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부엔 비비르 - 반성장!!

문탁
2015-10-23 16:49
363

고전공부와 축제를 연결시키면?

고전과 반성장을 연결시키면?

 

어제 신문을 읽다가 고전과 부엔 비비르와 반성장이 쫙~~~ 연결되는 글 한편을 읽었어요.

 

좀머씨 처럼 매일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걸어다니는 사람

운전면허와 휴대폰이 없는 사람

몸에 군살이 없고 눈빛은 맑은 사람

27년간 매주 월요일 저녁에 한문과 고전을 가르치는 사람

그러나 27년간 단 한푼의 강사료도 받지 않은 사람

그러면서 자신은 누구를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평생, '선비'로 살고자 하는 사람....

 

아, 고전을 읽는 삶 = 반성장의 삶 = 좋은 삶....이 손에 잡히는 것 같군요.

 

여기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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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212035165&code=990100

 

 

[안도현의 사람]걷고 또 걷는 맑은 선비 김기현 선생

안도현 | 시인·우석대 교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씨 이야기>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는 일에 열중하는 주인공 좀머씨가 등장한다. 그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걸어다니는 분이 있다.

전북대 윤리교육과 김기현 교수다. 출퇴근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하루에 두어 시간은 족히 걷는다. 전주천변이나 건지산 기슭을 깡마른 노신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걷는다면 틀림없이 선생이다.

김기현 선생도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좀머씨처럼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운전면허증도 없고 휴대폰도 없다. 귀찮아서다. 겨울이면 검은색 두루마기를 펄럭이며 걷는다. 몸에 군살은 없고, 바람을 가르는 이마 아래 눈빛은 맑다.

전주에서 때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선생의 말씀을 엿들을 기회가 있다. 동아시아의 고전이나 한시를 인용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꼴과 사람살이의 이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시는 것이다. 그럴 때면 귀가 쫑긋해진다. 좀처럼 앞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무엇인가 분명히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선생은 고전의 문장에서 길을 꺼내 보여주신다. 나는 속으로 무릎을 치는데, 그런 날은 쉽게 취하지도 않는다.

대학에서 배운 제자들이 아닌데도 선생을 ‘사부님’으로 극진히 모시는 이들이 있다. ‘여택회’ 멤버들이다. 이 이름은 <주역>에서 빌려왔다. 벗들끼리 서로 강학하면서 정신의 세계를 공감하는 자리란 뜻이다. 이 모임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 사서삼경을 비롯한 고전을 읽는다.

1988년부터 시작했으니 어느새 27년이 넘었다. 문인, 교수, 교사, 한의사, 주부, 공무원, 자영업자, 기자 등 수강생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그동안 전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이 모임의 구성원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소설가 서정인 선생, 시인 박남준도 한때 열성 수강생이었다.

나도 한 차례 겁 없이 고개를 내밀어본 적이 있다. 마침 <주역>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첫날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렸다. 생각 좀 해보라. <주역> 강의는 장장 7년6개월 동안 210여차례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 천성이 게으른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걸 아셨는지 선생은 어느 날 내게 ‘와운(臥雲)’이라는 호를 하나 만들어주셨다. 내게는 과분하고 호사스러운 이름이어서 감히 꺼내 쓸 수가 없었다. 도대체 구름 위에 누워 있을 팔자가 아닌 듯해서다.

전북대 영문과 이종민 교수는 ‘여택회’의 모범생이다. 그는 매주 월요일 저녁은 아예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 어려운 한문책을 잡고 있지만 선생의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기도하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마음이 정화된다는 것이다. 이 신통한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고전을 읽는 일이 마음을 닦는 수행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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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무엇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추호도 없습니다.”

