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2회차 후기

여울아
2019-08-12 17:34
736

<논어> 양화편에는 시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나옵니다.

9장에서는 제자들에게 시의 이로움을 興(감흥), 觀(관찰), 羣(어울림), 怨(원망) 등으로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조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죠.

 

10장에서는 <시경> 중에서도 특히 주남,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말합니다.

子謂伯魚曰 女爲周南召南矣乎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바로 앞에 담장이 있다는 표현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한 것 같은데요.

사실 <논어>에는 더 이상 어떤 설명도 없기 때문에

<시경> 정도는 읽어야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부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것으로

기준을 삼았던 게 아닐까 저는 추측했습니다.

 

이문서당에서 지난 시간은 주남 11편 중 마지막 세 편, 漢廣(한광), 汝墳(여분), 麟之趾(인지지)

그리고 소남 14편 중 鵲巢(작소), 采蘩(채번), 草蟲(초충)까지 읽었는데요.

우쌤은 이 중에서 작소와 초충을 외워야할 시로 선정해주셔서, 이 두 시를 중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작소>는 까치의 집이라는 뜻으로 까치가 집을 지으면 비둘기가 들어가 산다는 내용입니다.

까치가 남편을 비둘기가 시집간 아내를 의미한다는데,

여기서는 일부종사하는 부인의 정숙한 덕을 찬미한 것이라고 합니다.

 

<초충>은 찌룩찌룩 우는 메뚜기입니다.

펄쩍펄쩍 뛰는 메뚜기를 보고 멀리 부역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심정을 노래했다고 합니다.

 

저 남산에 올라가

고사리를 뜯노라

군자를 만나보지 못한지라

근심하는 마음이 간절하노라

또한 이미 그를 보며

또한 이미 만나면

내 마음 기쁘리로다

 

신사임당의 그림 중에도 풀과 벌레를 그린 초충도가 있습니다.

이들 그림이 <시경>의 초충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합니다.

 

두 편의 시 모두 여성의 역할(시집가는 것, 남편을 기다리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작소>는 결혼축하곡이지만, 시집가는 여성의 기쁨이나 설렘, 낯섦 등과 같은 심정은

전혀 묘사되지 않고 외적인 요소, 비둘기가 집을 차지한다거나 수레를 선물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초충>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마음이 잘 표현된데 비해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에 대한 원망이 전혀 없는 것이 (요즘 감성으로)어색합니다.

 

<시경>의 풍은 아, 송에 비해 백성의 감정표현과 사회비판을

직접적으로 얻어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가 훨씬 더 풍류나 낭만을 표현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 미칩니다. 

<논어>에서 시삼백편 가운데 특히 주남, 소남을 강조한 것은

四書의 가치를 시로 자연스럽게 잘 녹여냈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편으로는  수업시간에 우쌤이 읽어주는 <시경>에 흠뻑 취하려면

제게 필요한 것은 말랑말랑한 감성 한 바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 1
  • 2019-08-20 09:31

    제가 중학교때 설악산과 강릉으로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그때 오죽헌에서 저 옆서들을 샀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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