때,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할 때, 피곤한 몸을 누이며 잠자리에 들 때도 예외가 없었습니다.(강신주/p.20)

 

자! 우리도 열심히 화두에 집중합시다.  
건강한 얼굴로 다음주에 만나요~~~♥

댓글 2
  • 2021-08-05 11:58

    ㅋㅋㅋ 역시나 우리를 안내해주는 친절한 대문따윈 없는걸로!

    그치만 머리를 쥐어짜다 보면 각자의 쪽문 정도는 발견하게 될줄도... 그런 기대를 하며 이제 또 화두에 집중해 보렵니다!

  • 2021-08-07 07:33

    하하.. 도라지님의 후기를 읽다보니 바다님의 메모가 생각이 나네요.

    당최 알 수 없는 것을 마주했을 때의 그 느낌이 부담스럽고, 읽고싶지  않은(알고싶지 않은) 마음이 일어났는데

    알고보니 그게 타자와의 만남이고, 사유하라고 밀어붙이는 폭력이었다는..^^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한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읽고,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가운데 주체의 변형을 겪는 것 아닌가 싶네요.

    모르는 말은 하나도 없는데 뭔말인지 모르는 선문답과 씨름하는 것도 그런 과정 아닐까,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그러니 뭔가 알 것 같을 때, 그 때를 조심하면서, 앞으로 계속 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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