김기현 선생은 늘 이렇게 말한다. 가르치지 않았는데 느낀다면 이보다 더한 효과는 없다. 고전 강의가 끝나면 막걸릿집에서 ‘2부’ 수업이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는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의 거리가 사라진다. 이러니 고상한 정신적 교유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도 선생은 자신을 낮추는 대신 절대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술이 거나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법도 없다. 일찍이 자리를 피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제자들 사이에서는 “사서삼경 강의하는 선비는 노래방 같은 곳 가면 안되나” 하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일쑤다.

게다가 선생은 강의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선생의 제안으로 수강생들은 회비를 걷어 한 한기에 2명의 후학들에게 장학금을 내놓는다. 선생은 마치 ‘배워서 남 주자’는 말을 몸으로 실행하는 분 같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방문교수로 가 있던 1년 동안에도 매주 유학생들을 따로 모아 <논어> 강의를 했을 정도다.

김기현 선생은 1950년 전북 익산시 용동면에서 출생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빵점을 맞은 답안지를 받고는 어른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주던 철부지 소년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고 성적도 시원찮았다. 서울대 재학 중 고시를 준비하다가 그만두었을 때가 유신독재 시절이었다.

방황을 거듭하다 우연히 부여에 있는 곡부서당을 알게 되었고, 서암 김희진 선생님한테서 <소학>부터 배우는 서당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고전을 통해 참다운 정신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한문이라는 문자가 소통의 도구를 넘어 삶의 목표를 일깨워준 하나의 지침이 된 것이다.

선생은 우리 시대에 사라진 선비정신을 재생하는 일을 필생의 업으로 여기는 분이다. 선생에게 선비란 책이나 읽으며 갓끈 떨어진 무능한 옛 지식인이 아니다. 삶의 참다운 길을 탐구하고 제시하는 실천적인 지식인으로서의 선비다.

요즘 표현으로는 인문정신이 살아 있는 참인간이 선비라는 것이다. <선비>라는 두꺼운 저서와 <천작>이라는 철학적 에세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함께 선생은 선비가 빠뜨리지 않아야 할 덕목으로 생활의 낭만성을 든다. 다산 정약용이 지인들과 ‘시사(詩社)’를 결성하고 사철 꽃이 필 때마다 한 번씩 모여 시를 이야기하던 분위기와 자세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매화를 ‘형’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퇴계 이황을 동경해서 퇴계의 ‘매화시’를 번역한 시집 <열흘 가는 꽃 없다고 말하지 말라>를 내기도 했다.

김기현 선생이 따르고자 하는 정신의 맨 위쪽에 모신 분이 바로 퇴계다. ‘퇴계학’이라는 학문적 관심 이전에 그 정신과 인격의 향기에 끌렸다고 고백한다. 선생은 가장 고루하고 케케묵은 것 속에 가장 새롭고 맑은 것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퇴계에 미친 분이라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경북 안동에는 퇴계 종택이 있다. 올해 초 김기현 선생은 특강을 하러 간 길에 도산서원과 종택에 들렀는데 마침 퇴계의 제삿날이었다. 제사에 참관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때 퇴계학의 권위자를 알아본 종손이 갑자기 도포를 내주면서 종헌을 부탁했다. 좀체 없던 일이었다. 그래서 제사상에 세 번째 잔을 엉겁결에 올리게 된 일도 있었다.

2년 후엔 선생도 평생 몸담았던 대학에서 정년퇴직한다. 우리 시대에 보기 드문 선비 한 사람이 학교 밖에서는 어떤 일을 하며 보낼지 궁금해진다. 전주 한옥마을에 서당을 짓고 거기서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나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런 곳에서 훈장 노릇을 하실까? 아니면 시골에서 밭을 일구는 청빈한 일상을 계획하고 계실까? 어디 계시든 길을 걷는 일은 멈추지 않으실 것 같다.

댓글 3
  • 2015-10-23 17:57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 2015-10-24 01:29

    참...할말이 없네요. 다시 내게 물어볼 밖에요... 어찌 살건지...

  • 2015-10-24 20:32

    어찌 살아야 할 지 몸소 일러주시는 스승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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