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양생 비법은 단연코 이것

고은
2023-06-0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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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스탁그램에서 엄청 돌아다니고 있다고 썼다가, 이번달엔 양생(요양일까요?) 비법에 대해 쓰려니 웃기네요 하하하

 

엊그제 감이당으로 북드라망 '공동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터뷰 차 다녀왔는데요. 그곳에서 저와 비슷한 사주를 가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번 북드라망 한뼘리뷰대회 1등을 하신 보경쌤인데, 저희 둘 다 신약 갑진일주에 재성이 많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둘 다 세상에 불만이 많고, 일을 엄청 많이 하고, 20대 말미에 체력이 확 꺾여서 그 뒤로부터는 조금만 아파도 또 예전처럼 오래 아플까봐 덜덜 떨고 있는 허약한 체질에, 음식이 잘 안 들어가서 억지로 먹다가 체한다는 것까지 똑같은 모습을 확인하고 왔답니다.

 

다른 점이라면 보경쌤은 재성만 왕창 많으신데다 식상이 있고, 저는 재성과 관성이 골고루 많은데 식상은 전무하다는 것이지요. 보경쌤이 저보다 뜨겁게(식상=불) 일을 더 많이 벌리시는 편이신 것 같고, 저는 막상 일을 하면 "아니요"를 잘 못하는 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럴까요?" 넙죽넙죽하는 편이랄까요. 예전부터 강학원 친구들이 별자리도 여러 번 봐줬는데, 그때마다 공동체에서 소처럼 일할 상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딴소리 하는 때도 많지만요, 그래도 "넵넵"하며 조용히 혼자 일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자는 시간 줄이고, 먹는 시간 줄여서 일하니까 스스로 상태 체크를 잘 못하고 한 순간에 훅갑니다. 갑목(큰 나무)가 쓰러지듯 우당탕탕 요란하게요. 이런 제가 정말 싫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을목이 넘 부러워용 흑)

 

 

 

 

그래서 2년 전, 간염으로 크게 꺾이고 난 뒤로 제가 쉴 때마다 지키는 매뉴얼이 있습니다.

1. 잘 먹기

2. 잘 자기

3. "아니요!" "못하겠어요!" 라고 말하기

 

요 세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수영입니다.(짜잔)

 

 

^ 아마도 제작년, 우현이랑 수영장 같이 간 날

 

 

수영을 하면 배가 무지~ 고픕니다. 수영하면서 살 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요. 칼로리 소모가 워낙 큰 운동이라, 수영하던 사람들이 수영 끊으면 오히려 살이 찐다고 하더라고요. 수영 끝나고 집에 오면 뭘 먹어도 맛있습니다. 먹다가 체할 일이 없어요^ㅡ^ 또 먹고 나면 엄~~청 졸립니다. 저는 새벽 6시 수영을 다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미 몸이 피곤해진 상태라 잠도 잘 잡니다. 아, 새벽에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하기도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수영장에서는 "아니요!" "못하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좀 웃긴데, 이 말을 제가 잘 못한다는 사실을 간염 걸리기 전까지 몰랐어요. 간염 회복차 수영장에 갔다가 진짜 이렇게 열심히 하다가는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서 저 멀리 있는 강사님한테 "못하겠어요 쌤!!"하고 소리쳤는데, 속이 뻥 뚫리더라고요. 이야... 못한다고 말하는 게 이렇게 즐거울줄이야...?

 

물론 수영도 하다보면 양생과 무관하게 흘러 가기도 합니다. 일하다 밤 늦게 자고 새벽에 일어나 수영가느라 피곤함만 왕창 더하고, 또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발동해서 수영 너무 열심히 하다가 무리하고, 밥 먹는 시간 줄여가며 수영장 다녀오고... 그래서 결국 올해 바빴던 상반기에는 수영을 쉬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가졌던 보름 간의 쉬는 시간 말미즈음에 다시 수영을 등록했답니다. 위의 3가지 매뉴얼을 명심하며 다시 수영하고 있어요. 요즘 다시 시작한 수영... 정말 행복합니다...ㅎㅎㅎ

 

 

^ 아마도 작년, 동고동락팀에서 목욕재계하러 수영장 다녀온 날

 

 

물론 수영장에서도 나름 우여곡절이 있지요. 예전에 지저분하게 굴었던 강사가 저희 반으로 올라온다고 하더라고요. 오랫동안 안 올라가고 버티고 있었는데 이번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반을 올라갔더니 이번엔 그 반의 기존 회원님들과 올라간 저희 반 회원님들 사이의 미묘한 기싸움이 발생했어요.(이젠 같은 반인데, 아직 두 반의 모자 색깔이 달라요ㅜ) 저는 어느 쪽에도 끼고 싶지 않은데, 예전 저희 반에서 제가 1번이었어서 양쪽으로부터 눈칫밥 먹는 중입니다. 기존 회원님들은 잘하는 사람 올라왔다며 앞으로 오라고 눈치주고, 같이 올라온 저희 반 회원님들은 우리반 에이스가 본떼를 보여줘야 한다고 눈치줍니다. 그래서 요즘은 열심히 도망다니면서 "아팠어서요^^", "먼저 가세요^^"하면서 매뉴얼 3번을 제일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수영장에 눈칫밥 문화가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있는데요, 제가 다니는 수영장이 오래된 사설 수영장이고 또 새벽 6시 수업에 고인물이 제일 많아서 더 그렇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히려 좋아...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삼아보겠습니다. 좀 더 뺀질이가 되어보려고요. 어케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재밌게 해볼게요ㅎㅎ

 

아 참 그리고 너무 의식의 흐름인 것 같기는 한데, 엊그제 제 친한 친구의 애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봄이 올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 제게는 봄만큼 두렵고 어두운 계절이 없습니다. 언 땅을 뚫고 푸른 잎과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보면 가끔은 얄밉기도 해요. 이 어마어마한 기운을 이기지 못한 누군가들은 죽곤 하는데 말이지, 하면서요. 애인을 떠나보낸 제 친구가 무척 걱정이 됩니다. 그전에 비슷한 경우에 친구들이 어땠는지 봐왔어서요. 먼저 떠난 친구와 제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6월 9일에 나올 인터뷰집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그 인터뷰집 자체가 제가 친구들에게 보내고 싶은 편지였으니까요. 

 

 

 

댓글 5
  • 2023-06-04 15:09

    세상에나.... 내가 고은이를 너무 띠... 엄...띠...엄 봤구나 싶어 반성합니다~
    가슴 아픈 친구 이야기, 전에 건너 들었을 때도 마음이 아팠는데 안타깝네요.
    고은 친구도, 친구 걱정하는 고은도 어려운 시간 잘 넘어가길 바랍니다

  • 2023-06-05 20:16

    여러 일들의 와중에 다시 시작한 고은의 수영하는 기쁨이 생생하게 전해져서 나도 수영을...? 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네요 ㅎ

  • 2023-06-06 14:24

    제가 평소에 생각하기를, 자주자주 많이많이 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 두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 중 하나는 (고강도유산소) 운동이요, 나머지 하나는 공부죠. 심지어 고강도 유산소 운동은 뇌로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공부도 잘하게 해주고... 물에서든, 인도에서든, 도로에서든 달립시다!

  • 2023-06-06 20:02

    내가 나무는 나무인데, 을목이어서 수영을 못하는 구나.....
    갑목은 걍 가만 있어도 뜨는 거지 ? 부럽 부럽. ㅎㅎ

  • 2023-06-06 20:18

    잘먹고 잘자고, 수영도 열심히 하고, 그 무엇을 통해서든 양생이 잘 되어서 더 활력넘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